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2014년 5월10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이날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서다.
이 회장은 저녁식사 후 체한 듯 가슴이 답답한 통증을 느끼고 소화제를 복용했다가 1~2시간만에 의식을 잃고 인근 순천향대 서울병원으로 옮겨졌다. 이곳에서 이 회장은 심폐소생술(CPR)을 받았다. 이는 심장이 한 차례 멈췄거나 멈출 위기였던 셈이다.
병명은 급성심근경색. 이 회장은 곧바로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막힌 심장혈관을 넓혀주는 심장 스텐스 시술을 받았다. 시술 후 이 회장은 심폐기능을 되찾았지만 좀처럼 의식을 찾지 못했다. 내내 중환자실에 있었고 입원 9일만에야 병원 20층 VIP 병실로 자리를 옮겼다. 이 부회장이 가장 가슴을 졸였을 시간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10일이면 이 회장이 병상에 누운 지 만 6년을 채우지만 구체적인 병세는 공개된 게 거의 없다. 복수의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인공호흡기나 특수 의료장비 없이 주로 병상에 누운 상태로 자가호흡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여전히 의식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강 상태가 악화되진 않은 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서 합병증 우려가 나오지만 의료진이 철저하게 관리, 치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의식은 없지만 자극이나 접촉, 소리 등에 반응하기 때문에 병실에서 영화나 음악을 켜놓는 등 보조적인 자극치료도 병행한다고 한다. 상체를 일으켜 세우거나 휠체어에 태워 복도를 산책시키는 운동요법을 진행한다는 사실도 언론에 수차례 보도됐다.
이 회장의 와병 기간 삼성엔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8년 5월 삼성그룹의 총수를 이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 30년 만에 변경했다. 이 부회장 중심으로 실적 회복과 미래 사업 투자 등을 추진하며 삼성은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이 회장이 메모리 반도체로 삼성의 도약을 일궈낸 데 이어 이 부회장이 비메모리 반도체를 통해 두번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경영 투명성 강화 조치에 나선 점은 시장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삼성은 지배구조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받은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했다. 노조 활동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11년 만에 합의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다만 이 부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이 부회장의 대법원 선고를 앞둔 가운데 계열사와 관련한 악재가 겹치며 그룹 차원의 불확실성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가 제시한 '대국민 사과'의 시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 부회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어떤 내용과 형식으로 풀어가느냐가 재계 안팎의 초미의 관심사다.
삼성은 아직 '대국민 사과'의 정확한 내용이나 방식은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이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설 것이라는 중론이다. 삼성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내외 사업 전반이 위기 국면을 맞았다는 이유로 한 차례 사과 시한을 연장했기 때문에 이를 더이상 늦출 명분이 약하다.
이에 삼성은 준법위가 권고안에서 제시한 다양한 준법 의제에 대해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충실히 밝히는 정공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그동안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경영행보를 펼쳐온 만큼 회사는 향후 이 부회장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최대한 발언 수위 등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과를 계기로 이 부회장이 지난 2년간 삼성 총수로서 짊어진 사법 리스크는 시급히 풀어줘야 한다"고 했다.
삼성은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며 많은 변화를 겪었고, 투명 경영과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는 제도를 많이 도입했다는 게 재계 일각의 시각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국가 비상상황을 맞은 국면에서 더 이상 국내 최대 기업의 경영에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 등을 법에 따라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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