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시조를 국가이념으로 하는 가상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삶의 고됨도 역경도 시조 한 자락에 담아 훌훌 털어버렸던 백성들은 역모로 인해 시조가 금지되면서 자유와 행복 또한 빼앗긴다.
15년 만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조선시조자랑이 열리게 되고, 비밀시조단 골빈당은 정체를 숨기기 위해 수애구로 이름을 바꿔 출전한다. 불평등한 세상을 향한 외침을 통해 조선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이들의 중심엔 단이 있다.
천민이라 손가락질 받지만 굴하지 않고 시조를 읊으며 멋에 살고 폼에 살던 단은 골빈당을 만나면서 얼마 전 임금을 시해한 혐의로 죽임을 당한 자모가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게 된다.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골빈당의 일원이 되면서 차츰 성장해나간다.
‘삼단’ 양희준·이휘종·이준영을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같은 역할을 하는 배우들이 캐릭터와 작품에 대해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풀어놔 더욱 귀를 기울이게 했다.
성격도 개성도 다른 세 배우가 만나 절친이 되기까지는 단이라는 캐릭터를 두고 함께 고민한 시간들이 있었다. 초연부터 창작과정을 같이 밟아왔기에 이들의 작품에 대한 애정은 두말할 나위 없었다.
다음은 뮤지컬배우 양희준·이휘종·이준영과의 일문일답.
이준영 “‘익숙함에 속아서 놓치는 부분이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걱정을 많이 했다. 공연을 마치고 나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더라. 새로운 배우들도 와서 새롭게 보여줄 수 있는 자리가 돼 되게 기분이 좋았다. 초연과 다른 설렘이었다. 같은 공연이지만 다른 공연을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휘종 “셋 중 내가 제일 마지막에 첫공을 했다. 다른 공연을 끝내고 희준이 첫공을 응원하러 왔을 때 관객들의 박수소리랑 함성소리가 대단하더라. ‘와, 이만큼 사랑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다음날 준영이 첫공을 봤다. 마찬가지로 호응이 좋았다. ‘내가 이런 공연을 하고 있구나’ 싶어 들어가기 전부터 기뻤다. 사실 공연하기 전에 피부도 안 좋고 몸도 안 좋았다. 첫공 끝나고 집에 가니까 진짜 거짓말같이 말끔히 나은 느낌이 들었다. 걱정이 내려가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이 공연이 나에게 주는 좋은 영향 덕분인지 몰라도 감사하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양희준 “되게 그리웠고 보고 싶었다. 팀워크로 잘 이뤄진 사람들이랑 다시 무대에 서는 거라서 일을 한다는 생각보다 논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오히려 공연 올라가기 전에 생각이 많았다. 전날부터 빨리 올라가고 싶어서 설렜다. 공연 끝나고 나서는 그때부터 객석이 보이니까 ‘다시 행복한 여정이 시작되는구나’ 싶더라. 연강홀에서 같이 울고 웃고 소리 질렀던 관객들을 다시 만나니까 반갑고 기뻤다.”
- 초연과 달라진 부분을 짚어 달라.
이준영 “드라마적인 요소들은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시조자랑 예선이나 본선 무대의 안무 등 중간 중간 많이 바뀌었다. 이금결의 마술도 달라졌다.”
양희준 “이금결이 새로운 마술을 선보인다. 몇 십 만원 하는 소품을 자기 돈으로 사서 직접 납땜도 한다.(웃음) 그 장면에서 그 캐릭터일 때 자부심을 크게 느끼는 형이다.”
이휘종 “초연 때보다 안무도 조금 달라졌다. 그리고 연출님이 단이 캐릭터에 대해 좀 더 고민해보자고 하셨다. 우리 셋이 ‘이게 맞을까’ 얘기를 하다가 괜찮다고 했던 지점이 있다. 자모가 아버지인 걸 알게 된 장면에서 부르는 ‘새로운 세상’에 예전엔 원망·슬픔을 담았다면 지금은 허탈함도 있고 좀 더 많은 감정들이 들어갔다.”
이휘종 “일단 머리.”
이준영 “머리띠를 하는데 그걸 희준이 형이 엄청 어필을 했다고 하더라.”
