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자산규모 23조원·대기업 17위 부영그룹의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켜졌다. 자본잠식을 포함해 부채비율 300%를 초과하는 계열사가 무려 9곳에 달하면서다. 설상가상으로 그룹 캐시카우인 부영주택도 실적악화로 재무구조가 흔들리면서 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영은 지난해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219.32%에서 238.36%로 19.04%포인트 증가했다. 계열사인 남광건설산업과 남양개발, 부영환경산업, 인천출판사 등 4곳이 자본잠식에 빠졌다. 이들 계열사가 상장기업이라면 이미 상장폐지됐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심각한 상태다.
또다른 계열사인 부강주택관리와 부영씨씨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부강주택관리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전년(4192.22%) 대비 320%포인트 가량 증가한 4514.24%를 기록했다. 부영씨씨는 지난 2018년 자본잠식을 기록했다가 지난해 겨우 2170.82%까지 부채비율을 낮췄지만 여전히 위기에 놓여있다.
문제는 그룹의 핵심계열사이자 캐시카우인 부영주택까지 실적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그룹 현금창출력이 크게 악화됐다는 점이다. 부영주택은 부영그룹 매출의 70% 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부영주택은 지난해 말 기준 1천86억원 영업손실, 1천345억원 순손실을 각각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부영주택 재무상태도 동반 악화됐다. 부채비율은 348.68%에서 385.45%로 36.77%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차입금 규모는 총 3조4천28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무려 4천383억원 증가했다. 이로 인해 부영주택은 이자비용으로 전년(184억원) 대비 2배 증가한 320억원을 지출하게 됐다.
부영그룹이 이같이 재무구조와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배경에는 오너리스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룹 내 1인 지배체제를 갖추고 있는 이중근 회장이 횡령과 배임 혐의로 지난 2018년2월부터 구속됐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부영 지분 93.79%를 보유하고 있다. ㈜부영은 부영주택을 100% 지배하며 '이중근→부영→부영주택' 형태의 지배구조를 구축한 상태다. 또 이 회장은 동광주택산업 지분 91.5%를, 남광건설산업은 100%를 지배하는 등 사실상 그룹 전체가 이 회장의 1인 기업이다.
그러던 이 회장이 돌연 경영 일선에서 빠지게 되면서 그룹 전체가 위태롭게 됐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이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1억원을 확정했다.
신명호 전 아시아개발은행 부총재(경영 총괄)와 이세중 환경재단 명예이사장(법규 총괄)이 회장 직무대행으로 공동 경영체제를 유지 중이다. 하지만 회장 직무대행 체제 이후 그룹의 경영실적은 점점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공백으로 인해 신속하고 책임있는 기업의 의사결정이 어려워지면서 기업의 전망과 발전가능성에 대해 점점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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