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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특정선수의 왕국이었다"…故 최숙현 동료 선수들의 호소[전문]


[아이뉴스24 권준영 기자]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철인3종 국가대표 고(故)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단체에 대한 폭로에 나섰다. 이들은 "경주시청 철인 3종 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다"라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故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은 6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감독이 최 선수와 동료들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며 "주장 선수도 최 선수와 동료들을 집단 따돌림 시키고 폭행과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YTN 방송화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YTN 방송화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동료 선수들은 "감독은 2016년 8월 점심에 콜라를 한 잔 먹어서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빵을 20만원어치 사와 숙현이와 함께 새벽까지 먹고 토하게 만들고 또 먹고 토하게 시켰다"고 했다. 또 "견과류를 먹었다는 이유로 견과류 통으로 머리를 때리고 벽으로 밀치더니 뺨과 가슴을 때렸다"고 폭로했다.

이어 "부모님과의 회식 자리에서 감독이 아버지께 '다리 밑에 가서 싸우자'고 말하고 어머니한테는 '뒤집어 엎는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말했다. 또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80만~100만원가량 사비를 주장 선수 이름의 통장으로 입금하라고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물리치료사 A씨가 심리치료를 받고 있었던 최 선수를 "극한으로 몰고 가 자살하게 만들겠다"고 주장하면서, 치료를 이유로 선수들의 가슴과 허벅지를 만져 성적 수치심도 느꼈다고 전했다.

최 선수의 동료들은 "다른 피해자가 더 많은 것으로 안다"며 "이번 사건으로 피해자들의 처벌이 이뤄지고 운동선수들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한편,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의 최숙현 선수는 지난달 26일 오전 부산의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은 전 소속팀 경주시청에서 최 선수가 상습 폭행과 괴롭힘, 갑질 등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녹취록에는 고인을 폭행하고 모욕하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 다음은 故 최숙현 선수 동료들의 추가 피해 폭로 기자회견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고 최숙현 선수와 함께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 생활을 한 동료 선수입니다.

오늘 저희는 그동안 보복이 두려웠던 피해자로서 억울하고 외로웠던 숙현이의 진실을 밝히고 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으며,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되어 있었습니다.

감독은 숙현이와 선수들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으며, 주장선수도 숙현이와 저희를 집단 따돌림시키고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습니다.

감독은 16년 8월 점심에 콜라를 한 잔 먹어서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빵을 20만원 어치 사와 숙현이와 함께 새벽까지 먹고 토하게 만들고 또 먹고 토하도록 시켰습니다.

또한 견과류를 먹었다는 이유로 견과류 통으로 머리를 때리고 벽으로 밀치더니 뺨과 가슴을 때려, 다시는 안 먹겠다고 싹싹 빌었습니다.

19년 3월에는 복숭아를 먹고 살이 쪘다는 이유로 감독과 팀 닥터가 술 마시는 자리에 불려가서 맞았는데, 이미 숙현이는 맞으면서 잘못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빌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설거지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고, 부모님과의 회식자리에서 감독이 아버지께 다리 밑에 가서 싸우자고 말하고 어머니한테는 뒤집어 엎는다고 협박까지 했습니다.

경주시청 선수 시절 동안,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을 당했으며 욕을 듣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하루 하루를 폭언 속에서 선수 생황을 했습니다.

감독한테서 인센티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지원금이 나오는데도 80만~100만원 가량 사비를 주장 선수 이름의 통장으로 입금을 요구했습니다.

가혹행위는 감독만 한 게 아니었습니다. 팀의 최고참인 주장 선수는 항상 선수들을 이간질하며 따돌림을 시키고, 폭행과 폭언을 통해 선수들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습니다.

그 선수 앞에서 저희는 사람이 아닌 존재가 되는 거 같았습니다.

같은 숙소 공간을 쓰다 보니 훈련시간 뿐만 아니라 24시간 주장 선수의 폭력과 폭언에 항상 노출되어 있었고 제3자에게 말하는 것도 계속 감시를 받았습니다.

주장 선수는 숙현이 언니를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서로 이간질을 해 다른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지 못하게 막았고 아버지도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했습니다.

또한 숙현이 언니가 팀 닥터에 맞고 나서 방에서 혼자 휴대폰을 보면서 크게 울고 있는 것도 “쇼하는 것”이라며, “휴대폰 보고 어떻게 우냐”, “뒤에서 헛짓거리 한 것 같다”며 숙현이 언니를 정신병자 취급을 하고 “도망갈까봐 달래줬다”라고 말했습니다.

주장 선수는 훈련을 하면서 실수를 하면 물병으로 머리를 때리고 고소공포증이 있는 저를 멱살을 잡고 옥상으로 끌고 데려가 “뒤질 거면 혼자 죽어라”며, 뛰어내리라고 협박해 잘못했다고 살려달라고 사정까지 했습니다.

감기 몸살이 걸려 몸이 좋지 않았는데도 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배를 시켜 각목으로 폭행해 피멍 등 부상을 입어 훈련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피로골절로 인해 반깁스를 해 운동을 못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주장 선수가 “꼴 보기 싫다”며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라”고 해 잠자는 시간 빼고는 하루 종일 웨이트장이나 창고에서 숨어서 지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주장 선수는 술에 취해 잠이 든 상태에서 몰래 방에 들어와 휴대폰에 지문을 인식시켜 휴대폰 잠금을 풀고 카톡을 읽었으며 자신이랑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 연락했다는 이유로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새벽에 억지로 연락을 하도록 시키는 등 폭언과 무시를 하며 지속적으로 괴롭혔습니다.

그러고는 팀을 나간다고 말하자 “너 팀 나가면 명예훼손으로 신고하겠다. 때리고 그런 적 없다”고 협박하고 발뺌을 했습니다.

팀 닥터는 자신이 대학교수라고 말했으며 수술을 하고 왔다는 말도 자주 했을 뿐만 아니라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심지어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숙현이 언니를 “극한으로 끌고 가서 자살하게 만들겠다”라고 까지 말했습니다.

경주경찰서 참고인 조사에서는 담당 수사관은 “최숙현 선수가 신고한 내용이 아닌 자극적인 진술은 더 보탤 수가 없다”며 일부 진술을 삭제했으며, 어떻게 처리될 것 같냐는 질문에 “벌금 20만~30만원에 그칠 것”이라고 말하면서 “고소하지 않을꺼면 말하지 말라”고 하여, 혹여나 벌금형을 받게 되면 제가 운동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대회장에서 계속 가해자들을 만나고, 보복이 두려워 고소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술인 조사 이후에는 훈련을 하지 못할 정도로 불안감까지 느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발 디딘 팀이 경주시청이었고 감독과 주장선수의 억압과 폭력이 무서웠지만, 쉬쉬하는 분위기에 그것이 운동선수들의 세상이고 사회인 줄 알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 유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숙현이 언니와 함께 용기 내어 고소를 하지 못한 점에 대해 숙현이 언니와 유가족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고 최숙현 선수와 저희를 비롯한 모든 피해자들은 처벌 1순위로 주장 선수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 모든 운동선수들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기를 바랍니다.

아직까지 다른 피해자가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체육계 선수분들의 구조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권준영 기자 kjykj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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