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핫스팟] '펭수카드' 긁은 박대리·'라이언카드' 내민 최부장 단숨에 핵인싸됐다

2030 사로잡는 캐릭터카드 붐...'쿠키런카드' '절미카드'도 여전히 인기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1. 식사를 마치고 카페에 들른 A사의 마케팅팀. 박 대리가 선뜻 앞으로 나서며 "아이스 아메리카노 4잔요" 주문을 한다. "우와! 박 대리님, 이거 펭수카드 아니에요?". 김 주임이 계산을 마친 박 대리의 팔을 붙잡고는 카드를 가로챈다.

TV에서만 보던 펭수가 카드 속에 그대로 들어가 있다. 평소 펭수앓이를 자처하는 마케팅팀 직원들이 서로 돌려가며 이 앙증맞은 놈을 구경한다. "너무 귀여워요. 보기만해도 그냥 힐링이 되네요. 어떻게 발급받아요." 커피 한턱 내서 고맙다는 말보다도 오히려 펭수카드가 주인공이 됐다.

KB국민카드의 'KB국민 펭수 노리 체크카드'가 1020을 넘어 30대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조성우 기자]

#2. 회식이 한창인 B사의 경영지원1부. 젊은 직원들은 최 부장과 멀찍이 떨어져 앉아있다. 무뚝뚝한 성격 때문에 살갑게 지내는 이 한 명 없다. 부장이 간단하게 한잔하자고 말하면 항상 집에 바쁜 일이 있다고 핑계를 대는 직원들이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던 중, 최 부장이 이 팀장을 부르더니 "이걸로 2차에서 한잔 더 해"라며 카드를 주곤 자리를 뜬다.

부장의 돌발행동 만큼이나 놀라웠던 게 있었으니 바로 그의 '라이언 체크카드'. "저 돌부처가 이 카드를 쓴다고?"라며 연신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부원들. 라이언 카드의 활약으로 서먹서먹하던 최 부장과 부원 사이의 거리는 좀 더 가까워졌다.

NH농협카드의 '라이언 치즈 체크카드'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조성우 기자]

"펭-하!('펭수 하이'라는 뜻)" 새하얀 얼굴과 대비되는 연분홍 볼터치와 노란색 부리. 귀여운 외모와 다르게 도발적 언사로 듣는 이에겐 진땀을, 보는 이에겐 청량감을 가져다주는 깜찍한 혼종 '펭수'.

펭수가 KB국민카드와 손잡고 마침내 금융권에 상륙했다. 당장이라도 "펭-하!"하면서 등장할 것 같은 카드 디자인은 수많은 펭수 마니아들의 소유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우울한 요즘, 펭수카드가 일상 속에 작은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펭수카드는 펭수의 얼굴과 함께 '펭-카'라는 텍스트가 큼지막하게 들어간 디자인과 '학사모 쓴 펭수' '해바라기 꽂은 펭수' 등 펭수의 다양한 표정을 이모티콘으로 만들은 두 가지 형태로 출시됐다. [조성우 기자]

KB국민카드가 펭수카드를 내놓은 건 지난 달 17일. 기존 'KB국민 노리 체크카드'에 펭수 디자인을 적용해 'KB국민 펭수 노리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종류는 두 가지다. 펭수의 얼굴과 함께 '펭-카'라는 텍스트가 큼지막하게 들어간 디자인과 '학사모 쓴 펭수' '해바라기 꽂은 펭수' 등 펭수의 다양한 표정을 이모티콘으로 만들어 적용한 것.

그중 눈에 띄는 건 오른쪽 팔을 드는 시그니처 인사법이 적용된 '펭-카' 다자인이다. 짙은 하늘색의 세로형 플레이트에 펭수의 이미지, 문구에만 집중한 덕에 깔끔한 인상을 준다.

특히 펭수 특유의 '펭-하' 포즈가 큼지막하게 담겨있어, 당장이라도 튀어나와 "팀장님! 돈도 많이 버는 양반이 말이야! 크게 한턱 쏘셔야 되는 거 아닙니까! 나 원 참!!!"이라고 도발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보기만 해도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는 펭수카드. 가히 '핵인싸템'이라 할 만하다.

오른쪽 팔을 드는 시그니처 인사법이 적용된 '펭-카' 다자인은 하늘색의 세로형 플레이트에 펭수의 이미지와 문구에만 집중한 덕에 깔끔한 인상을 준다.[조성우 기자]

펭수카드라 해도 혜택은 기존 노리체크와 같다. 전월 이용실적에 따라 월 최대 5만원의 통합할인한도 범위 내에서 ▲대중교통 10% ▲CGV 35% ▲스타벅스 20% ▲롯데월드·에버랜드 50% ▲GS25 5% ▲통신요금 2천500원 할인 등이다,

그럼에도 펭수의 힘은 강력했다. 출시 첫날 4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흥행을 예고하더니 약 15일만에 발급좌수 17만좌를 돌파했다. 타사 캐릭터 카드 추이와 비교해 봐도 빠른 속도다.

업계 관계자는 "펭수가 기존의 캐릭터들과는 다르게 10대와 20대를 넘어 30대 연령층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등 팬층이 두텁다보니, 카드도 흥행하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설명했다.

