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ISMS 미인증 부산대, 과태료 대상 아냐"

[아이뉴스24 최은정 기자] 부산지방법원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기한 내 받지 않은 부산대가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부산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ISMS 미인증 대가로 부과한 과태료 3천만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 특히 이번 결정은 앞으로 남은 ISMS 미인증 국립대 9곳 관할 법원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24일 부산대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다산에 따르면 부산지법은 전날 이 같은 내용의 결정문을 전달했다.

앞서 부산대 포함 10개 국립대는 인증 기한이던 지난해 8월 31일까지 ISMS 인증을 취득하지 않았으며, 이후 이어진 1차·2차 과태료 고지에도 불응한 바 있다. 부산대의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라는 부산지법 약식결정에 이의를 제기, 지난 19일 1차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부산지법은 이번 결정문에서 부산대를 국가 소속 국립기관으로 봤다. 국가는 과태료 부과 대상자가 될 수 없다고 보고 과태료 미부과 결정을 내린 것. 따라서 이중규제 요소 등 그간 주로 쟁점으로 여겨져온 부분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

부산지법은 결정문을 통해 "국가는 과태료 부과 및 징수의 주체로서 과태료 부과의 대상자가 될 수 없으므로 국가를 위반자로 처벌할 수는 없다"며 "학교는 일반 법인도 아니고 비법인 사단 또는 재단도 아니기 때문에 민사소송에서 당사자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법리는 비송사건에서도 마찬가지"라며 "국가(부산대)는 과태료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위반자를 벌하지 아니하기로 해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김영기 다산 변호사는 "(법원이) 심문기일 당일 국립대가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 우리 측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되면 ISMS-정보보호 수준진단 이중규제 요소, 망법 시행령 규정 유효 여부 등 쟁점들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논리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다산에 따르면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2조 제3호에 당사자란 질서위반행위를 한 자연인 또는 법인(법인 아닌 사단 또는 재단 포함)으로 한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어 "(다른 법원에서도) 이번 부산지법 결정을 고려해 같은 결론을 낼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레 예상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부산지법 결정에 대해 검찰과 논의하고 일주일 이내 즉시 항고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내부 검토를 통해 항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