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상호 기자] 20년 넘게 활동한 한국 시민운동의 역사. 3선에 성공한 서울시장.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 중 한명.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세상을 등졌다.
박원순 시장은 1956년 경남 창녕의 한 농가에서 7남매 중 여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책을 좋아하는 평범한 시골 아이는 중학교 졸업 후, 서울에서 유학 중이던 친형을 따라 상경해 경기고에 입학했다.
그는 법조인의 꿈을 안고 재수 끝에 서울대 사회계열에 합격했다. 하지만 입학한 지 3개월 만인 1975년 5월 고(故) 김상진 열사의 추모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투옥돼 4개월간 옥살이를 하고 학교에서도 제적됐다.
이후 단국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 제22회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대구지검 검사로 재직했지만 '사람 잡아넣는 일'이 체질에 맞지 않아 6개월 만에 사표를 냈다.
1994년에는 국내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설립을 주도하면서 시민운동에 첫 발을 내딛었다.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활약하면서 '소액주주 권리찾기 운동', '국회의원 낙선운동', '1인 시위' 등을 벌이며 정치권과 사회에 새로운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박 시장은 2000년부터 '기부·나눔·참여'에 관심을 두며 또 한번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2000년 아름다운 재단을 설립하고, 이를 토대로 사회적 기업인 아름다운 가게도 열었다. 2006년부터는 공공기관에 시민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관협치 기관으로 평가받는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로 재직했다.
2011년 그는 대중 정치의 영역에 도전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퇴로 공석이 된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양보로 야권 단일화에 성공했다.
박 시장은 여권에서 쉴새 없이 제기한 병역, 가족사, 학력 등의 공세를 뚫고 사상 처음으로 시민운동가 출신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서울시장이 된 박 시장은 2014년 재선, 2018년 3선에 성공하며 반값등록금, 무상급식, 비정규직 정규직화, 도시재생 등 자신이 꿈꿨던 수많은 사회혁신 정책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겼다. 박 시장은 이렇게 '서울 10년 혁명 완수'라는 큰 목표에 다가서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같은 '시민과의 협치', '경제', '평화와 안보' 등 굵직한 정책을 수행했다.
"대통령은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안 되고 싶어도 하게 되는 운명적인 직책이라고 생각한다"는 박 시장은 2020년 7월, 북악산 성곽길 인근 야산에서 더 큰 소명의식과 더 큰 권력의지에 다가섰던 삶을 마감했다.
정상호 기자 uma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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