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핫스팟] "요즘은 쉬러 은행갑니다" 하나은행 홍대거리 뒤집어 놨다


언택트시대 맞아 영업점 미래 제시한 'H-PULSE'…시민·대학생 아지트로 인기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승강기를 타고 2층에 도착했다. 지하철 개표구처럼 생긴 게이트가 눈에 들어온다. 스마트폰 앱으로 바코드를 스캔하니 문이 스스르 열린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반겨준다. 구석에 비치된 커피머신에서 아메리카노를 한 잔 뽑아 푹신한 소파에 몸을 맡긴다. 15분정도 지났을까. 안내방송에서 나를 찾는다. 시간이 됐다.

공항 라운지 이야기냐고? 아니다. 은행 이야기다. 여기선 순번표를 받고 뻘쭘하게 앉아있을 필요가 없다. 대기시간이 조금 길다 싶으면 건물 내부의 유기농 빵집에 들렀다가 올라와도 되고, 귀찮다면 넓은 소파에 몸을 뉘였다가 가도 된다. 은행에 대한 통념을 깬 곳이다.

H-PULSE 2층에 마련된 '하나멤버스 라운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굉장히 많다. [정소희 기자]

핀테크 기술의 발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맞물리면서 은행권에 '언택트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 전통적인 대면 채널인 은행 영업점의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금융 취약자 등을 고려하면 영업점을 없애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하나은행이 'H-PULSE(에이치 펄스)'로 은행 영업점의 미래를 제시한다. 단순히 은행 업무만 보고 가는 게 아니라, 문화공간 속에 은행 영업점을 녹여낸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이 야심차게 준비한 H-PULSE를 지난 5일 방문했다.

◆"외관 만큼이나 내부도 화려해요…갈 곳 없다면 하나멤버스 라운지!"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를 가봤던 이라면 한 번쯤 알게 모르게 H-PULSE를 본 적이 있다. 홍대 정문 앞에 우뚝 솟아있는 흰색 건물. 그게 H-PULSE다.

H-PULSE는 하나은행이 하나멤버스 고객을 위해 마련한 라운지다. 건물은 지난 2019년 1월 완공됐고, 그해 12월 정식으로 열었다. 하나은행(Hanabank), 홍대 거리(Hongik University Road), 힙스터(Hipster)의 'H'와 활기를 뜻하는 'Pulse'를 합쳤다. 차별화되고 개성 넘치는 하나멤버스만의 참여 공간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 위치한 하나은행 'H-PULSE'. 독특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정소희 기자]

전체적으로 흰색 타일로 채워진 덕에 눈에 안 띌 수가 없다. 다소 경사진 곳에 건물이 지어졌는데,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위아래로 뻗은 곡선이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건물을 감싼 하얀색 타일은 모두 육각형 모양이다. 열정(Passion), 열린마음(Openness), 손님 우선(With Customer), 전문성(Excellence), 존중과 배려(Respect), 성실·정직·투명(Integrity)이라는 하나금융그룹의 6가지 핵심가치를 모티브로 삼아 디자인에 녹였다. 모두 인조 대리석이다. 하나은행은 H-PULSE에 미디어 파사드를 적용했다. 그래서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매 시간 정각이 되면 20분간 건물 외벽에 화려한 영상이 흘러나온다.

저녁이 되면 H-PULSE는 하나의 '미디어 파사드' 작품으로 변신한다. [사진=하나은행]

입구에서부터 하나멤버스 캐릭터 '베베'가 방문객을 반겨준다. 원래는 동그란 안경을 쓴 곰이지만, 젊음의 성지 홍대거리에 맞게 힙합 패션을 착용했다.

베베 인형 뒤편엔 H-스테이지2라는 야외 버스킹 무대가 조성돼있다. 그래피티 작가가 한껏 멋들어지게 무대를 꾸며놨다. 무선 마이크를 설치할 수 있도록 무대 한 켠에 배전반이 마련돼있으며, 저녁엔 조명도 켜진다. 하나은행은 야외 무대를 버스킹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제공하거나, 다른 행사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1층에 마련된 'H-스테이지2'. 버스킹을 하고 싶다면 누구나 환영한다. [정소희 기자]

H-PULSE엔 H-스테이지가 더 있다. 옥상의 루프가든과 현재 공사 중인 지하 2층 공연장으로 각각 H-스테이지3, H-스테이지1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H-스테이지1은 200여석 규모의 대형 공연장으로 힙합, 재즈 등 음악공연은 물론 토크콘서트까지 어떤 장르든 소화가 가능한 만능 무대로 만들어지고 있다. 정식 개방은 7월이나 8월이 될 전망이다. 루프가든에서도 공연이나 행사 등이 가능하다.

3개의 H-스테이지 모두 멤버스 회원이라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필요시 대관도 가능하며, 유료 공연의 경우 멤버스 회원은 더 저렴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다.

