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장주 "게임=문화? 과학은 과학으로 대응해야"


[K게임, 新한류 시대]"게임 중독 진단 특허, 우려점 많아"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게임계에서는 '게임은 문화다'라는 슬로건에 집중하는 것 같은데, 과학과 문화를 같은 수준에서 논하기는 어렵다. 상대 쪽에서 과학을 들고 나온다면 과학적 논리로 그 결과가 얼마나 타당한지를 보는 게 관건이다. 문화는 문화고, 과학은 과학으로 분별 있게 대응해야 한다."

이장주 게임문화재단 이사(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는 최근 논란이 된 게임 중독 진단 특허와 국내 게임계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관련 대응 등에 대해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올 들어 '인터넷 게임 장애 진단용 조성물 및 진단을 위한 정보제공 방법'에 관한 특허를 등록했다. 여기에는 혈액 검사를 통해 인터넷 게임 중독 가능성을 진단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앞서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지난해 안구전도(눈 주위에서 측정되는 전기 신호)를 이용해 게임에 대한 갈망 상태와 중독 여부 등을 판단하는 방법 및 장치에 관한 특허를 등록했다.

안구전도를 이용하는 게임에 대한 갈망 상태 판단 방법 및 장치(왼쪽) 및 인터넷 게임 장애 진단용 조성물 및 진단을 위한 정보제공 방법 관련 특허 내용 [출처=각 특허 공보]

이들 특허는 범 부처가 참여한 인터넷·게임 디톡스 사업 일환으로 각각 추진됐다. 그러나 아직 병인·병리론적 근거가 부족한 데다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게임 중독을 혈액 검사 및 안구전도로 진단할 수 있다고 한 점 등에서 논란이 됐다.

이장주 이사는 "게임 중독은 실체가 불분명하고, 학자들 사이에서도 합의가 안된 내용"이라며 "현상 자체를 제대로 정의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진단하는 특허가 먼저 나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타깃이 정해져 있지 않은데도 이를 쏴 맞출 수 있다는 총들이 개발된 것"이라며 "업계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지금이라도 이 특허 등에 대응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특허가 향후 세계보건기구(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 찬성 근거로 사용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의료계와 보건복지부는 이의 국내 도입에 찬성하는 반면, 게임계와 문체부는 반대하고 있다. 해당 질병코드 국내 도입 여부는 오는 2022년 국무조정실이 구성한 민관협의체가 결정할 예정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장주 게임문화재단 이사 겸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사진=이장주 이사]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논의가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다. 현 시점에서 게임업계가 해야할 일을 짚어본다면.

"크게 봤을 때 질병코드와 관련해 게임계와 의료계가 가진 각자의 역량을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서로의 역량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어떤 무기를 갖고 있는지 등을 비교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우선 의료계 쪽의 경우 인터넷·게임 디톡스 사업 연구를 통해 나온 게임중독 진단 특허가 대표적으로 눈에 띈다. 반면 게임 쪽에는 몇몇 연구가 있었지만, 그런 연구를 통해 성과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었는지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디톡스 사업에 엄청난 연구비가 들었고, 관련 특허가 추가적으로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 단순 비교로는 게임 쪽이 열세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의료계가 가진 무기가 타당한지를 한번 살펴봐야 한다. 실제 의료계가 출원 중인 게임 중독 진단 특허에는 맹점들이 있다. 게임 중독을 혈액검사와 안구전도로 검사해 진단한다는 것은 학술적 타당성과 실용적 가치 모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게임 중독은 실체가 불분명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표준분류(ICD)와 APA의 DSM-5가 정의하는 내용이 다르고, 학자들 사이에서도 합의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처럼 현상 자체를 제대로 정의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진단하는 특허가 먼저 나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타깃이 정해져 있지 않은데도 이를 쏴맞출 수 있다는 총들이 개발된 셈이다.

