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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데 덮친 유통법 ④-끝] 10년 갈등 키운 규제…사회적 문제 비화


시장 크게 변했지만 정부 관점 10년 전 그대로…"업태별 생존 역량 키워줘야"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정부와 국회가 대형마트를 넘어 백화점·면세점·아울렛·복합쇼핑몰 등 업태를 가리지 않고 전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한 업계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업계는 지난 10년 동안 시행된 기존 유통법은 대형마트 업계의 몰락만을 불러왔을 뿐 '전통시장 살리기'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바라봤다. 이에 규제의 정도를 더하는 유통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전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타격을 입힐 것으로 우려하는 모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여당을 중심으로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유통법 개정안이 활발히 발의되고 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에만 적용되던 의무휴업일을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 모든 업태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홍익표, 김정호 의원도 출점제한 거리를 늘리는 등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냈다.

정부가 유통법 개정에 나서며 이와 관련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여당 주최로 개최된 유통법 개정 간담회. [사진=아이뉴스24 DB]

하지만 업계는 이 같은 유통 규제 강화의 효과가 전혀 없을 것으로 바라봤다. 지난 10년간 유통법으로 인한 규제가 전통시장·골목상권 살리기라는 목표를 전혀 이루지 못했다는 선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실상 모두가 불행한 법인 셈이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분석 결과에 따르면 유통법이 시행된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소매업 전체 매출은 43% 늘었지만 전통시장은 28%만 늘어났다. 반면 대형마트의 매출은 14% 줄었다. 전통시장, 골목상권과의 상생 및 동반성장을 이유로 제정된 유통법이 전통시장의 매출 하락을 막지 못했고 대형마트에만 치명타를 입힌 셈이다.

업계는 이 같은 상황에서 모든 형태의 대규모 유통업체를 규제하는 유통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백화점, 복합쇼핑몰, 면세점 등 모든 업계가 대형마트와 같은 상황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들 업체의 매출 상당 부분이 주말에 발생하는 것을 고려해 보면 대형마트보다도 큰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유통법 개정안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과거 유통업 시장 구조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등 오프라인 중심으로 구성돼 있었던 시기 제정된 유통법의 잣대를 현재에도 무리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급격히 성장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쟁 구도로 재편됐음에도 오프라인 시장만 바라본 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의 공세 속 대형 유통업체, 전통시장 등이 독자적 생존력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향의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한 쪽만을 규제할 경우 결국 '공멸'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비판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유통법이 제정됐을 때와 달리 지금은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더 이상 '갑'의 위치가 아니다"라며 "현재 발의된 유통법 개정안 대부분은 10년 전의 인식에 근거를 두고 있는 상황이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기만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온라인으로 시장 중심이 옮겨지는 현 상황에서는 규제보다는 오프라인의 각 업태가 균형있게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막무가내식 규제로는 모든 산업의 공멸만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유통법 개정안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향후 더욱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아이뉴스24 DB]

업계는 유통법 개정안이 여당 안 그대로 시행될 경우 사회적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법의 보호가 특정 집단에게만 적용될 경우 반대 집단의 반발은 더욱 세지기 마련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오프라인 대형 유통업체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커머스의 급성장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는 현 시장 상황을 고려해 보면 반발의 정도도 과거보다 더욱 거세질 것으로 바라봤다.

이어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유통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사이의 의견을 객관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단순히 표와 이데올로기에 의존하는 것을 지양하고 냉정하게 유통법의 성과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이 과정에서 기존 유통법의 실효성을 검증하고 디지털 전환 시대에 모든 산업이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의 규제 등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지난 10년간 유통 규제는 소상공인과 유통대기업 측이 실효성 여부를 두고 다투는 갈등만을 불러왔고 이는 사회적 문제가 됐다"며 "최근 화두로 떠오른 규제 일몰기한 연장 등 주제에 대해 정부는 양측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사전 조사를 진행해 실효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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