현재 공사 중인 'H-스테이지1'. 7월 말 오픈을 앞두고 있다. [정소희 기자]

H-PULSE의 슬로건은 '하나멤버스 깔고 당당히 입장하자'다. 스마트폰에 하나멤버스 앱만 설치하면 건물의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온라인 상에서만 멤버십을 이용할 수 있었다"라며 "금융권 최초의 통합멤버십인 하나멤버스의 오프라인 공간을 처음 조상한 곳이 H-PULSE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인 홍대에서 하나멤버스 회원들에게 차별화된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론칭했다"고 밝혔다.

멤버스 혜택의 정수가 바로 2층 '하나멤버스 라운지'다. 입장 방법은 간단하다. 하나멤버스 앱에서 멤버스라운지 버튼을 누르면 바코드가 뜨는데, 해당 바코드를 라운지 입구의 스캐너에 읽히면 된다.

하나멤버스 앱 '멤버스 라운지' 바코드만 읽히면 입장이 가능하다. [정소희 기자]

라운지는 쾌적했다. 높은 천장에다가 벽이 통 유리창으로 돼있어 탁 트인 인상을 준다. 중앙엔 널찍한 스크린이 설치돼있다. 하나은행은 월드컵 등 핫한 이벤트나 다른 행사 등이 있을때 스크린을 활용할 계획이다.

2층 하나멤버스 라운지. 붉은색 계단을 통해 3층 영업점으로 갈 수 있다. [사진=하나은행]

전체적으로 앉을 수 있는 좌석이 굉장히 많다. 가장 안쪽의 회의실부터 창가 좌석, 계단에 설치된 원형 좌석 등을 모두 합치면 족히 60개는 넘는다. 각각의 좌석엔 콘센트가 넘칠 정도로 비치돼있다. 너무 많아 세는 걸 포기했다.

라운지 한 켠엔 학생들을 위한 프린터가 놓여져 있다. 수업 자료를 인쇄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것이다. 당연히 무료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의 커피를 볼 수 있는 머신까지 갖춰져 있으니, 대학생들의 아지트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빵빵한' 와이파이는 두 말하면 잔소리다.

하나멤버스 라운지 안쪽에 마련된 회의실. 빔프로젝터도 설치돼 있다. [정소희 기자]

2층 하나멤버스 라운지는 3층 영업점과 연결돼있다. 라운지 가장 안쪽의 붉은색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된다.

붉은색은 하나금융의 가치인 열정(Passion)에서 따왔다. 은행 업무를 보러 온 고객이라면 2층 라운지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기다리다가, TV화면에 자신의 순번이 표시되면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된다. 불편한 의자에 앉아서 지루하게 기다릴 필요가 없다.

3층 영업점 역시 힙했다. 보통의 영업점이라면 은행원들 뒤로 양각으로 된 은행 로고가 붙어있겠지만, H-PULSE 영업점엔 그래피티 작가의 작품이 걸려있다. 그동안 하나은행에서 발행된 종이 통장을 모두 모아 직사각형 모양으로 이어 붙인 후, 그래피티용 스프레이로 'HANA BANK'를 새겼다. 2층과 마찬가지로 커피 머신과 테이블이 비치돼있다. 상담 창구만 가리고 보면 영락없는 카페다.

3층 영업점 창구 뒤편에 설치된 그래피티 작품. 자세히 보면 하나은행 통장들을 이어붙인 걸 확인할 수 있다. [정소희 기자]

은행 업무를 모두 봤다. 몸은 쓰지 않았어도 돈과 관련된 일이라 괜히 허기질 수밖에 없다. 그럴 땐? 바로 6층 셀프키친 레스토랑을 찾으면 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손님이 직접 만들어 먹는 게 특징이다. 메뉴는 2가지고, 매주 바뀐다. 이날 셀프키친 레스토랑의 메뉴는 '치킨 요로케'와 '시금치 덮밥'. 왠지 낯이 익은 메뉴. 그렇다 유명 요리프로그램에 소개된 음식들이다.

셀프키친 레스토랑에는 셰프가 상주한다. [정소희 기자]

요리 초보라도 괜찮다. 상주하고 있는 셰프에게 도움을 청하면 친절하게 알려준다. 요리가 귀찮으면? 셰프가 직접 만든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이날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근처 회사원들이 셀프키친을 찾았다. 한 회사원은 "사무실이 근처라 오가다가 셀프키친의 존재를 알았는데, 벼르고 벼르다 오늘 날을 잡고 왔다"라며 "생각보다 깔끔하게 잘 돼있어, 주변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6층 셀프키친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방문객. 리조또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 [정소희 기자]

파격적인 할인 혜택이 셀프키친 레스토랑의 최대 강점이다. 하나멤버스 회원이라면 50%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셰프의 요리를 7천원에 먹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저녁엔 주류가 반값이라고 하니, 싸게 술을 마시고 싶은 이는 오늘 당장 찾아가는 걸 추천한다.

진짜 프로들은 '밥 배'와 '디저트 배'가 따로 존재한다. 다 먹었으면 지하 1층 베이커리에 들러보자. 이곳 역시 하나멤버스 회원이라면 반값에 이용이 가능하다. 맛있지만 가격이 비싸 좀처럼 손을 가져다대기 어려웠던 '앙버터'도 편의점 콘 아이스크림 가격에 만날수 있다.