양희준 “가발을 쓰다보니까 앞머리가 길게 내려와서 이마가 부끄러운 느낌이 살짝 있었다. 무대가 객석과 가까우니까 가발의 부자연스러움이 잘 보인다. 머리 위에서부터 귀까지 되게 티가 많이 나는데 ‘이걸 어떻게 하면 좀 예쁘게 보일 수 있을까’ 고민을 해봤다. 부끄러움을 덜어야 최대한 극 안에 집중할 수 있지 않나. 머리띠를 하면 부자연스러움을 보완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 어필을 많이 했다.”
이준영 “나는 초연 때는 겁 없고 당찬 10대였다면 이번에는 생각이 되게 많고 낙차가 큰 단이를 구축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 ‘놀아보세’에서는 즐기는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조선수액’은 나를 내려놓고 하다가 ‘백성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전달하는 게 골빈당 아닙니까’ 이런 얘기를 확실하게 해서 그 차이를 좀 보여주고 싶었다. 보신 분들이 감정이 다르다고, 조금 더 성숙한 단이 같다 하시더라.”
이휘종 “나는 초연 때는 준영이와 반대로 좀 감정적인 부분이 많았다. 앙코르 와서 뺀다기보다는 설득력에 신경을 썼다. 보통 그런 거 있지 않나. ‘갑자기 저렇게 화를 낸다고?’ ‘갑자기 저렇게 울어버린다고?’ 이런 간극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만들려고 노력을 했다. ‘허탈해서’ ‘화가 나서’ 등 그 과정들을 보여주고 난 뒤 운다. 관객들이 보시기에 설득 가능한 서사로 보이게끔 연기하려고 했다. 좀 더 감정을 쪼개서 연기를 하게 된 것 같다.”
이준영 “없었다. 연습실 올라가는 계단이 제일 힘들었다. 계단이 많다.(웃음) 그리고 밥 먹으러 가는 길이 멀었다. 그거 말고는 다 좋고 재밌었다.”
양희준 “나는 안무감독님.(웃음) 진짜 자주 혼났다. ‘왜 너는 달라지는 게 없냐’ ‘공연 똑같이 할 거냐’며. 똑같이 하려고 했는데.(웃음) 안무감독님은 똑같은 걸 하더라도 계속 고민을 해서 내 것을 찾아보라는 입장이었다. ‘어쨌든 더 발전시켜야 되는 거 아니냐’ 하셔서 뭔가 새로운 걸 많이 가져가곤 했는데 그때마다 혼나기 일쑤였다.(웃음) 그리고 아무래도 장시간 공연을 해왔고 똑같은 걸 연습하다보니까 당연시되는 일들이 있어서 그 부분을 고민했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아니까 미리 다음 행동이 준비가 되더라. 그런 걸 많이 경계했던 것 같다. 이경수 형이 ‘우리가 즉흥성을 잃으면 안 된다’고 한 말이 그때그때 많이 생각났다. 대사도 다시 한번 해보고 상대 대사를 조금이라도 더 들으려고 노력을 했다.”
이휘종 “나는 개인적으론 춤. 늘 춤이 어렵다. 내 한몸 가누기가 너무 힘들다.”
이준영 “아니다. 형 잘한다. 오히려 안무감독님 코멘트가 많은 건 희준이 형이었다.”
양희준 “나는 맛집이니까.”
이휘종 “아니, 나는 포기하신 거다. ‘이정도 발전했다, 휘종아, 우쭈쭈’ 이런 거다. 안무도 그렇고 ‘어떻게 하면 초연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까’ 그런 고민을 했다. 그때보다 못한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되니까 그에 대한 부담감과 생각이 좀 많았던 것 같다.”
- 연습실에서 재밌었던 에피소드를 얘기해 달라.
이준영 “나는 디데이 영상 찍는 거. 먼저 찍은 사람들이 소재를 다 써버리니까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내가 할 땐 30분 정도 걸렸다. 결국 홍국 옷 입고 칼 들고 찍었는데 억지였다. 하지만 찍을 때마다 되게 재밌었다. TMI인데 또 하나 있다. 첫 연습 날 밥을 먹고 커피숍에 갔다. 옆 테이블에서 번호 골라서 커피 내기를 하자고 하기에 ‘나도 할래’ 했다. 사장님한테 1번부터 6번까지 중 골라달라고 했는데 내 번호인 6번을 고르시더라. 결국 내가 5만8천원을 냈다. 그게 밥값보다 더 많이 나왔다.”
