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남양유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시장 위축과 대내외 혼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2009년 이후 이어온 '1조 매출' 기록이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 1분기 매출 2천315억 원, 영업손실 206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8% 줄었고 영업이익은 334억 원 가량 줄어 적자전환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6년 41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2017년 51억 원, 2018년 86억 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4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지속적인 실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 사이 경쟁사였던 매일유업과의 간격은 지속적으로 멀어지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천582억 원, 영업이익 203억 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대비 6.1%, 영업이익은 4.1% 개선됐다. 또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실적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남양유업의 이 같은 부진은 분유·우유 관련 상품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로 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출산률 감소로 인해 분유 시장이 전반적 위축 국면에 접어들었고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연기돼 우유 급식 시장까지 타격을 입은 만큼 남양유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오프라인 분유시장의 규모는 1천239억 원 수준으로 2014년 1천953억 원 대비 36.5% 가량 줄어들었다. 또 급식 우유의 공급이 중단돼 유업계 전반적으로 지난 상반기 수백억 원 대의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양유업은 우유급식 시장의 약 25%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는 남양유업의 '매출 1조 클럽' 탈락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점치는 모습이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 2009년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달성한 바 있다. 이후 2013년 대리점 상품 강매 사건 등의 악재가 이어졌음에도 단 한 차례도 매출 1조 원 이하를 기록하지 않았다.
다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위축이 예상 이상으로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외적 악재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남양유업은 대리점 상품 강매 사건 이후 지속적으로 이미지 개선에 힘써왔다. 특히 최근에는 기금을 마련해 대리점과 상생 행보를 강화하는 '협력이익공유제'를 도입하는 등 제도적 개선도 도모했다.
하지만 지난 5월 경쟁사 비방 사건이 터지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당시 남양유업은 지난해 초 홍보대행사를 통해 온라인 맘카페 등에 경쟁사를 비방하는 글과 댓글을 지속해서 게시한 혐의를 받았다.
또 이 사건을 이유로 홍원식 회장이 입건됐으며 이달 초 검찰 조사를 받기까지 했다. 홍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해당 홍보대행사에 돈을 전달했지만 비방 작업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양유업이 이 같은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남양유업은 지난 2009년과 2013년에도 온라인을 통해 경쟁사 비방글을 작성했다는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이에 이번 사건 수사에서 홍 회장과 경쟁사 비방글 사이의 연관성이 입증될 경우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남양유업은 지속적인 내부 혁신을 이어감과 함께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백미당' 등 신사업에 힘을 줘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백미당이 '키 포인트'로 꼽힌다.
백미당은 지난 3일 국내 업체 최초로 중국 상해 디즈니타운에 매장을 열었다. 이 곳은 수천 개의 업체가 입점 경쟁을 벌이는 곳으로 백미당의 경쟁력을 입증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은 현지 시장을 겨냥해 '고가 전략'을 꺼내들어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속적 투자도 이어나갈 방침이다. 이어지는 논란으로 스테디셀러 제품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더욱 높은 품질의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시장의 이목을 다시 한 번 집중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남양유업은 실적 악화가 지속되는 와중에도 지난해 연구개발비를 2018년 대비 26.7% 늘어난 76억 원으로 증액한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사업 전략 전환의 결과가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까지는 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남양유업의 고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한 내·외적 노력을 이어왔지만 논란이 반복되고 있어 곤란한 상황일 것"이라며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업계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 이 같은 도덕성 논란은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적극적으로 신사업을 개척하고 있지만 이 같은 노력이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코로나19 사태와 최근 논란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2분기 실적이 남양유업의 올 한 해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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