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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 정신, 온전치 않다"…성년후견, 재벌가 다툼 변수됐다


신격호 이어 조양래도 法서 성년후견 심판 받아…롯데 이어 한국타이어 '난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롯데에 이어 한국테크놀로지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도 총수일가의 경영권 다툼에서 '성년후견 심판'이 후계구도 변수로 떠올랐다. 자녀들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고령의 부모가 온전한 정신 상태에서 판단했는지를 두고 법원에서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판단을 받겠다고 나서면서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서울가정법원에 부친을 대상으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조 회장이 차남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사장에게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보유주식 전부를 2천400억 원에 매각하며 승계구도를 사실상 확정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당시 조희경 이사장은 "조 회장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로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 전량을 매각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 회장,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사진=아이뉴스24 DB]
(왼쪽부터)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 회장,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사진=아이뉴스24 DB]

이에 조희경 이사장은 아버지인 조양래 회장이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 전량을 매각한 결정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로 내린 결정이 아닐 것이란 의구심을 품고 이 같이 나섰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 전량을 약 2천400억 원을 받고 차남 조현범 사장에 매각하며 그룹 경영권을 물려줬다. 이에 따라 지분율은 42.9%로, 최대주주가 됐다. 조현식 부회장(19.32%)과 두 딸인 조 이사장(0.83%), 조희원 씨(10.82%)의 지분을 모두 합해도 30.97%로, 조 사장과 격차가 크다.

이를 두고 조 회장은 "차남에게 경영권을 물려준 것은 오래전부터 생각한 것"이라며 "딸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난 매우 건강한 상태"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에 조 이사장 측은 "예상한 반응"이라며 "법적 절차대로 진행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왼쪽부터)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 [사진=한국테크놀로지그룹]
(왼쪽부터)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 [사진=한국테크놀로지그룹]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장남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성년후견 심판 절차에 가족의 일원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이들의 경영권 분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 부회장은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아버지 조양래 회장에 대한 건강 상태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최근 결정들이 아버지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제공된 사실과 다른 정보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 3세간 경영권 분쟁은 아버지와 차남을 두고 장녀와 장남, 차녀인 조희원 씨가 대립하는 모양새다. 조희원 씨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재계에선 이들의 대결 구도를 이 같이 보고 있다. 조 이사장과 조 부회장까지 가세하며 성년후견 심판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조 회장은 법원에 직접 출석해 재판부 심문을 받고 의사 감정을 통해 정신상태를 확인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아이뉴스24 DB]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아이뉴스24 DB]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도 '성년후견 심판'은 갈등의 변수로 작용했다. 지난 2015년 6월 발생한 신동주·동빈 형제 간 분쟁 과정에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정신 건강이 온전치 않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은 신 명예회장이 치매를 앓고 있어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던 반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은 고령임에도 경영 현안을 직접 챙길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지난 2015년 12월 신 명예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 씨가 나서 법원에 오빠의 정신건강에 대한 판단을 받겠다고 나서 주목 받았다. 당시 신정숙 씨 대리인은 "가족 간 논란으로 불미스러운 상황이 이어지는 것을 보다 못해서 나선 것"이라고 설명하며 법원에 성년후견인 지정을 요청했다.

이후 법원은 장기간 심리를 거쳐 신 명예회장이 중증 치매 등으로 정상적 판단을 하지 못한다고 보고 한정후견인을 지정했다. 이에 "아버지는 내 편으로, 나를 후계자로 지목했다"고 주장해왔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은 신뢰를 잃게 됐다.

지난 2015년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나란히 걸었던 모습. [사진=SDJ 코퍼레이션]
지난 2015년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나란히 걸었던 모습. [사진=SDJ 코퍼레이션]

이처럼 '성년후견'이 롯데에 이어 한국타이어 형제 다툼에 결정적 무기로 등장한 것을 두고 재계에선 두 기업 총수 모두 상속 문제를 일찍 정리해두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이나 장애, 고령으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한 성년자에게 법률 지원을 돕는 제도로, 기존 금치산·한정치산자 제도를 폐지하고 2013년 7월 1월부터 시행됐다. 법정후견과 임의후견으로 구분되며, 본인이나 친족, 검사 등의 청구에 따라 법원이 의사의 감정을 통해 성년후견 당사자의 정신상태를 확인하고 당사자에게 진술을 받는 절차를 거쳐 후견인을 선임한다. 작년 말 기준 후견개시는 총 3천112건으로 성년후견 건수는 2천141건으로 집계됐다.

재계 관계자는 "80대에 접어든 고령의 회장님이 자식들 중 어느 한 쪽 편을 들면 나머지 자녀들이 아버지의 정신 건강에 문제를 삼고 성년후견 심판 청구로 맞서는 모습"이라며 "가족과 형제 간 재산 분할을 높고 다툼을 벌이는 수단으로 성년후견 제도가 쓰인다는 점은 다소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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