양희준 “나는 따라하는 걸 좋아해서 금결이 형 춤추는 것도 따라하고 홍국 형들 하는 것도 따라했다. 따라하는 게 재밌었다.”
이휘종 “나는 어떤 상황보다 조노 역의 심수영이 되게 재밌었다.”
양희준 “수영이가 키도 크고 잘생기고 몸이 엄청 좋다. 피지컬로는 엄청난데 바보 온달이다. 빙구미가 있다.”
이휘종 “늘 서서 이렇게 보면 없고 밑을 봐야 있다. 조노 첫 등장 때 댄스브레이크 신에 수영이가 비보이 춤인 식스스텝을 춘다. 그것 때문에 연습실 오면 늘 바닥에 붙어있다. 그래서 이동수(초연 조노 역)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늘 걔만 보면 웃겼다. 성격도 호탕하다.”
양희준 “본인이 작정하고 웃기는 게 아니라 본체가 웃음을 준다.”
이준영 “언젠가 내가 조노 말투가 웃겨서 장난으로 따라했다. ‘조노이므니다’ 했는데 뒤에서 형이 갑자기 ‘같은 하늘아래 조노는 한명뿐 내가 진짜 조노이므니다’ 이러는 거다. 표정까지 진짜 조노처럼 하고 있으니까 그게 너무 웃기더라. 되게 재밌는 형이다.”
이휘종 “난 사실 수하가 제일 재밌었다.(웃음) 늘 약간 술에 취해서 온 애 같았다. 흥이 진짜 많다. 우리가 연습 들어가기 전에 한 15분 정도 몸을 푸는데 수하는 고삐 풀린 망아지 느낌이었다.”
이준영 “수하 누나가 뭔가 바뀌었다. 단이 같다.”
이휘종 “원래 되게 터프하고 호탕한 성격인데 초연 때는 그걸 조금 알았다면 앙코르 와서 더 친해져서 재밌다.”
양희준 “날아다닌다. 수하는 술을 한잔도 안 먹는데 술자리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애다. 연습 때도 그런 분위기다.”
이휘종 “근데 초연 때 수하보다 지금 수하가 나는 더 좋다.”
양희준·이준영“훨씬 좋다, 훨씬 좋다.”
이휘종 “처음 만났을 땐 차분하고 무거운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사람냄새가 많이 난다.”
이휘종 “그거 하나 있지 않나. 가발.(웃음)”
양희준 “해프닝인데, 첫 공연에서 마지막곡 부를 때 임현수 형이 내 머리를 잡아야 되는데 세게 잡아서 가발이 드드득 하면서 뜯어졌다. 세상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런 사고가 있었지만 좋았다.”
이준영 “그 다음 공연이 나였는데 현수 형이 방에 오셔가지고 연습 한번만 해보면 안되겠냐고 하시더라. 그리고 바꿨다. 형이 내 턱을 이렇게 잡으셔서 포옹하는지 알았다.”
양희준 “나는 두 번째 공연할 때 형이 고생했다고 뽀뽀해주는지 알았다.”
이휘종 “따뜻한 홍국이다. 굿바이 키스.(웃음)”
- 이번에 연습하면서 더 크게 와 닿았던 넘버가 있나.
양희준 “나는 전에도 가장 좋아하는 넘버가 뭐냐는 질문에 오프닝 ‘시조의 나라’를 얘기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번 연습하면서 그 장면을 볼 때, 다 나와서 기쁨과 슬픔을 한번에 보여주는데 ‘그래 우리 공연 다시 한다’ 하면서 뭉클한 적이 많았다.”
이휘종 “‘시조의 나라’는 공연 시작하고 나서 바로 나오는 넘버인데 뒤에서 대기하면서 보고 있으면 뭔가 찡하다. 형이랑 누나들이랑 백성들이 정말 열심히 춤을 춘다. 그걸 뒤에서 보고 있다가 단으로 ‘헤헤’ 이러고 등장해야 하는데 감정이 좀 남아있다. 나 같은 경우 늘 매일 새로운 건 ‘조선수액’이다. ‘조선수액’이 컨디션을 정말 많이 타는 노래다. 할 때마다 새로워진다. 그만큼 우리한테 어려운 노래다. 예를 들어서 ‘새로운 세상’은 고음과 호흡이 길어야 되고 소리를 잘 내야 되는데 이런 어려움과는 다른 새로운 도전인 거다.”
