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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슨 시청률 조사에 중소PP '속앓이'


"시청률 따라 광고 좌우되는 데 IPTV·케이블TV 구성비 달라 불균형"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닐슨의 방송 시청률 조사를 놓고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청률에 따라 광고 수급 등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신뢰하기 어려운 조사 결과에 영세한 PP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닐슨 시청률 조사가 IPTV와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각 플랫폼별로 이뤄지고 있으나 모집단 대비 패널 비율이 불균형하게 구성돼 있어 문제라는 것.

닐슨은 국내 시청률조사 분야에서 점유율 95%의 사실상 관련 분야 독점 사업자나 다름없어 방송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문제는 시청률조사 방식을 검증할 법적, 제도적 장치 및 거버넌스가 없어 조사 결과를 둘러싼 이 같은 잡음이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인포그래픽=아이뉴스24]
[인포그래픽=아이뉴스24]

28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닐슨코리아 시청률조사 관련 중소PP를 중심으로 패널 구성 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닐슨 측이 유료방송 플랫폼별 가구 패널 구성비율을 지속적으로 불균형하게 설계, 시청률 조사 결과 변동성이 크다는 것. 문제는 근소한 차이로 매출 등에 직접 영향을 받는 중소PP로서는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 및 편성하는 입장에서 매일 편차가 큰 시청률 조사 데이터를 받아보고 있어 굉장히 곤혹스럽다"며, "시청률은 곧 광고주의 광고비 집행과 직결되기 때문에 열악한 중소PP 입장에서는 사소한 차이로도 매출은 물론 사업이 좌지우지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한 어린이 채널의 경우 시청률 영향으로 지난해 일반광고 매출이 2017년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이 같은 매출 감소는 영세한 PP의 경우 폐업까지 고려해야 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 시청률조사 패널 비율 논란 …케이블 대비 IPTV 2배

이 같은 주장 배경에는 시청률 조사 모집단 구성 비율에 대한 논란이 있다. 방송 플랫폼별 시청률을 조사에는 대상 모집단이 필요하다. 모든 시청자를 조사할 수 없는만큼 대표성 있는 표본을 구성하게 되는 것.

시청률 조사가 비교적 정확하고 균형잡힌 결과를 내려면 모집단 기준 플랫폼별 비율에 맞춰 패널을 구성해야 한다.

닐슨코리아도 매년 방송통신위원회 'TV시청환경 조사' 결과 중 TV 시청환경의 모집단 구성 비율을 바탕으로 유료방송 플랫폼 비율을 적용,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닐슨코리아의 플랫폼별 패널 가구 현황을 연도별로 산출한 결과, 모집단의 플랫폼별 비율에 비해 실제 조사에 임하는 패널 비율에는 큰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닐슨코리아의 시청률 분석 소프트웨어 아리아나(Arianna)에서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3월 31일까지 한 패널당 대표값은 IPTV가 케이블TV 대비 약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령 유료방송 전국 가구 모집단 기준 플랫폼별 비율은 지난해 7월 1일 기준 케이블TV는 49.3%, IPTV는 47.7%, 위성방송은 4.7%다.

닐슨코리아의 시청률 분석 소프트웨어 아리아나(Arianna)에서 산출한 결과 재구성 [사진=아이뉴스24]
닐슨코리아의 시청률 분석 소프트웨어 아리아나(Arianna)에서 산출한 결과 재구성 [사진=아이뉴스24]

하지만 실제 닐슨코리아가 구성한 시청률 조사 패널 가구는 IPTV가 64%(2천583), 케이블TV는 32%(1천298), 위성방송 14%(565)다. 즉, IPTV는 한 패널당 3천693명을 대표하고, 케이블TV는 한 패널당 무려 7천583명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IPTV는 보다 정확한 시청률 산정이 가능하겠으나 케이블TV는 그에 비해 불분명한 값이 도출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해마다 반복, 심화되고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플랫폼별 가구 패널 구성비율을 살펴보면 IPTV는 52%에서 56%, 61%, 64%로 꾸준히 비중이 커진 반면, 케이블TV는 44%에서 39%, 35%, 32%까지 낮아졌다.

