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병무 기자] ‘내 마음 그 깊은 곳에’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그대가 꽃이라면’ 등의 명품 한국가곡을 만든 작곡가 이안삼이 18일 오후 5시께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7세.
고인은 아름다운 우리 시에 선율을 붙인 한국가곡의 르네상스를 위해 앞장섰다. 한국가곡 전성기(1970~1980년대)를 되살리려 ‘클래팝’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고, 인터넷 가곡 카페를 운영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이때 작곡의 길로 이끈 평생의 스승 김동진 선생을 만난다. ‘가고파’ 등의 명곡을 쓴 선생이 어느날 작곡과로 전과하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 악기를 다루는 재능보다 오히려 곡을 쓰는 실력이 더 뛰어남을 알아본 것이다. 이 한마디에 트럼펫 대신 오선지를 들었다. 스승이 경희대 음대로 자리를 옮기자 그도 스승을 따라 경희대 작곡과로 옮겼다.
1964년 대학 4학년 때 군에 입대했다. 전역 후 1967년부터 2006년 정년 퇴임 때까지 39년간 마산중학교와 김천중·고교에서 음악 교사를 지냈다. 그 사이 1980년부터 1982년까지 2년간 미국에 건너가 브루클린 음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줄리어드 음악원 지휘과를 수료했다.
정년 퇴직을 전후한 시기부터 더욱 활발하게 대외 활동을 전개했다. 경북대 예술대 음대 강사, 한국작곡가회 부회장, 한국예술가곡 연합회 초대회장을 비롯해 포럼 ‘우리 시, 우리 음악’(이안삼·문효치·박세원 공동대표)을 이끌었다.
이 시기에 4개의 음반과 4인 예술가곡집을 출판하는 등 한국가곡에 활기를 불어 넣는 활동을 전개했다. 이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가곡제, 서울가곡제, 국민가곡제 등도 잇따라 출범시켰다.
고인의 인생 터닝 포인트는 63세로 정년퇴임을 한 이후다. 그냥 김천에 머물며 따박따박 나오는 연금으로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인가 고민했다. 그는 결국 나홀로 서울로 올라왔다. 예순을 넘긴 나이에도 새로운 세계로 용감하게 첫발을 내딛었다. 광화문 근처 조그만 오피스텔에 거처를 마련한 뒤 ‘한국가곡 살리기’에 올인했다. 음악인생에 멋진 승부를 걸었다.
생각했던 이상으로 많은 회원이 들어왔고, 인터넷 공간의 소통은 오프라인 공간으로 넓어졌다. 직접 노래하기를 희망하는 회원이 있어 가곡교실을 열었고, 실력이 향상된 뒤에는 프로 성악가들을 초청해 아마추어와 프로와 함께하는 음악회를 여는 등 가곡동호회 모임을 크게 확장했다. 아마추어 동호모임을 중심으로 한 가곡음악회가 활성화됐다.
그는 늘 청춘이었다. 공연장에 가보면 삼각대에 휴대폰을 걸어놓고 공연장면을 페이스북 라이브 생중계 하곤 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일에 주저함이 없었다. 그런 까닭에 많은 시인과 성악가들과 교류했다.
인터넷 카페 개설과 더불어 음악 자체에도 더 큰 공을 들여 ‘클래팝’ 장르를 선보였다. 클래식(Classic)과 팝(Pop)의 장점을 합친 클래팝은 순수 예술가곡의 틀을 유지하면서 대중음악적 요소를 가미한 음악이다. 2009년 ‘금빛날개(전경애 시)’를 시작으로 ‘어느날 내게 사랑이(다빈 시)’ ‘연리지 사랑(서영순 시)’ 등이 이 범주에 속하는 곡들이다.
이안삼가곡 1,2,3,4집을 출판했고, 또 개인음반 12집을 발매하고 개인작곡발표회 12회를 열었다. 김천시문화상(1983), 금복문화예술상(1992), 경북문화상(1993), 경북예술상(2001), 한국가곡작곡상(2004), 국민훈장 황조근조훈장(2006), 대한민국가곡대상(2014) 등을 받았다.
고인과 함께 ‘해설이 있는 가곡음악회’를 진행했던 이정식 전 서울문화사 부회장(전 CBS 사장)은 “육십을 넘기면서 오히려 창작의 전성기를 맞았을 만큼 열정적인 삶을 사셨던 분이다”라며 “일곱 차례에 걸친 해가음 콘서트의 출연 성악가를 혼자서 섭외하는 등 한국가곡 사랑이 남다른 작곡가였다”며 안타까워했다.
평소 그와 깊은 교감을 나눈 한상완 시인(전 연세대 부총장)은 “둘이서 손잡고 전국 방방곡곡 음악회를 순례하던 때가 그립다”며 “한국가곡 창작뿐만 아니라 확산을 위해 그가 쏟은 애정과 역할은 모두에게 깊은 감명을 줬다”고 추모했다.
지난해 ‘사랑이여 어디는 가서’라는 타이틀로 이안삼 헌정앨범을 출반한 테너 이현(영남대 교수)도 “한국가곡의 매력에 눈뜨게 해준 고마운 스승이다”라며 “빨리 완쾌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선생님이 거주하시는 아파트에서 생신 음악회를 여는 등 쾌유를 바랐는데 이렇게 떠나게 돼 비통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임성애 씨, 아들 시섭·시문 씨, 딸 시라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은평성모병원 장례식장 3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0일(목) 오전 11시 30분이다. 장지는 분당메모리얼파크. ☎02-2030-4444
민병무 기자 min6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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