이준영 “‘조선수액’ 할 때 너무 외롭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되는 느낌이다.”
이휘종 “우리 서로 장난으로 ‘갔다 올게’라고 하고 무대에 오른다. ‘지켜봐줘’ 이런 느낌인데 짜릿하면서도 힘든 노래다.”
양희준 “노래도 힘든데 동선을 하면서 소화해야 해서 체력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힘들다. ‘새로운 세상’ 등 다른 노래들은 누군가의 영향을 받거나 사건이 일어나 거기서 움직이게 되는데 ‘조선수액’은 온전히 우리가 바닥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된다.”
이휘종 “등장하자마자 처음 하는 넘버다 보니까 부담감이 있다. 목을 아무리 풀어도 공연장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풀리는 게 있기 때문에 그게 힘들기도 하다.”
이준영 “‘조선수액에 따라서 1막의 컨디션이 좌지우지된다. 처음에 잘 시작하면 걱정이 없다. ’조금 삐끗했다‘ 하는 순간 안에서 하나씩 무너지는 거다.”
양희준 “그때 난 다짐한다. 우리 공연은 2막부터라고. ‘2막 때 더 집중해야지’ 한다.”
이휘종 “맞다. 나도 늘 그랬다. ‘조선수액’에 장치가 많아서 조금 힘들기도 하다. 붓·부채·봇짐 이런 게 있으니까 변수가 많아서 늘 도전이다.”
이준영 “나는 좋아하는 넘버가 ‘운명’이었는데 ‘시조의 나라’로 바뀌었다. ‘시조의 나라’의 이야기들이 와 닿았다. 지금의 나와 어렸을 때 나를 생각해보게 된다. 어렸을 땐 자유롭게 놀다가 엄마가 ‘밥 먹어’ 하면 밥 먹고 생각 없이 놀았다. 지금은 사회의 벽에 부딪혀서 해야 되는 것들과 할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있는 사람들은 이런 거 안 해도 되겠지’ 등 커오면서 느낀 권력이나 현실에 대해 느낀 것들이 많으니까 ‘시조의 나라’가 좀 사실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
이준영 “나는 ‘바람은’에서의 감정이 너무 어렵다. 처음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왜 화를 내야 되지’부터 시작해서 ‘왜 우리 마음을 못 알아줘’에서 끝났다. 이번엔 백성들 때문에 속상하고 나를 이해시키려고 하는 진이한테 화가 나더라. 내 생각에 대해서 단호하게 얘기하는 십주한테도 되게 속상한 마음이 생겼다. 이 마음을 갖게 되기 전까지 엄청 어려웠던 것 같다. 신경을 되게 많이 썼다.”
양희준 “나는 신경을 많이 쓰는 장면이 감옥신이다. 처음 관계가 틀어지는 장면인데 내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고 어떻게 깨졌나에 따라서 그 다음 신과 다다음 신까지 연결이 된다. 내가 많이 상처받고 쪼개지는 만큼 다음 신들에 오는 힘들이 커진다. 그렇게 깨졌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고 돌아와 준 골빈당을 봤을 때 나의 기분과 상태를 잘 표현해야 한다.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부르는 ’새로운 세상‘ 리프라이즈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다음 장면들의 질감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그때 되게 신경을 많이 쓴다.”
이휘종 “사실 되게 많은데 좋아하는 장면 2개가 떠오른다. 진이가 무덤 앞에서 ‘우리 어머니도 그렇게 돌아가셨거든’이라고 하는 대사가 되게 잘 들린다. 어떻게 보면 단이가 진이를 역적처럼 생각하지 않나. 감옥신 그 언저리부터 해서 ‘너 땜에 삼촌이 죽은 거고 너 땜에 이 사단이 난거다’ 이렇게 얘기한다. 진이랑 시조대판서를 똑같이 보고 있었기 때문에 진이의 그 말을 듣자마자 진이가 너무 커 보이는 거다. 진이가 갑자기 히어로가 된 느낌 같기도 하고. 그 장면을 좋아한다. 또 하나는 임금이 백성들한테 고개 숙여 인사할 때, 그때가 나한테 원하는 걸 얘기하라고 했을 때보다 좋다. 뭔가 ‘내 말, 우리의 말, 우리의 행동이 왕에게 전달이 돼서 그도 우리에게 행동을 해 주는구나’ 싶어서다.”
