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전사 모집’은 ‘청소년 강제동원’이었다


국립중앙도서관·국가기록원·국동북아역사재단 일제강점기 자료 공동 전시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일제강점기였던 1941년 5월 2일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는 ‘소년공을 부른다-산업전사로 충북도에서 모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일제가 만 14세 이상 20세 이하의 청소년을 ‘총후의 중견산업전사’라는 명목으로 동원한다는 내용이다. 충북에만 ○○명이 할당돼 있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1944년 4월 16일 실린 기사 ‘광산, 공장에서 생도파견-산업전사로서 근로작업’에는 해주에서도 학생들을 전시 산업현장에 동원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해주 동중학교와 사리원 상업학교, 안악중학교 학생 수천 명을 인근 광산의 공장에 동원해 노무에 종사시켰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과 국가기록원, 동북아역사재단은 13일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국립중앙박물관 국제회의장에서 일제강점기 아동과 여성 강제동원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세 기관의 소장자료가 한 자리에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강제동원 문제는 군인·군속·노무자·위안부 등에 집중했다. 각 기관은 소장해오던 일제강점기 기록 중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던 아동·여성 강제동원 관련 기록과 이를 정당화하고 선동하기 위한 신문기사 및 문헌 등을 한데 모았다.

[국립중앙도서관]

조선총독부 도서관에서 이관된 도서·신문·잡지 등 30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아동·여성·방공 동원과 관련된 자료를 엄선했다.

아동 동원은 ‘소년공’ 또는 ‘산업전사’라는 이름의 노무 동원 관련 문헌과 신문 자료를 공개했다. 중일전쟁 이후 일제는 후방의 산업 노동자들도 전선의 군인들과 마찬가지로 보국한다는 논리로 산업보국운동을 시행했는데, 조선의 아이들까지 ‘산업전사’라고 부르면서 동원했다. 전시된 신문에는 중학교 학생들을 광산과 공장 등에 동원하고 있는 실태가 잘 나타나 있다.

간호부 동원에 관한 신문자료는 여성 동원을 보여준다. 특히 일제는 여성 간호부들을 ‘백의의 천사’로 선전하면서 여성들을 침략전쟁의 최일선으로 동원했다. 이를 위해 경성과 청진의 병원에 간호부 양성반을 설치하기도 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제는 간호부로 동원한 여성들에게 일본군 가미가제와 같은 자세를 요구하기도 했다.

방공 동원과 관련한 문헌으로는 ‘조선방공전람회기록’과 ‘언문 방공 독본’ 등 2종이 전시됐다. 이들 문헌에는 침략전쟁 수행을 위해 방공을 명목으로 조선사회를 전시체제로 개편하려는 일제의 의도가 잘 드러나 있다.

[아이뉴스24 DB]

국가기록원 소장기록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국내 노역현장에 강제동원한 ‘학도동원’ 내용이 담긴 학적부, 여성동원을 보여주는 간호부 관련 명부, ‘유수명부’와 ‘공탁서’ ‘병적전시명부’ 등이 있다.

학적부에는 일제가 이미 1938년부터 학교별로 ‘근로보국대’를 결성해 학생들의 근로봉사를 강제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당초 10일 정도 동원했으나 전쟁이 심화되고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기간을 1년까지 늘려 학생들을 노동력을 강제 이용했다는 내용이 상세히 담겼다.

‘학도동원비상조치요강’(1944년 3월 18일)과 ‘학교별 학도동원기준’(1944년 4월 28일)은 ‘근로는 곧 교육’을 표방하는 조선총독부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1년 수시 동원을 강제한 지침이다.

근로보국대 동원내용이 수록된 중학생 학적부와 일선 파견부대 군인·군속 명부인 ‘유수명부’ ‘공탁서’를 통해 학생들이 졸업 후 전쟁터로 끌려간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조선총독부가 학생들을 노동력과 병력의 원천으로 인식했음을 입증하는 구체적 사례다.

[국립중앙도서관]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당시에 강제동원이라고 하는 것이 학교 활동의 하나로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사실을 문서나 간행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총독부 시절의 문서가 현대 교육받은 일본인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기 어려운 오랜 문서형식을 따르고 있고 초서체 필사로 쓰여서 이해하고 분석하고 연구하기 위해서는 훈련받은 연구자들의 집중 투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들이 확인하고 일본과의 관계에서 설득과 협의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연구 성과물을 만들어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장은 “현재 여러 곳에 흩어져서 사라지고 있는 자료들이 굉장히 많이 있다”며 “그런 자료들을 수집하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어려워진다”고 아쉬운 부분을 전했다.

그는 “더 멸실되기 전에 자료들을 수집하는 일에 국가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며 “흩어져있는 근대자료들이 조사·수집·분석·연구돼서 일제강점기에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고난을 겪었는지 후손들이 좀 더 냉정하게 분석하고 근거를 가지고 역사를 바로세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는 14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 1층에서 사전예약 없이 누구나 관람 가능하다.

박은희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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