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코로나19로 쇼크에 빠진 국내 증시가 점점 안정세를 찾고 있다. 아직 사태가 터지기 이전의 수준은 아니지만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떨어졌을 때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급상승'이다.
거의 반토막이 났던 금융지주사들의 주가도 서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상승세에 최고경영자들의 주식 매입, 그리고 '동학개미운동'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현재 금융지주사들이 처한 환경이 좋은 건 아니다. 이자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기준금리가 제로금리 수준으로 내려간 데다, 코로나19 지원 등으로 자산건전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만 유동성 규제 완화 등 긍정적인 요인도 남아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3일 금융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종가 기준 은행주는 전주 대비 9.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상승세 타고 금융지주 주식도 반등 시작…동학개미운동·CEO 자사주 매입 러시 빛 봤다
지난 달 19일 코스피 지수는 1500선 아래인 1457.64로 떨어졌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8개월여 만에 최저치였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전 세계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 이후의 코스피 상승세는 무서울 정도다. 4월 10일 기준 코스피는 1860.70으로 마감했다. 지난 달 19일 대비 27.6% 상승했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유동성 공급, 그리고 정부와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개입이 더해지면서 빠르게 안정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사들의 주가도 덩달아 뛰고 있다. 이들 회사의 주가도 코스피 1500선이 무너진 직후 저점을 찍은 바 있다. 지난 달 20일 주당 6천320원으로 저점을 찍은 우리금융지주의 주가는 지난 10일 26.1% 상승한 7천910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30.1%, 신한금융은 33%, 하나금융은 37.1% 올랐다.
지난 달 19일 주당 3천565원으로 저점을 기록한 BNK금융지주의 주가도 35% 오른 4천810원으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라고 불리는 개인들의 강력한 매수세가 한 몫했다고 평가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주 은행주는 코스피 상승률(7.8%) 대비 초과인 9.3% 상승했다"라며 "전전주 큰 폭의 초과 하락에 따른 반등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기관들은 혼조세를 보인 반면, 개인들은 은행주를 약 805억원 순매수했다"라며 "개인들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가 3천40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시가총액 대비 은행주 매수강도가 더 센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전염병, 경기침체, 신용위험·외환위험, 유동성 위기 순으로 번지며 금락한 주가가 정부와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주식시장이 반등에 성공했는데, '동학개미운동'이라는 개인 투자자들의 이례적인 매수세도 증시 반등에 큰 몫을 했다"라며 "은행주의 궤적도 비슷한데, 의문점이 있다면 하락 구간에선 더 많이 빠졌고 상승 구간에선 덜 올랐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자(CEO)들의 주식 매입 러시도 한 몫 했다. 지난달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이원덕 부사장 등 그룹 경영진은 우리금융 주식 1만1천782주를 장내 매수했다. 떨어진 부가를 부양하는 한편, 금융주를 둘러싼 우려가 과도하다 이유에서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도 지난 달 6일 BNK금융 주식 2만1천800주를 장내매수했다. 당시 BNK금융 측은 기업가치와 비교해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 돼있다며, 그룹 최고 경영자로서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6일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하나금융 주식 5천668주를 장내매수 형식으로 매입했다. 올해 들어 두 번째 매입이다. 김 회장은 앞서 지난 2월에도 2000주를 매입한 바 있다.
◆은행주 여건 안 좋지만…긍정적 요인도 분명 남아있어
최근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속가능성 여부는 불투명하다. 주가는 올랐지만 부정적인 요인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기준금리 하락이다.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은행계 금융지주' 회사들은 이자이익에 울고 웃을 수밖에 없다. 올해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에서 제로금리 수준인 0.75%로 내리는 '빅컷'을 단행한 만큼, 순이자마진이 전년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으로 순이자마진(NIM)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최근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인한 대손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또 코로나19로 인한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 주식시장 하락에 따른 유가증권 관련 이익 감소도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배승 이베스트증권 연구원도 "올 1분기 은행지주의 합산 순익은 전년 동기 9.2% 감소가 예상된다"라며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NIM이 평균 4베이시스포인트 하락할 전망이며, 영업일수 감소로 이자이익은 지난해 4분기 대비 축소가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또 1분기 중 금융시장이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며 유가증권, 파생, 외환관련 비이자이익 부진이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지원 등으로 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도 부정적 요인이다. 정부가 은행을 통한 금융지원을 주도하면서 은행의 자산건전성, 수익성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초저금리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채권시장안정펀드 출자 등 현재 은행권이 보이고 있는 금융회사가 아닌 금융기관에 가깝다"라며 "비록 시장의 직관적인 우려만큼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해도 당장의 주주이익이 훼손되고 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무디스는 이같은 이유로 국내 은행업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대출의 부실화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긍정적인 요인은 남아있다. 정부가 은행의 유동성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지원 여력 강화를 위해 원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예대율 규제 등을 손 볼 방침이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은행권에 정책 부담을 전가한 만큼 관련 규제도 빠르게 풀리고 있다"라며 "채안·증안 펀드 출자에 따른 자본비율 압박도 위험 가중치 조정 등으로 부담을 덜어주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급격히 늘어난 대출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NIM 하락은 피할 수 없지만, 원화대출의 절대 금액은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라며 "이에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통한 이자수익 시현이 전망되는 등 올해 은행 수익성이 우려보단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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