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준영 기자] 웹툰협회가 최근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인 만화가 기안84에 대한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통감하면서도 "작가 퇴출, 연재 중단 등의 요구는 파시즘"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웹툰협회는 24일 발표한 공식성명을 통해 "여성 혐오와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비하와 조롱 혐의에 바탕한 독자 일반의 문제 제기와 비판 함의는 진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인다"라며 "작가와 작품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만화계에 대한 대표성이 없는 소위 '만화계 성폭력 대책위'라는 단체의 '성평등한 작품을 위한 주의점' 지침 발표 등 일련의 처신도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협회 측은 "우리 사회의 성평등 지수를 높이는 실천 기제로 전혀 무가치하다고 무시할 수 없고 실천해야 할 당위에도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를 명분으로 작가들의 자유로운 발상과 상상을 제약하고 탄압의 근거로 기능하는 것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여성 혐오와 성폭력의 핵심 인과는 '위력과 위계'"라며 "작가의 소양 부족에 따른 부적절한 표현에 지적과 비판을 넘어 실제 연재 중단과 작가 퇴출을 강제하려는 물리적 행위는 사회적 어젠다의 당위가 작가에게 가하는 엄청난 위력이다. 비판과 지적, 논쟁의 영역과 위력의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소위 밥줄을 끊어버리겠다는 감정적 위력 행사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웹툰을 포함한 대중예술 전 영역에서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훼손하려는 일체의 부조리한 시도와 위력은 반드시 퇴출돼야 한다"라며 웹툰 관련 단체, 여타의 대중예술 단체와 작가, 종사자들의 연대를 호소했다.
한편, 기안84의 웹툰 '복학왕'에서 논란이 된 부분은 기안그룹 인턴인 여자 주인공 봉지은이 회식 자리에서 배 위에 얹은 조개를 깨부수는 장면이다.
이어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이나 스펙, 노력 같은 레벨의 것이 아닌…그녀의 세포 자체가 업무를 원하고 있었다"는 문장이 나온다. 이어 '봉지은, 기안그룹 최종 합격!'이라는 설명과 함께 여주인공이 정직원으로 입사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 장면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봉지은이 남자 상사와 성적 관계를 가진 뒤 합격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며 여성을 비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논란이 커지자, 기안84는 "지난 회차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가 귀여운 수달로 그려보게 됐다"라며 "특히 수달이 조개를 깨서 먹을 것을 얻는 모습을 식당 의자를 제끼고 봉지은이 물에 떠 있는 수달을 겹쳐지게 표현해보고자 했는데 이 장면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또 캐릭터가 귀여움이나 상사와 연애해서 취직한다는 내용도 독자분들의 지적을 살펴보고 대사와 그림도 추가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기안84는 "더 많이 고민하고 원고 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불쾌감을 드려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권준영 기자 kjykj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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