특허란 과학적 근거를 검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존에 비해 새로운 것을 인정하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껍데기가 새롭거나 달라졌다고 해서 다 특허를 줘서는 안된다. 가치평가를 해야 한다. 따라서 업계가 지금이라도 이 특허에 대응하기 위해 나서야한다고 본다."

◆대응 방식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타당하지 않은 내용으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다면, 적극적 이의 제기를 통해 해당 특허가 다시 한번 면밀히 심사를 받도록 할 수 있다. 특허의 기반이 된 과학적 연구 자체를 신뢰하기 힘들뿐더러, 이를 통해 게임산업과 게임문화 전반에 큰 부정적인 피해가 예상된다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지난 활동들을 살펴보면 게임계에서는 '게임은 문화다'라는 슬로건에 집중하는 것 같은데, 과학과 문화를 같은 수준에서 논하기는 어렵다. 보건복지부가 과학을 들고나온다면, 과학적 논리로 그 결과가 얼마나 타당한지를 보는 게 관건이다. 문화는 문화고, 과학은 과학으로 분별 있게 대응해야 한다."

◆업계 등에서 파악되는 움직임이 있나.

"아직은 큰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특허는 향후 게임 중독이 믿을만한 실체라는 주장에 대한 근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대중들은 특허의 객관성을 따지기 전에 게임 중독을 진단할 수 있는 특허가 개발됐다는 사실 자체에 집중한다.

따라서 본질과는 다른 이 같은 사회적 영향을 감안해서라도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개인보다는 한국게임산업협회 등 업계 이해 당사자들 및 관련자들이 하는 게 호소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가장 좋은 것은 주무부처인 문체부가 나서는 거다. 정부 부처가 특허청에 항의하면 이를 무시하기 쉽지 않을 테다. 특허청 판단에 대해 정부 부처가 재고해보라고 하는 게 일반 업체가 나서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문체부가 또 해야할 일이 있다면.

"게임법 전부 개정에 발맞춰 게임과몰입 부분을 법적으로 고쳐야 할 필요가 있다. 가령, 현행 게임법에는 과몰입에 대한 정의가 없다. 게임 과몰입을 예방·치료해야한다고는 하는데 과몰입이 무엇인지 나오지 않다 보니 이를 무슨 기준으로 예방하고, 치료할지, 무슨 잣대로 평가할지 등도 줄줄이 논란이 되는 것이다.

실제 이에 대한 법적 정의와 구체화된 기준 등이 없는 탓에 현재 게임 리터러시 교육만 해도 참여자 숫자나 만족도로 평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과몰입 예방 활동을 만족도로 평가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무슨 효과가 있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정책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 게임법에 나오는 예방 및 치료라는 단어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예방 및 치료는 의료법에 의료 행위로 규정된 용어로, 의사, 간호사, 한의사 등 6개 직종만이 가능한 행위다. 그런데 이들이 병원에서 게임과몰입 관련 의료행위를 하기위해서는 '질병코드'가 필요하다.

즉, 게임업계와 문체부가 반대하고 있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를 게임법에서 필요한 절차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현행법의 문제점인데 최근 공개된 전부 개정안에도 같은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분들을 게임법 개정 과정에서 심도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게임업계를 위해 조언할 내용이 있다면.

"게임계 일각에서는 게임 중독에 질병코드를 따로 도입하지 않아도 현행 충동조절장애로 이를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역시 결국은 똑같은 얘기다. 병원에 가서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은 똑같은데 코드를 가지고 싸우겠다는 거다.

단, 게임계가 명심해야 할 것은 이처럼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전제로 이야기하다보면 결국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와 관련해서도 나중에 스스로 할말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게임과몰입은 심리학자 등 전문가들이 약물치료 없이도 상담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일상적인 문제이며, 반드시 병원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이 문제와 관련해 싸우려면 게임계 내부에서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관례나 고정관념으로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없는지 살펴보고, 이를 제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김나리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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