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준영 기자]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전공의, 전임의에 이어 대한의사협회까지 파업에 돌입한 26일 정부가 결국 '업무개시명령' 카드를 꺼내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는 다시 불이익이 생긴다면 무기한 파업을 벌이겠다고 맞서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은 위반할 경우 면허정지 또는 면허 취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중한 규정이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고, 응급실·중환자실 등에 업무 차질이 빚어지자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26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의과대학 증원 등 정부 정책을 중단하는 대신 의료계는 집단 휴진을 철회해달라는 내용의 '의·정 합의'를 도출했지만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가 반발해 무산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의협 측은 "일부 언론과 정부에서 말하는 내용은 단지 정부의 '제안'일뿐 '합의'가 아니었다"라며 정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박능후 복지부 장관과 최대집 의협 회장은 전날 저녁부터 이날 새벽까지 비공식 대화를 이어가며 해결책을 모색했다. 양측은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의과대학 증원 정책 등 신설 의료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의료계는 집단 휴진을 철회한다는 합의에 이르기도 했지만, 끝내 최종 타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후 의협은 이날부터 28일까지 예고했던 2차 집단 휴진에 돌입했다.
하지만 합의가 결렬된 이유에 대해서는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이 판이하다. 정부는 의협과 정부가 어느 정도 합의에 도달했지만 '정책의 완전한 철회 없이는 파업을 중단할 수 없다'는 전공의들의 반발에 의협 역시 합의문에 대한 동의를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복지부는 지난 24일 국무총리-의협 간담회 이후 진행된 복지부 장관-의협 협의 내용 등을 자세히 소개하며 '합의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엄중한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수차례에 걸쳐 양보와 대화를 위한 노력을 했지만, 의협과 대전협은 정책의 철회 또는 원점 재검토만을 주장하다 결국 합의된 내용을 번복하는 등 진정성과 책임성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최대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정부에서 말하는 것은 협상 과정에서 정부 측이 먼저 제안한 '정부 제안문'일뿐이며 의협과 정부가 함께 제시한 '합의문'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정부 제안을 받아들이기 전에 무기한 총파업 중인 전공의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필요하다고 정부에도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대전협이 내부 대의원 회의를 거쳐 "정부가 끝내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걸로 이해했으며 파업을 지속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자, 의협도 해당 제안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중엽 서울대병원전공의협의회장은 "대의원들이 모여서 장시간 토의한 결과, 잠정 합의안은 사실상 보류만 하겠다는 내용으로 판단했다"라며 "업무개시명령 등 모든 가능성을 다 생각하더라도 여기서 대충 타협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파업은 그대로 진행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의료계 파업에 대해 "원칙적 법 집행을 통해 강력히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정부는 비상의료계획을 실효성 있게 작동해 의료 공백이 없도록 하고, 의료계와의 대화를 통한 설득 노력도 병행하라"며 청와대의 비상관리체계 강화도 당부했다.
청와대는 윤창렬 사회수석이 맡아온 의료 현안 태스크포스(TF)를 김상조 정책실장이 직접 맡도록 했다. 정세균 총리도 "무단으로 현장을 떠난 전공의를 최대한 제재하라"고 지시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공공의대 설립 자체가 시급한 과제가 아니다"라며 "지금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들이 의료 종사자들"이라고 강조했다.
권준영 기자 kjykj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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