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 新한류 시대]①원조 한류 이끈 K게임

[창간20주년 특집]기생충·BTS 다음은 K게임…전 세계 리딩 자신


영화 '기생충'과 그룹 방탄소년단(BTS) 등 K무비와 K팝이 전 세계에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원조 한류 콘텐츠로 세계를 뒤흔든 K게임 역시 새로 도약할 채비를 하며 존재감을 재확인시킬 태세다. 과거 동네 오락실에서 출발한 게임은 PC와 모바일을 넘어 콘솔과 VR·AR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콘텐츠 산업 수출 역군으로 세계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K게임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 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전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거세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의 영예를 안는가 하면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빌보드 등 글로벌 차트를 석권하며 당당히 음악 시장의 주류로 부상했다.

이처럼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K무비와 K팝과 더불어 한류를 이끌 유력 K콘텐츠가 있다. 바로 K게임이다. K게임은 일찌감치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콘텐츠 효자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1990년대 말 본격적으로 활성화 돼 원조 한류를 이끌었다. 이제 K게임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시장을 정조준하며 신한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우측)과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그룹 'BTS'.

한류 수출 콘텐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로 흔히 K팝·K무비를 꼽는다. 그러나 실제 가장 큰 영역을 점유하고 있는 분야는 게임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년 상반기 콘텐츠 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전년 대비 6.4% 성장한 48억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중 K게임은 K팝(5.4%), K무비(0.6%)를 제치고 점유율 69.2%, 33억3천33만달러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게임이 한류 콘텐츠 수출의 선봉장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실제로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은 2000년대 초반 설립돼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게임 콘텐츠들을 만들어냈다. 대표작으로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리니지', '뮤', '크로스파이어', '미르의전설', '라그나로크', '오디션' 등이 꼽힌다. 2000년대 구축된 초고속 인터넷에 힘입어 발전한 이들 게임은 이후 20년 가까이 사랑받으며 게임 한류의 근간을 다졌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배틀로얄 장르 열풍을 일으킨 '배틀그라운드'를 비롯해 '검은사막', '서머너즈워' 등이 흥행작 대열에 합류하며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들 게임은 아시아는 물론 일부는 북미 시장까지 영향력을 끼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며 모바일, 콘솔 등 여러 플랫폼으로 팬층을 넓혀가고 있다.

K게임이 이처럼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보다 한 걸음 빨리 장르를 선도하는 게임성과 발전된 기술, 화려한 그래픽 등을 꼽는다. 해외 문화를 끌어안은 적극적인 현지화와 소통도 빼놓을 수 없는 동력이다.

배틀그라운드로 흥행 신화를 이끈 김창한 펍지 대표는 "배틀로얄 게임을 MOD(Modifications. 변형게임)로 선보인 브랜든 그린을 비롯해 열정과 전문성을 가진 전 세계 개발자들이 개발 초기부터 현재까지 한국 개발자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렇게 전 세계 개발자들의 강점이 융합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이 아시아 문화이면서 서구권 문화도 이해하는 독특한 특성을 가진 때문"이라며 "그 결과 배틀그라운드는 지역과 문화권을 불문하고 모든 나라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머너즈워의 경우 미국 등 서구 시장 앱차트 최상위권에 오르며 지난해 글로벌 누적 매출 2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현지 게이머의 감성을 자극하는 콘텐츠로 장기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서머너즈워 개발 총괄을 맡고 있는 정민영 컴투스 PD는 "몬스터 수집 및 육성, 치밀한 전략 전투 등 정통 RPG 본연의 재미를 고스란히 살려낸 게임성을 바탕으로 세계 전역에서 글로벌 원빌드로 서비스되고 있다"며 "해외법인을 통한 현지 이용자와의 긴밀한 소통과 각 지역에 맞춘 마케팅, 서비스 등으로 오랜 기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아이뉴스24

◆20년 넘는 업력…부정적 인식은 숙제

1990년대 말 PC 온라인 게임과 함께 태동한 K게임은 어느덧 20년 이상의 업력을 자랑하는 중견 산업으로 성장했다. 초창기부터 한국 시장을 이끈 '빅3' 넥슨과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은 이제 한해 조 단위 매출을 기록하는 공룡급 게임사로 거듭났다.

