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풀무원은 해외 현지 김치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 농산물을 토착 미생물을 통해 발효시킨 김치만이 진정한 '한국 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우리 공장에서 생산된 프리미엄 김치로 해외 시장에 도전하겠습니다."
지난 14일 전라북도 익산 왕궁면 국가식품클러스터 입구에 위치한 풀무원 익산 글로벌김치공장에서 만난 박범돈 공장장은 풀무원은 왜 국내 공장만을 운영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이어 "글로벌김치공장에서 만드는 김치의 원료는 97%가 국내산이며 생산 직원 전원이 한국인"이라며 "단순히 좋은 상품을 많이 판매하는 것을 넘어 진정한 '상생'의 의미를 담아 잘 만든 제품을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풀무원이 '국산 김치'를 앞세워 미국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지난 2월 풀무원이 미국에 판매하고 있는 '나소야 김치'의 시장 점유율은 42.8%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3위 업체의 점유율을 합친 것보다 두 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특히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국 현지에서 김치가 면역력을 길러주는 식품으로 각광받는 분위기와 사회적 '비건 트렌드'에 힘입어 이 같은 점유율 확대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풀무원은 지난 2016년 미국 1위 두부 브랜드 '나소야'를 인수한 후 2018년 5월부터 나소야 브랜드로 김치를 미국 현지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또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최초 100여 개 월마트에서만 판매되던 나소야 김치는 현재 미국 전역의 3천900여 개 월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다.
◆식품 공장인가 제조 공장인가…'최첨단'으로 만들어지는 '전통 김치'
이날 찾은 풀무원 익산 글로벌김치공장은 이 같은 '역사'를 써내려 온 나소야 김치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풀무원은 미국에 수출되는 김치 전량을 이 곳에서 생산하고 있다. 공장의 외관은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깔끔한 모습이었으며 입구에 들어서자 김장독 뚜껑을 벽에 붙여놓은 것과 같은 느낌의 디자인이 적용된 외벽이 눈을 사로잡았다.
이준화 풀무원 김치사업부장은 "익산은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지만 인근에 위치한 미륵사지 석탑에서 김치옹기 유적이 발굴된 적이 있을 만큼 김치와 연관이 깊은 지역"이라며 "또 '맛있는 음식'으로 유명한 남도 지역에서 생산된 원재료를 바로 공급받을 수 있는 현실적 장점도 있어 김치 공장 입지에는 최적인 장소"라고 설명했다.
풀무원 익산 글로벌김치공장은 최첨단 기술을 적용해 김치를 생산하고 있었다. 기존의 노동집약적인 김치공장에서 과감히 탈피해 재료 입고·포장·배송 등 모든 제조과정을 자동화한 모습이었다. 특히 미국에 수출되는 '맛김치'와 백김치, 깍두기, 섞박지 등은 완전 자동화 생산을 적용했으며 이 모든 제조공정은 국내 업체인 대덕종합기계가 설계한 설비를 통해 진정한 '한국산'을 구현했다.
완성된 김치를 숙성하는 과정에서도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풀무원은 익산 글로벌김치공장에 '김장독 쿨링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를 활용해 여러 곳의 숙성고 온도를 다양하게 조정해 용도에 알맞는 속도로 김치가 숙성되도록 했다. 또 이 모든 과정은 중앙통제실 및 각 숙성고 앞에 설치된 터치모니터로 실시간 모니터링됐다.
위생 또한 최고 수준으로 관리됐다. 특수 콘크리트를 적용해 바닥 내 물기를 거의 없도록 관리해 세균 번식을 차단했다. 특히 바닥에 물기가 없는 만큼 작업자들도 장화를 신지 않고 업무에 임할 수 있어 신체적 피로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또 제조 과정에는 금속검출기와 X레이 장비를 통해 실시간으로 금속 등 이물을 검출할 수 있도록 했으며 완제품은 재료·양념·생산일 등을 로트번호를 관리해 실시간으로 불량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박 공장장은 "과거 한 고객이 김치가 짜다는 민원을 제기했을 때 로트번호를 통해 하루만에 뭉침 소금으로 인한 불량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현재도 로트번호를 기반으로 월간 계획에 따라 일자별로 철저히 수요를 관리해 생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수출되는 '용기김치' 국내 역수입…"새로운 김치 트렌드 이끌 것"
풀무원은 글로벌김치공장에서 생산된 수출용 '용기김치'를 통해 국내 김치 시장의 트렌드를 바꿔나갈 계획이다. 실제 풀무원은 지난 3월 한국 코스트코에 수출용 용기김치 제품을 입점시키며 국내 시장에서의 판매에 나섰다. 또 최근에는 홈플러스까지 유통경로를 확보했다.
풀무원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포장김치가 대부분 비닐에 담겨 판매되는 3~10kg 대용량 제품과 100g 이하 파우치형 제품으로 구성돼 있는 점을 감안해 용기김치의 국내 론칭을 결정했다. 대용량 제품이 개봉 후 밀폐가 불가능해 다른 용기에 담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파우치형 제품은 너무 적다는 단점을 모두 극복할 수 있는 제품이 400g짜리 용기김치라는 판단에서다.
또 주요 고객층으로는 1~2인 가구 젊은 고객을 꼽았다. 이들이 시장 주류 소비세력으로 떠오르고 있음과 함께 기존 포기김치보다는 풀무원 용기김치와 같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썰은 김치'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에게 풀무원의 특허 유산균 '씨앗유산균'이 내는 시원한 감칠맛과 청량감이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이 사업부장은 "국내 김치 소비 트렌드는 점점 소용량과 편리함, 새로운 맛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아직 이 같은 니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편리미엄' 용기김치의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글로벌 김치 트렌드를 선도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풀무원은 글로벌김치공장을 통해 미국을 넘어 일본·중국 시장에도 제대로 만든 '한국산 김치'를 수출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매운 맛으로 한국산 김치를 외면하던 일본 시장이 최근 한류 문화에 개방적 모습을 보이며 한국산 김치에도 기회가 열리고 있으며 저가형 김치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중국 시장에는 '프리미엄 한국산' 이미지를 어필해 현지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사업부장은 "풀무원은 대표 한식이자 발효식품인 김치의 국내 100% 생산을 고집하고 있으며 '뮤지엄김치간' 등 김치 문화에 대한 진정성을 담아 제품을 만들고 있다"며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이어가고 일본·중국 시장에 진정한 '한국 김치'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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