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 가족’ 반려동물이 준 영감…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


‘팬레터’ 이은 한재은 작가·박현숙 작곡가 신작…서로 다른 개체 간 ‘공감’ 담았다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각자의 고양이와 강아지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작품을 쓰고 싶었어요.”

한재은 작가와 박현숙 작곡가는 3년 전에 뮤지컬 ‘팬레터’ 다음 작품을 같이 하기로 하고 소재를 고민하다가 반려동물의 시선과 입장을 담아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한 작가는 “미리 생각한 아이템 중 하나가 개와 고양이, 인간의 관계를 다루는 것이었다”며 “여러 가지 중에서 작곡가님이 이걸 꼭 하고 싶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 동물 얘기를 쓰고 싶었는데 서로 그런 마음이 있으니까 표현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바로 하자고 했다”고 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 탄생 배경을 밝혔다.

박현숙 작곡가(왼쪽)와 한재은 작가.[사진=조성우 기자]

‘개와 고양이의 시간’은 인간이 아닌 개와 고양이의 시선으로 모든 이야기를 서술한다. 이제 막 인간과의 생활을 시작한 검은 고양이 ‘플루토’와 집 밖을 한없이 서성이는 검은 개 ‘랩터’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된다. 인간을 경계하는 플루토와 인간에 대한 믿음이 있는 랩터는 서로 너무 달랐다. 함께하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플루토는 랩터가 알려주는 프리스비 놀이와 인간에 대한 사실들에 점차 신기함과 재미를 느낀다.

무대 위에는 대형 스크린, 랩터와 플루토의 집을 비롯해 이들이 함께 누빈 골목의 풍경을 담은 14개의 미니어처 하우스가 등장한다. 2명의 배우들은 이야기를 진행하며 개와 고양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을 라이브캠에 담아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과 공유한다.

한 작가는 제목에 두 가지 의미가 담겼다고 했다. “첫 번째는 공연을 보는 동안 개와 고양이의 시간에 우리가 들어가서 얘네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는 거예요. 얘네들의 시간이 저희보다 짧잖아요. 압축적으로 얘네들은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데 그 시간을 우리가 한번 더 들여다보는 의미에서 썼어요.”

[사진=조성우 기자]

한 작가와 박 작곡가는 각각 고양이·강아지와 함께 한 소중한 시간을 작품에 녹여냈다. 박 작곡가는 “2004년에 4개월 된 하얀 치와와를 데리고 와 둘이 같이 살다가 유학생활 6년도 함께 보냈다”며 “결혼할 땐 웨딩사진을 같이 찍고 아들 돌잔치 때 돌사진도 같이 찍었다”고 운을 뗐다.

“나를 사랑해주는 애가 늘 옆에 있으니까 외국에서 향수병에 걸린 적도 없고 우울증이나 외로움을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소리를 안 내서 항상 가방에 넣어서 데리고 다녔어요. 심지어 수업 때도 데려갔어요. 덕분에 인종차별을 받지 않았어요. 처음에 인사도 안 받던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서 ‘강아지 한번만 만져도 되냐’고 묻곤 했거든요. 얘랑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요.”

그렇게 16년 동안 가족으로 곁을 지켜준 박 작곡가의 강아지는 ‘개와 고양이의 시간’ 개막 하루 전인 지난달 6일 세상을 떠났다. 박 작곡가는 “귀가 잘 안 들리고 눈이 점점 안 보여도 항상 잠만 자고 있지 어디 아픈 데가 없었는데 막판엔 확 안 좋아지더라”며 “자신을 위해서 3년 전에 생각한 공연이라 얘가 오픈 때가지 버틴 것 같기도 하다”고 전했다. “바빠서 계속 못 보다가 그날 극장에 안 가고 강아지를 보러 친정에 갔어요. 하루 종일 안고 있었는데 그러고 나서 바로 갔어요. 다 아는 것 같아요. 저는 늘 얘한테 받기만 했어요.”

[사진=조성우 기자]

한 작가는 고양이 입양을 한참 고민하다가 작품을 쓰던 중 폭염에 노출된 3개월 새끼 고양이를 데려왔다. 당시 기생충도 있고 설사가 심했지만 한 작가의 보살핌 속에 고양이는 건강을 찾아갔다. 고양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날 한 작가에게 큰 시련이 닥쳤다.

“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펫로스와 거의 유사한 경험을 했어요. 고양이가 복막염에 걸려 병원에서는 한 달 정도 살 거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아무도 없는 방에서 빈 사료그릇이랑 장난감을 보면서 울고 장례식장까지 알아봤어요. 다행히 신약을 구해서 매일 병원에 데려가 주사를 맞혔어요. 이젠 건강해요.”