국내 게임 시장도 매년 성장을 거듭해 2018년 14조2천900억원대 규모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관 전 웹젠 의장이 제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등 게임 출신 정치인도 나왔다.

PC 온라인 게임에서 출발한 K게임은 이제 모바일, 콘솔, 가상현실(VR)에 이르기까지 복합 플랫폼에 대응하는 콘텐츠로 세분화되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저사양 기기에서도 고품질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 등 새로운 분야도 대두되고 있다.

트렌드 변화도 역동적이다. 2010년을 기점으로 급속도로 커진 모바일 게임은 2017년부터 PC 온라인 게임을 추월하며 가장 큰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최근에는 급격히 성장 중인 콘솔 게임에 도전하는 업체들도 하나 둘 나오며 또 다른 성과도 기대된다.

각종 규제를 딛고 성장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 앞서 만화와 TV가 그랬듯 '게임'이라는 새로운 콘텐츠의 등장과 발전 과정 속 기성세대의 편견 극복이 쉽지 않았다.

말 그대로 '게임은 해롭다'는 부정적 인식에 기반한 여러 규제들이 시도됐고, 이 중 실제 법제화가 이뤄진 경우도 적지않다.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시간대 온라인 게임 접속을 막는 강제적 셧다운제 등이 대표적이다. 매년 국정감사 시즌만 되면 주요 게임사 경영진들이 단골로 불려나가는 것도 이 같은 부정적 인식에 기인한 결과다.

이처럼 숱한 위기에도 발전을 거듭해온 게임산업의 최근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한때 한국 게임산업의 '주력 시장'이던 중국은 이제 자체 기술 발전과 대규모 자본을 앞세워 우리 시장을 공략하고 위협하는 등 기술 역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

2000년대 한국 게임을 보고 배웠던 중국 업체들이 이제 방대한 내수 시장에 힘입어 급성장, 역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최근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차트 상위권 중 상당수가 중국 게임일 정도로 성장했다. 반면 한국 게임은 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인 판호 발급이 수년째 이뤄지지 않아 중국 진출이 막혀 있는 상태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에 질병코드를 부여한 것도 게임업계에는 위기요인 중 하나. 이덕주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이 같은 '게임 질병코드'에 따른 국내 매출 손실 등 여파는 2023년부터 3년간 11조원을 웃돌 것으로 우려됐다.

국내외 게임업계는 이 같은 WHO 결정에 반발, '게임은 질병이 아닌 문화'를 강조한 SNS 캠페인 등 게임의 긍정적 기능을 알리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적용을 막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이미지=아이뉴스24]

◆K게임, 신한류 이끌려면 규제 허들 등 낮춰야

이처럼 게임이 대외적인 악재와 직면했지만 한편으론 지금이야말로 K게임을 한류 문화로 이끌고 발전시키기 위한 '골든타임'이라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이미 게임이 국경 없는 글로벌 산업으로 바뀐 만큼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는 등 '허들'을 낮추고 업계 현실을 반영한 실용적 진흥책이 뒷받침된다면 K게임이 K무비, K팝에 이어 신한류를 이끌 핵심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승훈 게임법과정책학회 부회장은 "한국 게임사들이 다양한 글로벌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국내 규제 환경도 사전 규제보다는 사후 관리로 바뀌어야 한다"며 "현재 진행 중인 게임법 전면 개정 작업에도 이 같은 부분이 더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지난 25년여 세월 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고 이제는 시장 규모만 세계 4~5위에 달하는 시장 선도국 중 하나"라며 "남들보다 한발 먼저 온라인 게임 부문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극대화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 게임산업은 스토리를 만들고 이끌어가는 힘을 갖고 있고, AI나 빅데이터, 클라우드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기술도 앞서 있다"며 "지금까지 해온 대로 잠재력을 믿고 경쟁력을 특화시켜나간다면 K게임이 전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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