닐슨코리아의 시청률 분석 소프트웨어 아리아나(Arianna)에서 산출한 결과 재구성 [사진=아이뉴스24]
닐슨코리아의 시청률 분석 소프트웨어 아리아나(Arianna)에서 산출한 결과 재구성 [사진=아이뉴스24]

상대적으로 시청자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수도권에서는 그 격차가 더욱 크게 나타났다. 같은 기간 IPTV의 경우 62%에서 64%, 68%, 73%까지 늘어난 반면 케이블TV는 38%에서 34%, 29%, 28%까지 내려왔다.

조사 연령층에서도 차이가 있다. 4~14세 대상 어린이 채널의 경우 올해 수도권 기준 케이블TV 패널 비율은 15% 수준이나 IPTV 대상 패널은 무려 80%에 달했다. 이 역시 수도권에서 더 큰 격차가 발생한다.

◆ PP "신뢰도 불안" vs 닐슨 "물리적 한계"…시청률조사검증기구 '동의'

광고 매출이 주요 수익원인 중소 PP로서는 이에 직결되는 닐슨코리아의 시청률 조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대형 PP의 경우 시청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케이블TV의 일부 부정확한 시청률 조사 결과에도 매출 영향이 크지 않으나 영세한 PP의 경우 통상 시청률이 낮은 편이어서 소폭의 차이에도 광고매출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중소PP 관계자는 "PP의 주 수익원은 시청자가 지불하는 수신료, 광고주를 통해 벌어들이는 광고매출"이라며, "패널 불균형으로 인해 시청률 데이터 안정성이 떨어지면 광고 효율을 맞추기가 힘들어 광고주와의 계약에 있어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토로했다.

가령 부족한 패널 수로 인해 시청률이 더 크게 잡히는 PP의 경우 단기적으로 광고매출을 더 끌어올 수도 있겠으나, 반대로 시청률이 더 낮게 잡히는 PP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부정확한 시청률 조사 결과가 시장 왜곡을 발생시키는 셈이다. 불불명한 기준으로 불확정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같은 문제는 예전부터 거론돼왔다"며" "시청률 조사 패널 비율이 전체 비중과 비슷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편차도 커져 편향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청률 전문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안일하게 조사를 했다는 점은 굉장히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닐슨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닐슨코리아는 PP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패널 비율 불균형을 인정하고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다만,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케이블TV 점유율상 패널 모집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효율적인 비용 집행도 힘들다는 입장이다.

닐슨코리아 관계자는 "콘텐츠 소비가 많은 젊은 층에 대한 패널 선호도가 높은데, 수도권만 놓고 보더라도 케이블TV를 시청하는 젊은 층 패널이 많지 않아 모집도 어렵고 시청률 조사까지 가는 과정 역시 쉽지 않다"며, "IPTV 대비 늘어나는 케이블TV의 조사 비용 역시 부담스럽기 때문에 플랫폼별 가중치를 주는 방식으로 격차를 15% 내외로 좁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왜곡을 방지하기 위한 시청률조사검증기구가 설립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용희 교수는 "물리적 조사가 어렵다면, 닐슨 측이 파트너사들과 함께 통계적인 보정치를 함께 연구하고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도 방법"이라며 "시장 자정 능력이 부족하다면, 정부나 학계, 업계가 함께 시청률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협력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PP업계와 닐슨코리아 역시 시청률 조사결과를 검증할 협의체 마련에는 동의하고 있으나 오히려 정부가 이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태다.

PP업계 관계자는 "시청률을 조사하고 검증하는 기관이 없음에도 방통위는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외면하고 있다"며 "방통위 기능에 미디어 다양성 관련 부분은 있으나 시청률 프로세스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닐슨코리아 관계자 역시 "각 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조사 결과도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어 시청률 결과의 객관성을 담보할 검증기구 설립에는 동의한다"며, "정부가 시청률에 직접적 개입을 하는 게 아니라 민관이 함께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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