한 작가는 아픈 고양이에게 위로를 받기도 했다. 그는 “주사가 맞고 나면 픽 쓰러질 정도로 정말 아파서 나를 미워할 것 같았는데 안 미워하더라”며 “맞을 땐 깨물기도 했지만 몇 시간 지나면 옆에 와서 잤다”고 말했다. 이어 “‘주사는 싫어했지만 너를 싫어하는 건 아니야’란 식으로 금방금방 용서를 해줬다”며 “‘자신을 고쳐주는 걸 아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굉장히 많이 들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너무 힘들어서 ‘얘를 데려오지 말걸 그랬나’ ‘다신 기르지 말아야지’ 등 되게 슬픈 후회도 됐는데 다시 생각하니 만나길 잘한 것 같더라고요. 얘를 만나서 행복한 시간이 되게 많은데 감당할 수 없게 힘든 시간도 감수해야 된다는 걸 크게 느꼈죠. 그것도 우리가 같이 하면서 겪는 시간들의 일부잖아요.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큰 스토리라인은 있었지만 행복한 시간만 얘기하기 보단 그런 얘기를 다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 공연 사진. [아떼오드]

한 작가는 작품의 매력에 대해 “반려묘나 반려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차적으로는 공감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개랑 인간, 고양이랑 인간, 개랑 고양이 사이뿐만 아니라 나와 시각이 다르고 보이는 게 다른 어떤 존재를 이해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 작곡가는 “동물을 우리처럼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너무 많다.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아직까지도 학대하고 괴롭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도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동물의 얘기지만 인간의 얘기일 수도 있다”며 “서로 다른 존재를 만나서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힘들어도 관계를 이어나가지 않나. 매일 만나지는 현대인의 힘든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 공연 사진. [아떼오드]

특히 마음이 가는 넘버를 묻는 질문에 한 작가는 “다 좋아하지만 ‘프리스비를 다시 한번’이 잘 나왔기 때문에 작품의 전체적인 균형이 잡힌 게 아닌가 싶다. 중심이 된 넘버라서 고맙다”며 “비교적 초반에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뀌지 않고 전체를 끌어주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같이 프리스비를 하면서 서로 돌아오는 관계의 의미를 이 놀이에 부여해봤다”며 “극 전체에서 ‘우린 이미 통했기 때문에 서로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라는 주제를 말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사실 고양이가 아팠을 때 제가 가장 많이 바란 거였어요. 혹시 얘를 못 만나게 되더라도 얘가 다시 태어나 나한테 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거든요.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 모티브를 사용한 게, 이야기가 끔찍하긴 하지만 죽음 후에도 깊게 연결이 돼있다는 의미가 좋았기 때문이에요. 환생 코드를 쓴 것도 우리가 헤어지더라도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정도로 깊게 교감하고 연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였어요.”

박 작곡가는 “나는 ‘개들의 랩소디’에서 항상 눈물이 난다”며 “개와 인간이 만나게 돼서 둘의 역사를 얘기해주는 곡이니까 우리 강아지와 나의 추억이 가장 많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 공연 사진. [아떼오드]

큰 체구와 외모로 무서운 인상을 풍기지만 가슴 속엔 따뜻함이 가득한 랩터 역은 송원근과 고상호, 유리아, 배나라가 맡아 번갈아 무대에 오르고 있다. 호기심 많고 자유분방하지만 사람들에게 불길하다는 말을 듣고 자란 플루토는 고훈정과 문태유, 강지혜, 김우석이 연기한다.

박 작곡가가 “내부 리딩 때 함께 한 상호 배우랑 태유 배우가 다시 와줘서 되게 고맙고 좋았다”고 하자 한 작가도 크게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작가는 “특히 상호 배우는 강아지가 공연을 하기 전에 세상을 떠나서 힘들어 하셨다더라”며 “리딩 때 막 강아지랑 고양이 합사를 했고 둘이 많이 싸운다고 ‘지금이 완전 개와 고양이의 시간’이라는 얘길 했는데 본공연 하기 전에 그런 일이 있어서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전했다.

박 작곡가는 “태유 배우는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어서 고양이가 물을 싫어한다든가 우리가 기본 상식으로 아는 것도 아예 몰랐다”며 “리딩 연습할 때부터 작가님한테 ‘왜 여기서 물 때문에 이렇게 대사를 하냐’ 등 엄청 꼬치꼬치 묻더니 리딩 끝날 때쯤 완전 고양이가 돼서 왔다. 되게 잘한다”고 문태유를 칭찬했다.

