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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광년 너머까지'…별의 거리 가늠할 새로운 방법 제시


천문硏, 활동은하핵을 새로운 표준촛불로 제안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우리는 과연 우주의 끝을 볼 수 있을까?

한국천문연구원의 과학자들이 100억 광년도 넘는 먼 우주까지 별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고 발표해 주목된다.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연구그룹 제프리 호지슨 박사와 이상성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활동은하핵)에서 분출되는 제트의 실제 크기를 계산해 별의 거리를 측정하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하고, 이를 약 2억 광년 이상 떨어진 페르세우스자리 A 은하를 통해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활동은하핵(Active Galactic Nuclei)은 우주에서 가장 밝은 천체로, 현재까지 우주의 가장 먼 거리까지 측정할 수 있게 해 준 '표준촛불'인 '1a형 초신성'보다도 훨씬 더 밝기 때문에 활동은하핵의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면 100억 광년 이상 떨어진 은하의 거리도 계산해 낼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프리 호지슨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검증한 새로운 표준촛불 후보는 천문학에서 가장 먼 거리를 측정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활동은하핵 3C 84를 포함하고 있는 은하 NGC 1275. 연구진은 3C 84에서 분출되는 제트의 크기를 계산해 광원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을 제시했다.[한국천문연구원]
활동은하핵 3C 84를 포함하고 있는 은하 NGC 1275. 연구진은 3C 84에서 분출되는 제트의 크기를 계산해 광원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을 제시했다.[한국천문연구원]

과학자들은 별의 거리를 측정하는 다양한 방법을 개발해 왔다. 수 천 광년까지는 연주시차(지구의 공전에 따라 변하는 별의 위치)로, 1억 광년까지는 세페이드 변광성으로 측정했다. 백색왜성이 폭발하면서 생기는 '1a형 초신성'은 실제 밝기가 정확히 알려져 있기 때문에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겉보기 밝기만으로도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지금까지 가장 먼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표준촛불이다.

하지만 1a형 초신성도 100억 광년까지가 한계다. 더 먼 우주에서는 밝기의 한계로 1a형 초신성이 관측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진은 Ia형 초신성에 비해 훨씬 밝은 천체인 활동은하핵을 새로운 표준촛불 후보로 제시함으로써 100억 광년 너머의 더 먼 우주까지 측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우주 거리 사다리. 천문학에서는 가까운 곳에서 표준척도나 표준촛불을 찾아내 더 멀리 떨어진 천체까지를 측량해나가는 측량 체계를 ‘우주 거리 사다리’라고 한다. 태양계 내에서는 레이더와 비례식으로 시작해서 조금 더 먼 거리는 연주시차로, 마지막으로는 허블-르메트르 법칙까지, 이러한 다양한 거리측정법들을 통해 천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고 이 거리는 우주를 연구하는 데에 가장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단서가 된다.[한국천문연구원]
우주 거리 사다리. 천문학에서는 가까운 곳에서 표준척도나 표준촛불을 찾아내 더 멀리 떨어진 천체까지를 측량해나가는 측량 체계를 ‘우주 거리 사다리’라고 한다. 태양계 내에서는 레이더와 비례식으로 시작해서 조금 더 먼 거리는 연주시차로, 마지막으로는 허블-르메트르 법칙까지, 이러한 다양한 거리측정법들을 통해 천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고 이 거리는 우주를 연구하는 데에 가장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단서가 된다.[한국천문연구원]

활동은하핵은 다양한 파장에서 대량의 에너지를 방출해 매우 밝게 빛나는 은하의 중심 영역이다. 이 곳에는 태양 질량의 백만 배에서 수십억 배에 이르는 초대질량블랙홀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초대질량블랙홀은 주변 물질을 빨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부착원반을 형성하며 그 중심에서 원반의 수직 방향으로 물질을 내뿜는 제트가 형성된다. 이 제트는 빛의 속도에 가깝게 빠르게 분출되며 아주 강한 복사에너지를 방출한다.

연구진은 페르세우스자리 A 은하 중심에 있는 활동은하핵 ‘3C 84’를 관측해 제트의 일부 영역의 밝기가 146일을 주기로 약 2.7배 밝아지는 것을 밝혀내고 이를 통해 제트의 실제 크기를 추정했다. 이를 고해상도 전파 관측이 가능한 미국 초장기선간섭계(VLBA)가 관측한 영상의 각크기와 비교해 ‘3C 84’제트까지 거리는 2억 2천만에서 2억 5천만 광년이라고 계산해 냈다. 이는 같은 은하 내의 표준촛불(Ia형 초신성)관측을 통해 계산한 2억~2억 7천만 광년과 비슷한 결과로, 활동은하핵을 활용한 거리측정 방법이 새로운 표준촛불 후보로서 자격이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더욱 먼 활동은하핵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고 표준촛불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검증해나갈 예정이다. 또한 후속 연구를 위해 한국천문연구원이 운영하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Korea VLBI Network)을 호주,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전파망원경들과 연계해 미국의 VLBA를 능가하는 고해상도 국제 전파관측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상성 박사는 “앞으로 수행할 연구에서는 KVN을 활용해 더 먼 우주에 존재하는 은하까지의 거리측정에 도전할 것”이라며 “이는 우주론 모형을 검증할 수 있는 새로운 열쇠가 되어 우주의 끝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및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해당 논문은 영국 왕립천문학회지(Monthly Notice of Royal Astronomical Society Letters) 최신호에 게재됐다.

◇논문명 : Using variability and VLBI to measure cosmological distances

◇저자 : Jeffrey Hodgson(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Benjamin L’Huillier(연세대학교), Ioannis Liodakis(스탠포드 대학교), 이상성(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Arman Shafieloo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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