양희준 “앙상블 중 황자영 누나가 얘기해 준 건데, 준영이는 소년미가 있어서 되게 톡톡 튀고 장난기가 많고 사랑스러운 동생의 느낌이 있다고 하더라. 휘종이는 모성애가 느껴진다고 한다. 더 보면 마음이 아려지고. 내가 생각했을 때 휘종이는 아픔·슬픔 이런 걸 표현할 때 단연 돋보인다. 진짜 슬프고 아파 보인다.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내 입으로 나를 말하긴 좀 그런데, 자영이 누나가 나는 상남자 같다고 하더라. 여기까지 하겠다.”
이준영 “이건 맞다. 희준이 형이 좀 남자다운 단인 것 같다. ‘싫은 건 싫어’ ‘난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 거야’ ‘거기에 태클 거는 사람들 뭐야’ 이런 호불호가 확실한 남자다. 휘종이 형은 감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되게 감성적인 단이다. 나는 연습할 때 감정 신에서는 안쓰럽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내가 형들에 비해서 너무 애 같으니까 울 때도 그렇게 보이나보다.”
이휘종 “대본 속 몸 사이즈나 몸짓은 준영이가 홍단에 가까웠는데 희준이 연기하는 걸 보고 ‘홍단이 여기 있구나’ 싶을 만큼 대본에 최적화된 홍단이더라. 준영이는 힘이 좋고 몸도 정말 잘 써서 다른 걸 다 떠나서 움직이는 것만 보면 ‘캐릭터 분석을 정말 열심히 잘 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준영이가 하는 행동들을 보면 ‘홍단의 생기발랄함과 까불까불함과 천방지축을 보여주기 위해서 열심히 고민 했구나’ 하는 지점이 되게 많다. 내가 준영이 나이 땐 그런 고민을 안했었다. 캐릭터를 떠나서 자꾸 내 과거를 돌아보게 되고 나한테 있어서 되게 대견한 단이다. 희준이는 일단 피지컬이 되게 좋다. 엄청 근육남은 아닌데 몸이 좋아서 볼 때마다 부럽다. 남성스러운 단의 느낌이다. 나는 팔랑팔랑한다. 무대에서 힘이 없어서 종이인형이라고들 하더라. 2016년부터 떠나질 않는 별명이다. 나도 원래 힘이 되게 많았다. 학교에서 교수님들이 ‘넌 똥배우야’라고 할 정도로 힘으로 연기했다. 그러다보니까 힘 빼는 것만 연습을 했다. 나는 액션으로 밀면 버틸 생각을 잘 안 한다. 그냥 날아간다.(웃음)”
이준영 “재은이 누나의 진은 되게 어른스럽다. 그래서 내 리액션이 달라지는 것 같다. 누나랑 할 때는 ‘바람은’이 조금 쉽다. 재은이 누나는 나한테 혼내는 것처럼 얘기한다. 그런 부분이 너무 좋다. 수하 누나는 나를 이해해주고 친구로서 다가와주는 진이다.”
이휘종 “둘 다 단과 백성들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좋고 비슷하지만 수하는 백성들을 많이 보려고 하는 게 무대에서 느껴진다. ‘놀아보세’랑 ‘운명’에서 특히 잘 보인다. 그런 게 되게 매력적인 것 같다. 재은이 누나도 백성들을 보지만 뭔가 좀 더 단이한테 집중을 해주려는 느낌이 강하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단을 설득시키고 혼내고 도와주려고 하는 게 보인다.”
양희준 “수하는 백성들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서 되게 따뜻한 진이다. 재은이 누나는 사랑보다는 진이가 놓인 상황에 있어서 자기가 짊어져야 하는 책임감이 느껴진다. 진중한 진이다.”
- 십주(이경수·이창용) 두명도 완전 다르다. 함께 연기할 때 어떤가.
양희준 “창용이 형은 좀 놀아본 멋을 아는 삼촌, 경수 형은 데친 채소 느낌?(웃음) 허술해 보이고 의욕 없어 보이지만 한번씩 진심이나 생각들이 나올 때 무게감이 있는 삼촌이다. 가끔 한마디 하면 되게 크게 와 닿을 때가 있다. 공통점은 둘 다 삼촌으로서 무대 위에서 확실히 의지가 많이 된다.”
