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한국] 유통지형 대변혁…온라인 승부수 띄운 유통街


롯데·신세계 총수, 직접 온라인사업 진두지휘…체질개선 총력전

한국 경제가 블랙홀처럼 출현한 코로나19 발(發)로 인한 불확실성의 늪에 빠르게 빠져들고 있다. 주문소리로 활기찼던 가게에는 한숨소리를 넘어 곡소리마저 느껴지고 있다. 산업단지마다 요란하게 돌아갔던 공장의 기계소리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그래도 한국 경제는 위기 때 더 강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뿐 아니라 1997년의 외환위기(IMF),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넘겨왔다. 기업들도 신발끈을 다시 바짝 조여매고 있다. 이에 아이뉴스24에서는 창간 20주년을 기념해 '희망 대한민국'의 최전선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뛰는 주요 기업들의 전략을 시리즈로 담아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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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온라인 쇼핑 시장의 급성장으로 유통업계의 주축이 되고 있던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점포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언택트' 소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들의 설 자리를 줄어들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유통업체 26곳의 매출은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이 중 오프라인 유통업체 13곳의 매출은 0.9% 감소했고, 온라인 유통업체 913곳의 매출은 14.2% 늘었다. 대형마트 매출은 0.5% 하락, 백화점은 0.1% 감소했다.

특히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매년 상승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18.3% 증가한 134조5천830억 원을 기록했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처음으로 100조 원을 돌파한 2018년 이후 1년 만에 또 다시 20조 원 이상 늘어나면서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거래액 증가는 모바일 쇼핑이 이끌었다. 지난해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86조7천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5.5%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 중 모바일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대비 3.6%p 늘어난 64.4%를 기록했다.

◆유통지형 오프라인→온라인으로 지각변동

유통업태별 매출 구성비에서도 온라인 비중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17년 전체 시장에서 35%의 비중을 차지했던 온라인은 지난해 41.2%로 늘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비중이 같은 기간 동안 각각 2.1%p, 3.8%p 줄어든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국기업평가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2020년 소매유통 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15.5%였던 전 품목의 평균 온라인 침투율은 작년 7~9월에 28%까지 치솟았다.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판매액 100억 원 중 온라인 판매가 3년 여만에 15억 원 수준에서 30억 원 가까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이처럼 유통산업 중심에 섰던 백화점과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갈수록 악화되는 경영 환경에 비틀거리고 있다. 1~2인 가구 중심으로 재편되는 인구 구조 변화와 온라인 쇼핑 시장의 급성장, 정부의 과도한 규제에 최근 '코로나19'라는 전염병까지 겹치자 각 업체들은 '생존' 위협까지 받고 있다.

지난해 대한상의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대형마트의 매출액이 2012년부터 7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3사 기준 점포 수도 2018년 처음으로 2개가 줄었다.

이 같은 추세는 각 대형마트들의 실적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마트는 2018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3.4% 감소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7%나 급감한 1천507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고였던 2013년 영업이익(7천350억 원)의 5분의 1수준이다.

롯데마트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매출은 6조3천30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84억 원에서 248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마트를 포함한 롯데쇼핑 전체 영업이익은 2011년 1조7천억 원에서 지난해 4천279억 원으로 급감했다. 매출도 2015년 29조1천277억 원에 비해 지난해 10조 원 이상 줄어든 17조6천328억 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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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동안 명품 덕분에 그나마 실적 선방을 이뤘던 백화점들도 올 들어 매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으로 방문객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 18일부터 이달 5일까지 주요 백화점들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롯데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9%,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15.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의 2월 한 달간 매출 역시 17% 줄었다.

특히 '슈퍼 전파자'로 불리는 31번 확진자가 지난달 18일 나타난 후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각 백화점들의 매출 감소폭은 더 커졌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5일까지 매출이 무려 38.4%나 급감했고, 신세계백화점도 같은 기간 동안 매출이 35.8%나 줄었다. 이는 국내 백화점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백화점들은 일단 극약처방으로 최근 영업시간 단축에 나선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경기가 어렵다고 했던 상황에서도 백화점들은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며 유통산업의 주축으로 커왔다"며 "힘든 시기여도 소폭 하락세는 보였지만 30%가 넘게 매출이 빠진 것은 입사 이래 처음 보는 광경"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배송 기술 개선과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 1인 가구 증가 등에 따른 제품 수요 변화에 따라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갈수록 백화점, 대형마트 등이 설 자리는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소비 트렌드 변화로 잠든 오프라인…군살빼기 돌입

이로 인해 오프라인 기반으로 운영됐던 유통 대기업들은 군살빼기에 돌입했다. 기존 사업구조로는 급변한 유통 패러다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롯데쇼핑은 올해 백화점, 슈퍼, 마트 등 700여 개 오프라인 점포 중 30% 수준인 200여 개를 정리하겠다고 발표했다. 롯데쇼핑이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1979년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여파로 롯데에서만 총 5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없어질 전망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16일까지 희망퇴직 접수도 받았다.