안타깝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하나멤버스 라운지는 이용이 제한된다. 다만 6층 셀프키친 레스토랑과 지하 1층 베이커리는 운영한다. 하나은행은 바이러스 확산세가 잦아들면 다시 개장한다는 계획이다.

H-PULSE 지하 1층에 마련된 베이커리. 하나멤버스 회원이라면 반값에 유기농빵을 맛볼 수 있다. [정소희 기자]

◆은행 점포가 애물단지? 하나은행이 정답을 내려준다

코로나에서 시작된 비대면 바람. 은행권도 시대의 조류에 탑승했다. 코로나 이전부터 은행권엔 핀테크 기술 보급 등으로 언택트 전환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는데, 코로나가 공식적으로 시동을 걸어준 셈이다. 이제 은행 앱을 통해 웬만한 금융거래는 가능해졌다.

비대면 채널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대면 채널의 축소를 불러온다. 안 그래도 한은이 올해만 기준금리를 75베이시스포인트(bp) 내린 만큼, 은행들은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비용 감축에 나서고 있다. 비용 감축 대상으로는 판매관리비, 특히 영업점포 만한 게 없다.

이날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은행의 영업지점은 4천5개로 전년 동기 대비 77개 줄었다.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것인 만큼, 올해는 더 큰 감소폭을 보일 전망이다.

H-PULSE에 설치된 우편함. 무엇 하나 그냥 지나칠 만한 게 없다. [정소희 기자]

그렇다고 대면 채널이 맡아줘야 할 역할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아직도 대출 심사나 복잡한 금융상품 가입 등의 업무는 은행원과의 직접적인 상담이 필요하며, 노인 등 디지털 기기 조작에 능숙하지 못한 계층을 위한 창구도 반드시 필요하다. 은행으로선 영업점을 줄이면서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활용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H-PULSE는 앞으로 영업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하나은행의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든 작품이다. 은행의 역할은 유지하면서, 고객들과의 접점은 이전보다 더 넓히는 것. 꿈만 같은 얘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하나은행이 찾은 답은 '콘텐츠'다. 해당 은행 지점만이 담을 수 있는 콘텐츠로 특화 점포를 만드는 것이다. 은행이 아닌 콘텐츠를 홍보하면 자연스럽게 고객을 끌어 모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고객과의 접점은 더 넓어진다.

하나은행은 H-PULSE 은행 영업점 차별화 차원에서 은행과 문화공간을 합친 '컬처뱅크'를 만들고 있다. 1호점인 방배서래점은 공예, 2호점 광화문역점은 힐링서점으로 꾸몄다. 3, 4호점인 잠실레이크팰리스점, 강남역점은 각각 가드닝과 라이프스타일편집숍을 콘셉트로 조성했다

H-PULSE 입구에 있는 벌집 모양의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정소희 기자]

하나은행은 지난 5월 천안시에 컬처뱅크 5호점을 열었다. 천안과 아산 소재 4만여명에 달하는 외국인들의 니즈 해소가 전체적인 콘셉트다. 해당 지점에선 한국어 교육과 다양한 국가별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일요일엔 치과·내과 관련 전문 의료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은행 영업점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넘어 '라이프 케어 서비스' 공간의 모습으로 점점 변해가고 있다"라며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고객 유치를 위한 노력이 내부 공간 계획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는데, 이는 영업점의 존속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비스의 비중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점점 중요시 될수록 은행 내부 공간의 특성화 노력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본다"라며 "하나은행의 H-PULSE 프로젝트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추진된 하나금융그룹의 '신개념 금융비즈니스 파일럿 모델이다"고 밝혔다.

H-PULSE 입구에서 하나멤버스 캐릭터 '하하패밀리'의 베베가 반겨주고 있다. [정소희 기자]

특화점포는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그룹 영업체계 고도화 차원에서 서초동종합금융센터를 개점했다. 1층 디지털존에서는 대기시간 없이 스마트텔러머신, 공과금자동수납기 등을 통해 간편 뱅킹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고, 고객들을 위한 카페형 대기공간도 마련했다. 건물 5층에는 전문적인 금융 세미나와 문화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스타라운지와 세무, 부동산 등 전문적인 금융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산관리자문센터를 만들었다.

우리은행도 지난 3월 서울 강남역에 디지털금융점포를 열었다. 점포 내 디지털존에선 스마트키오스크를 활용해 예금, 외환, 전자금융 등의 신규 업무와 각종 변경 신청을 고객 스스로 할 수 있게 했다. 상담존에선 심화된 금융상담서비스를 제공하며, 예약도 가능해 대기시간을 대폭 줄였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영업점 감축은 판매관리비를 줄이는 데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는 만큼, 당분간 감소 추세는 계속 될 것이다"라며 "다만 영업점을 줄이면 금융 취약층 소외, 교차판매 실적 감소 등 은행으로서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은행들은 청년층이 많이 모이는 지역, 실버타운, 사무실 근처 등에 특화 영업점을 많이 만들고 있는데, 타깃 영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은행으로선 일반 영업점을 운영할 때보다 더 많은 홍보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라며 "영업점은 줄겠지만 특화점포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 본다"고 말전망했다.

서상혁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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