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주목받는 ‘연극계 콤비’ 신유청·백석광


“이젠 가족·친구 같아…연극 즐거움 함께 나눠 행복”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대본을 보면 역할들이 있잖아요. 적당한 게 없으면 ‘석광이 못 하겠네’ 그런 생각이 제일 먼저 들더라고요.”

신유청 연출과 배우 백석광은 지난해 연극 ‘그을린 사랑’ ‘와이프’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 등 3개 작품을 같이 하며 남다를 호흡을 자랑했다. 특히 그 중 2개 작품이 주요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면서 주목받는 연출가·배우 콤비로 부상했다.

[사진=정소희 기자]

‘와이프’는 제56회 동아연극상에서 작품상·연출상·유인촌 신인연기상 3관왕에 올랐다. 백석광은 이 작품으로 제56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연극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신 연출은 ‘그을린 사랑’으로 제56회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대상 격인 백상연극상과 제7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연극부문 최우수상까지 수상했다.

수상에 대해 백석광은 “‘와이프’는 모두가 주인공”이라며 “1막부터 4막까지 토스되는 감각들이 일반적이지 않다. 어떻게 보면 퀴어의 영역에서 나올 수 있는 상상력으로부터 오는 사건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부 강간이라는 커다란 사건과 퀴어에 대한 사회적 반감 속에서 꽃피우지 못한 사랑 등의 연결고리가 있다”며 “극을 끌고 가는 역할도 아닌 내가 상을 받았다는 건 연극계가 소수자의 이야기에 힘을 실어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신 연출은 “상을 받았을 때도 체감이 안됐고 지금도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되게 중요한 시간을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1부의 인생이 지나가는 느낌인데 2부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신중히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정소희 기자]

두 사람의 인연은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석광은 “스무 살 때 상경을 해 서울의 문물을 맛보면서 홍대 길거리에서 놀고 있었는데 친한 형이 꼭 만나봐야 될 친구가 있다고 유청이 형을 소개시켜줬다”며 “나름 자부심이 있었는데 나보다 더 멋있는 사람이 들어오더라”고 신 연출의 첫인상을 얘기했다.

신 연출은 “나는 그때 22세였는데 연극을 뜨겁게 하다가 군대 갈 날짜가 다가와 다른 일을 재밌게 하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바코드로 충전하는 게임머니가 출시됐을 때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게 돕는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한참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무료하던 차에 그 일을 소개해준 형이 홍대에서 놀자고 해서 갔는데 석광이를 만났죠.”

백석광은 “나는 앞니가 없는 무용수였다. 갑자기 이가 빠졌는데 형편이 안돼서 5년 정도 앞니 없이 살았다”고 하자 신 연출은 “동그란 안경을 쓰고 앞니가 없는데 아주 해맑게 웃던 모습이 생각난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안면을 튼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건 12년이 지나서였다. 그 사이 중앙대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한 신 연출은 계속 연극 일을 하고 있었고, 백석광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무용을 공부하다가 같은 학교 연극원 연출과로 재입학했다.

2014년 명동예술극장에서 제작한 연극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에서 백석광은 조연출을, 신 연출은 조명 디자이너 어시스턴트를 하면서 지금과는 또 다른 업으로 조우했다.

[사진=정소희 기자]

그때부터 간간이 연락을 하고 지내다가 신 연출이 지난해 ‘그을린 사랑’의 배우로 백석광을 캐스팅한 것이다. “‘나왈’ 역의 이주영 배우가 석광이랑 친하게 지냈는데 마침 ‘니하드’ 역할이 비어있어서 석광이가 하면 좋겠다는 주문을 계속 했어요. 석광이랑 마로니에공원에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작품 얘기를 했는데 재밌었어요. 되게 좋은 오디션이자 미팅이었어요.”

백석광은 “텍스트를 봤을 때 느껴졌던 역할에 대한 영감을 표현하는 게 재밌는 일이지 않나”라며 “형이 갖고 있는 기운 때문인지 형이 편안하게 자리를 만들어주니까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로가 보는 장점을 묻자 신 연출은 “연출의 디렉션을 수용하는 것을 넘어서 자기가 딛고 있는 이 공간을 굉장히 잘 만들어내는 것 같다”며 “손짓과 몸짓, 언어 쓰는 것까지 신중하게 만들어내서 숨 쉬는 것, 손짓하는 것, 바라보는 것 등이 평온한 상태에서 자기 것이 돼있다”고 칭찬했다.

백석광은 “형은 연출할 때 말이 거의 없다”며 “엄청 주의 깊게 계속 지켜보신다”고 설명했다. “무엇을 하고 어떻게 할지에 대한 말도 절대 안 해요. 프로덕션 기간이 짧으니까 빨리빨리 만들려면 연출가가 ‘이렇게 하자’고 말할 수도 있는데 형은 ‘그 부분에 대해서 더 생각해보자’라고 하시며 배우에게 기회를 줘요. 배우들의 아이디어를 충분히 수용하고 그걸 즐거워해요. 배우를 한 명의 창작자로서 대우해줘서 순도 높게 무대 위에 올라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진=정소희 기자]

신 연출은 “공연 올리기 전까지만 해도 석광이의 연기에 대해선 크게 신경을 안 썼다”며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고 하는 건 관객에게서 오는 피드백”이라고 짚었다. 이어 “팀 내에선 늘 잘 웃고 분위기를 활기차게 해서 사람들한테 좋은 향기를 뿜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제일 좋았다”며 “연극을 하는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백석광은 “앞으로도 많은 작품을 만나겠지만 지금 무척 즐거운 시절인 것 같다”며 “모든 사람 다 만나면서 작품하기가 참 어려운데 한 연출가와 긴밀한 작품을 하는 건 더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알고 있어서 허투루 하고 싶지가 않다”며 “매순간 작품에 임할 때 충실하고 최대한 나로 있으려고 한다”고 조심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올해 ‘와이프’와 ‘그을린 사랑’을 다시 올리게 되면서 두 사람은 작업을 이어간다. 신 연출은 백석광에 대해 “가족 같고 형제 같은 친구”라며 “아직 차기작이 없지만 당연히 석광이랑 같이 하면 좋다”고 말했다.

박은희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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