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여당을 중심으로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에 대한 규제를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새벽 배송을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업계의 관심을 뜨겁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이종배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20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도 대형마트가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쇼핑은 그대로 영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종배 의원은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며 의무휴업일에 온라인쇼핑 영업까지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의무휴업일 지정이 중소유통업을 보호하는데 목적이 있음을 고려할 시 대형마트 등의 온라인쇼핑 영업을 규제해도 중소유통업체에 반사이익이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대형마트 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발의된 유통법 대부분이 신규 출점 규제, 영업시간 단축 등 규제 일변도의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또 법안이 통과될 경우 가속화되고 있는 유통업계의 구조조정 속도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대형마트 업계는 대부분 점포 매각 등을 통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연중 16개 점포의 문을 닫을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안산점, 대전탄방점 등 3개 점포를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이와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언제 인력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질지 모른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종배 의원의 법안이 통과될 경우 대형마트의 '연쇄 폐점'의 속도는 더뎌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또 기존 인력을 온라인 쇼핑을 위한 '피커' 및 '패커'로 활용할 수 있어 인력 운영에도 여유가 생긴다.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일 온라인쇼핑 영업이 허용될 경우 신선식품 등 강세를 보이는 상품군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주요 상권마다 대형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주요 이커머스 업체에 뒤지지 않는 물류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서다. 특히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이커머스 대비 높은 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바라봤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신선식품 등에 대해서는 대형마트의 상품들이 이커머스 상품 대비 높은 신뢰도를 얻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일 의무휴업일 온라인쇼핑 영업이 허용될 경우 신선식품 중심의 매출이 크게 늘어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법안 발의가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당이자 국회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개원 이후 연이어 유통업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기존 유통법의 일몰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물론 의무휴업 규제 대상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아울렛, 면세점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의무휴업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연중 최대 대목인 추석과 설날을 반드시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대형 유통기업으로부터 상품을 공급받는 상품공급점이나 매출·자산총액 규모가 대규모·준 대규모인 점포도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다이소나 이케아 등도 대형마트와 동일한 규제를 받게 된다.
홍익표,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유사한 법안을 내놨다. 홍 의원은 복합쇼핑몰에 의무휴업일을 두고 대규모점포 출점을 제한할 수 있는 전통상업보존구역을 기존 상권이 형성된 지역인 상권 보호구역으로 확대 개편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발의 법안에 전통상업보존규역을 현행 1km에서 20km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업계는 이종배 의원의 법안이 작은 '움직임'은 될 수 있을지라도 법안 제정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바라보고 있다. 복합쇼핑몰 규제가 여당의 1호 공약이었던 만큼 여당 측에서 유통법 규제 완화에 대해 유화적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전망이다. 또 매각 이슈 등으로 관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마트노조의 반발 등 내부적으로 처리해야 할 문제도 산재돼 있다.
대형마트의 온라인쇼핑 영업 규제가 현행 유통법에 기반한 것이 아닌 만큼 법안 통과에 대한 기대감도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다. 대형마트에 대한 현 규제는 지난 2012년 지식경제부 및 법제처 유권해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유권해석은 규제로 적용할 수는 있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이에 이 의원의 법안을 기반으로 10년 동안 변화한 소비 환경을 감안할 것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극단적 여대야소 상황인 현 국회 지형과 정책 기조를 고려해 보면 이 의원의 법안 통과가 업계 입장에서 간절하다 해도 유통업계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은 적다"며 "기존 규제의 허점과 달라진 소비 트렌드를 중심으로 한 논리를 마련해 국회에 유통법 완화의 필요성을 전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 같은 사업을 진행하는 온라인쇼핑 분야에서는 '동등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며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배송 업무조차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규제"라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