이마트는 수익성이 악화된 마트 점포와 전문점 59개 점포를 정리함과 동시에 인력 재편에 나섰다. 업계에선 대형마트 1개가 사라질 때마다 협력사를 포함해 일자리 300여 개가 사라진다고 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 전경 [사진=롯데쇼핑]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서도 오프라인 매장 폐점 소식은 잇따르고 있다. 126년 전통의 중저가 백화점 시어스는 지난 2017년 381개 점포 문을 닫다가 이듬해 파산했고, 세계 최대 장난감 왕국으로 승승장구하던 토이저러스도 막대한 부채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최근에는 162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 대형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가 향후 3년간 전체 매장 20%에 달하는 125개 점포 문을 닫겠다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들이 잇따라 오프라인 점포 폐점 계획을 밝히면서 수 만 개의 일자리도 동시에 사라지게 됐다"며 "납품업체, 소비자, 지역상권 등 연쇄적으로 부정적 효과가 퍼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를 대신해 유통 대기업들은 온라인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에 비해 오프라인 유통채널에만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비대면 쇼핑'을 점차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오프라인 점포의 매력도가 점차 떨어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은 지난 2012년부터 정부가 골목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대규모 점포에 대한 영업 제한에 나서면서 실적 악화 상태에 빠졌지만, 규제가 없는 이커머스 업체들은 반사이익 덕분에 회사 규모를 크게 키웠다. 쿠팡의 매출이 2018년 전년 대비 65% 성장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에 유통산업발전법이 정한 '대형마트 심야 영업 제한'과 '주말 의무휴업 규제'가 온라인 배송에 그대로 적용되면서 대형마트들은 새벽 배송도 할 수 없는 처지다.

또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의 쇼핑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는 것도 이들이 온라인 사업 강화에 나서게 된 주요 원인이 됐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지 않았던 50대 이상 소비자들까지 이커머스로 몰리면서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성은 더 높아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2003년엔 사스로 중국 온라인 쇼핑이, 2015년에는 메르스로 국내 시장에서 쿠팡이 급성장했다"며 "올해도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빠르게 확산돼 이커머스 주문량이 크게 늘어나 국내 온라인 시장이 기존보다 더 폭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온라인에 사활 건 유통 대기업…체질 개선 성공할까

이에 롯데쇼핑은 오는 29일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ON)'의 정식 론칭과 함께 온라인 사업을 중심으로 한 체질 개선에 본격 나선다. 이를 위해 지난 2018년 e커머스사업본부를 출범시켰으며, 약 3조 원의 대규모 투자도 집행했다. 오는 2023년까지 온라인 취급액을 지금의 3배인 20조 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내놨다.

롯데온 [사진=롯데지주]

'롯데온'은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이커머스 등 롯데쇼핑 법인 내 5개 사업부를 시작으로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까지 통합해 운영되는 쇼핑몰이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든 계열사 제품을 한 번에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롯데는 '롯데온'을 통해 고객들이 백화점이나 슈퍼, 하이마트 등 가까운 매장에서 롯데그룹이 취급하는 모든 제품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옴니채널' 전략을 완성시킨다는 방침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말로는 디지털화를 외치면서 (이전처럼) 점포 운영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유통에선 여러 자회사가 운영하던) 인터넷 사업을 일원화 해 모든 상품을 가까운 (롯데) 점포에서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네오 온라인 물류센터 전경 [사진=신세계그룹]

롯데보다 일찍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강행했던 신세계는 최근 'SSG닷컴'으로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초 별도 법인으로 출범한 SSG닷컴은 기존 운영되던 신세계몰과 이마트의 온라인 사업 부문을 합쳐 만든 통합 플랫폼으로, 신세계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사업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 어피너티에퀴티파트너스(AEP)와 BRV 등으로부터 1조 원을 투자 받는 데 중심축 역할을 했던 것도 정 부회장이다.

당시 정 부회장은 "그 동안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가 신세계그룹의 성장을 담당해왔다면 앞으로 온라인 신설법인이 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그룹의 핵심역량을 모두 집중해 온라인 사업을 백화점과 이마트를 능가하는 핵심 유통채널로 키울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이달에 통합 1주년을 맞은 SSG닷컴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 8천442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7.7%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전체 온라인 쇼핑 시장 성장률(18.4%)보다 2배 가량 높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4일까지 매출이 71.2% 신장하는 등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늘어난 식품과 생필품 카테고리 등은 대형마트 중심의 온라인몰이 강점을 갖고 있는 상품군"이라며 "앞으로 SSG닷컴의 경쟁력이 소비자에게 부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마트 자율주행카트 일라이 [사진=이마트]

또 신세계는 그룹에서 정보통신(IT)을 맡고 있는 신세계I&C를 통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사업을 펼쳐 미래 대비에도 나섰다. 이를 위해 신세계는 지난 2014년 미래생활상을 연구하는 전문가 집단 S-랩을 만들었다. '아마존고'를 표방하며 연구에 매진한 S-랩은 지난 2018년 자동 무인계산대인 '고속자동스캔 셀프계산대'와 자율주행 스마트 카트 '일라이'를 선보이며 주목 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경기도 김포에 한국판 '아마존고' 매장도 열었다. 이 점포에서는 고객들이 따로 결제할 필요 없이 물건을 들고 나가면 신세계그룹 간편결제 서비스인 'SSG페이'로 자동 결제된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초반부터 유통 흐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했지만, 롯데와 신세계는 유통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며 "온라인 쇼핑 트렌드가 잠시 스쳐지나갈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유통 대기업의 쇠락을 가져다 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최근 들어 유통 대기업들이 구조적인 변화와 적극적인 투자, 다양한 시도로 온라인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보인다"면서도 "앞으로는 과거 영광에 젖었던 기존 경영 방식을 버리고 현재 소비 트렌드에 맞춰 얼마나 유연하게 시장에 대처할 수 있는가가 이들의 생존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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