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 공연 사진. [아떼오드]

한 작가는 초연을 준비하면서 배우들의 열정에 감탄했다고 밝혔다. “저는 ‘개랑 고양이처럼 하기 힘들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서 너무 많이 연기하는 걸 쓰진 않았어요. 근데 본인들이 더 표현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굉장히 열성적으로 아이디어를 많이 냈어요.”

박 작곡가도 거들었다. 그는 “배우들 입장에선 멋있어 보이지 않아서 하기 싫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굳이 안 해도 되는 쪽으로 작업을 했다”며 “그런데 다들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더 개발한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훈정 배우랑 원근 배우가 진짜 웃기다”며 “우린 보면서 ‘이대로 무대 하면 너무 웃겨서 어떡하지’ 이런 걱정까지 했다. 훈정 배우는 그게 많이 참고 있는 거라더라”고 얘기했다.

박 작곡가는 “원근 배우가 되게 잘하는데 난 얼굴만 봐도 웃기다. 훈정 배우랑 원근 배우랑 리허설 할 땐 등장만 해도 웃겨서”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 공연 사진. [아떼오드]

한 작가도 함께 웃으며 에피소드를 보탰다. “서로도 웃길 거예요. 연습 때 둘이 웃기는 애드리브만 해보라고 하면 끝도 없이 했을 걸요. ‘난 맞아서 쓰러졌고’ 할 때 캔디춤을 춘다든가 춤도 이상하게 춰요.(웃음)”

박 작곡가는 “서로 막 뭘 하려고 의도한 건 아닌데 티키타카가 너무 재밌다”며 “여기서 척 하면 저기서 척 받아주니까 엄청 웃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둘의 에너지가 있다”며 “끼가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그는 “막내들(김우석·배나라)은 좀 얼어있어서 웃기게 할 순 없다”며 “마냥 성실하고 열심히 한다”고 덧붙였다.

한 작가가 “개랑 고양이라는 특성상 보고나면 훨씬 더 귀엽게 남더라”고 하자 박 작곡가는 “태유 배우가 할 때도 고양이 캐릭터 자체가 귀여웠다”고 짚었다.

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 공연 사진. [아떼오드]

한 작가와 박 작곡가는 “작업 방식이 잘 맞아서 다음 작품도 같이 하자고 의견을 모으고 작품을 구상 중”이라고 귀띔했다. 한 작가는 박 작곡가에 대해 “‘팬레터’를 하면서 굉장히 잘 이해하고 곡을 써주셨다”고 말했다. 박 작곡가는 “‘팬레터’ 때 좋았던 기억밖에 없다”며 “곡도 5~10분 만에 한방에 써졌다”고 한 작가와의 호흡을 자랑했다.

같이 작업하면서 느낀 시너지를 묻자 한 작가는 “나는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써서 드리는 편”이라며 “어떤 작곡가에겐 불편할 수도 있을 텐데 작곡가님은 그걸 더 편하게 생각하시고 잘 살려주신다”고 답했다.

박 작곡가는 “이희준 작가님도 그렇고 작가님도 완대본을 주신다”며 “작가님이 먼저 만들어놓은 드라마와 캐릭터를 확실히 알아야 캐릭터의 마음에서 드라마의 흐름으로 노래를 쓸 수 있어서 이쪽 방법을 선호한다”고 했다.

“제가 봤을 때 작가님은 가사가 되게 강해요. 다른 대본을 볼 필요 없이 그 가사만 보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거든요. 저는 작가님 대본을 쭉 보고 맘에 드는 것부터 써요. 굳이 다 생각하고 처음부터 볼 필요가 없어요. 가사만 보면 감정이 뚜렷하게 나와 있어서 ‘팬레터’ 때도 빨리빨리 써진 거예요.”

[사진=조성우 기자]

한 작가는 “클래식 라디오 작가로 2년 정도 일한 경험이 뮤지컬 작가로서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나는 뮤지컬은 대본도 중요하지만 노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본에서 노래를 살리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에요. 제가 가사를 약간 문학적으로 쓰기도 하는데 작곡가님이 언어의 고저장단에 맞게 작곡을 잘 해주셔서 잘 들려요.”

이에 박 작곡가는 “미국에 공부하러 가서 작곡에 대해서 배운 적은 거의 없고 악센트와 글자 수에 맞춰서 쓰는 걸 했다”고 말했다. 그의 남편인 배우 이승현의 영향도 있었다. “남편이 성악과 출신 배우다보니까 말에 민감해요. 가이드를 하면서 뭐가 안 들리는지 얘기해줘요.”

두 사람은 서로의 장점을 하나하나 나열하며 잘 맞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쉴 새 없이 찾아냈다. 완벽한 호흡의 작가와 작곡가가 3년 간 개발해 처음 선보인 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은 다음달 20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만날 수 있다.

박은희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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