이휘종 “창용이 형은 사실 삼촌보다 형 같은 느낌이 있다. 전면에 나서서 다 해줄 것 같은 행동파다. 경수 형 같은 경우는 호흡 자체가 연륜이 있는 연기호흡이다. 정말 삼촌 같다.(웃음) 하다보면 ‘이렇게 따뜻함을 표현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경수 형이 무대에서도 새로운 걸 많이 하려고 시도를 하신다. 그 중심에는 늘 따뜻함이 있는 것 같아서 좋다.”
이준영 “가족으로 표현하면 창용이 형은 멀리 살아서 오랜만에 만난 삼촌, 경수 형은 같이 사는 삼촌 느낌이다. 창용이 형이 잘못하면 따끔하게 혼내줄 것 같은 삼촌이라면 경수 형은 내 것 다 뺏어먹을 것 같은 삼촌.(웃음) 그런데 정말 내가 곤란한 상황이 생기면 제일 먼저 나서 주는 삼촌일 것이다. 경수 형은 진짜 삼촌 같다. 무대에서 의지를 되게 많이 한다. 너무 좋다. 개인적으로 경수 형 연기호흡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한명이다.”
양희준 “두 번 보시면 된다. 합류는 두 번째부터다.”
이준영 “나도 동감하는 게 처음 보신 분들은 서사를 명확하게 아시는 분이 없지 않나. 두 번 보면 ‘처음 봤을 때 이렇게 해석했는데 오늘 보니까 다른 장면처럼 보이네’라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런 부분들을 캐치하는 것도 되게 재밌을 것 같고 극중에 되게 신나는 곡들이 많다. 그런 곡들이 나올 땐 잠시 본인을 좀 내려놓는 시간을 가지면 더 즐기시지 않을까.”
이휘종 “어찌됐든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게 명확히 있으니까 그걸 놓치지 않고 엔딩까지 잘 끌고 가서 관객에게 어떤 작품인지 인식시켜주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디테일이 점점 추가되면서 어쩔 때는 기승전결이 아닌 기에서 결로 갑자기 넘어가는 연기가 나올 수도 있다. 그건 무대에 서는 배우들이 늘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매너리즘과 그렇지 않은 것의 중간을 잘 지키면서 공연을 해야 처음 보는 사람들도 ‘이게 좋은 공연이고 좋은 배우들이구나’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양희준 “우리가 ‘조선백성들’ 하면서 뭔가 배우와 관객들이 같이 노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때문에 처음 보시는 분들은 이미 보셨던 분들과 몰입도가 다를 것이다. ‘이 사람은 빠져들어서 같이 웃고 울고 슬퍼하는데 나는 아직’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분들도 처음은 있었고 똑같은 상황이다. 배우와 관객들이 하나가 되는 순간은 어렵지 않다. 처음은 그렇게 느낄 수 있지만 다음 공연 보면 바로 같이 즐기실 것이다.”
- 앙코르공연 마지막까지 꼭 해내고 싶은 목표나 숙제가 있다면.
이준영 “온 사람들 다 울리는 거. 눈물바다를 만들고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양희준 “많은 분들에게 각자 다른 향의 세 단이를 강요 아닌 강요 식으로 다 보여드리고 싶다. 자리 꽉꽉 채워서 다들 보셨으면 좋겠다. 이렇게 포장하면 너무 포장하는 느낌도 있는데, 향수와 비교해서 얘기하고 싶다. 최근에 들었는데 화려한 향보다 각자 사람한테 있는 고유의 체취와 섞이면서 향을 내는 게 좋은 향수라고 하더라. 우리가 ‘스웨그에이지’이라는 좋은 향수를 가지고 각 단만의 체취를 풍기고 있으니까 그걸 다 맡아보셨으면 좋겠다.”
이휘종 “개인의 목표는 늘 끝까지 잘해내는 것이고, 지금의 목표는 이 공연이 정말 건강한 컨디션으로 잘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거다. 관객들이 많이 오셔서 봐주시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고 마음으로 응원해주셔도 감사하다. 어떻게든 건강하게 잘 마무리하는 게 대표님 포함해서 전 스태프·모든 배우들의 바람이 아닐까.”
- ‘스웨그에이지’가 내 연기 인생에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은가.
이준영
양희준
이휘종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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