펭수카드는 내년 2월 16일까지만 판매된다. KB국민카드는 카드 발급 고객 선착순 20만명에게 펭수의 재치있는 어록을 활용한 스티커를 제공한다. 또 4월 말까지는 출시를 기념해 이 카드로 88만원 이상 사용하는 고객을 추첨해 여행상품권 등 경품을 증정할 계획이다.

펭수카드는 펭수의 얼굴과 함께 '펭-카'라는 텍스트가 큼지막하게 들어간 디자인과 '학사모 쓴 펭수' '해바라기 꽂은 펭수' 등 펭수의 다양한 표정을 이모티콘으로 만들은 두 가지 형태로 출시됐다. [조성우 기자]

사실 펭수카드가 등장하기 전부터 금융권엔 가히 '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미 캐릭터 카드는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가장 최근엔 NH농협카드의 '라이언 치즈 체크카드'가 주목을 받았다. '치즈 농장의 농부 라이언' 캐릭터를 플레이트에 크게 적용한 게 특징이다. 카카오프렌즈와 NH농협카드가 협업해 만들어낸 캐릭터다.

NH농협카드의 '라이언 치즈 체크카드'는 카카오프렌즈와 협업해 만들었다. [조성우 기자]

인기도 상당했다. 지난해 11월 28일 출시된 이후 약 3개월 만에 누적 발급좌수 35만좌를 돌파했다. NH농협카드는 인기에 힘입어 발급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스페셜 이모티콘' 지급 기간을 2월 말에서 3월 말로 연장했다. 주요생활편의업종인 커피, 편의점, 영화 온라인쇼핑, 배달앱 등에서 0.5~1.0%의 포인트를 쌓아주는 게 주된 혜택이다.

이밖에도 우리카드에선 '쿠키런' 캐릭터를 적용한 '카드의정석 쿠키체크'를 만나볼 수 있다. 가로형 디자인으로 쿠키런 캐릭터가 해맑은 표정으로 달려가는 모습, 소파에 앉아 휴식하는 모습 2종류로 구성돼있다. 신용카드 정보사이트 카드고릴라는 지난해 가장 인기있는 체크카드 1위 자리에 '카드의정석 쿠키체크'를 올려놓은 바 있다.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해외결제 캐시백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리카드의 '카드의정석 쿠키체크'는 가로형 디자인 2종류로 출시됐다. [조성우 기자]

핀테크 업계도 캐릭터 카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핀크는 하나카드와 손잡고 방송인 유병재의 얼굴을 카드 플레이트 전면에 적용한 '유병재 카드'와 반려견 SNS 스타 '절미'의 이미지를 담은 '절미 카드'를 출시한 바 있다. 현재 5만좌 한정이었던 유병재카드는 판매가 종료됐으며, 절미카드는 4만좌 한정에 3만7천좌가 발급된 상태다.

핀크는 하나카드와 손잡고 유병재카드(왼쪽)와 절미카드를 선보였다. [조성우 기자]

업계는 캐릭터 카드의 인기 배경으로 '개성 표현'과 '캐릭터 소유 니즈' 등을 꼽는다. 평소 관심있게 지켜보던 캐릭터를 카드를 통해 소유함과 동시에, 일상 속에서 깨알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와 어른의 합성어인 '키덜트(kidult)' 문화가 유행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신용카드와 비교해 부담 없이 발급받을 수 있다는 것도 한몫 한다. 대부분의 캐릭터카드는 체크카드 형태다. 타행 계좌와의 연동도 가능하다.

최근에 선보인 캐릭터 체크카드는 연말정산을 유리하게 받고 싶은 직장인이나 신용카드를 발급 받을 수 없는 청소년, 대학생, 사회초년생들에게 인기가 많다.[조성우 기자]

카드고릴라 관계자는 "체크카드 사용자들은 신용카드처럼 공격적으로 혜택을 받으려 하기 보다는, 필요에 의해 발급받는 경우가 많다"라며 "연말정산을 유리하게 받고 싶은 직장인들이나 신용카드를 발급 받을 수 없는 청소년, 대학생, 사회초년생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왕 체크카드를 발급받는 김에 독특하거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 카드를 선택하는 고객들이 많다"라며 "카드사들도 좀 더 재미있게 쓸 수 있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캐릭터 카드는 수익성 악화 등으로 어려움에 빠진 카드업계에도 '효자'다. 모집 비용 없이 캐릭터 효과만으로 다수의 고객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캐릭터 카드 하나만 잘 만들어도 '금융 혁신'을 이루는 셈이다.

최근에 선보인 캐릭터 체크카드는 연말정산을 유리하게 받고 싶은 직장인이나 신용카드를 발급 받을 수 없는 청소년, 대학생, 사회초년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조성우 기자]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수익성이 악화된 카드사들이 모집비용을 줄이고 있는데, 캐릭터 특화카드를 잘 만들면 모집활동에 따로 나서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고객을 끌어올 수 있게 된다"라며 "범용성있는 카드보다 타깃층을 제대로 설정해 캐릭터 카드를 만든다면 시장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인기를 끌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서상혁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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