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LG화학이 지난해 업황 부진에 따른 어닝쇼크와 신용등급 하락에도 회사채 빅딜을 성공시켰다. 5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4배가 넘는 2조원 뭉칫돈이 몰린 것이다. 더욱이 주가가 두 달전과 비교해 40%나 급등하며 현대차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5위를 기록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올해부터 전기차 시장의 '퀀텀점프'가 예상되는 만큼 전기차 배터리에 공격적 투자를 펼쳐온 LG화학이 최대수혜자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로써 취임 2년차를 맞이한 신학철 부회장의 경영가도에 청신호가 켰다.

◆3년 연속 흥행몰이…1兆로 증액 가능성 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전날 5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2조3천700억원의 매수주문이 몰리며 오버부킹에 성공했다. 단일 회차에서 2조원 넘는 자금이 모인 것은 과거 LG전자 계열사들도 이루기 힘들다는 평가다.
구체적으로 3년만기(2천억원 모집)에는 1조700억원이, 5년만기(2천억원 모집)에는 7천800억원, 7년만기(500억원)에는 1천500억원의 투자수요가 몰렸다. 장기물인 10년만기(500억원 모집)에도 3천7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이 발행주관사다.
LG화학은 이같은 오버부킹을 바탕으로 채권 발행금액을 1조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조원을 조달할 경우 지난 2018년과 2019년에 이어 3년 연속 1조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하게 된다. 조단위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한 기업은 국내에서 LG화학을 제외하고 SK하이닉스, 포스코뿐이다.
LG화학은 조달자금을 석유화학 사업 투자에 사용하기로 했다. 3천억원 가량을 석유화학의 기초설비인 나프타분해시설(NCC) 여수 2공장 증설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2천억원은 고부가 화학제품인 폴리올레핀(PO) 생산설비 확장 투자에 사용한다. 이들 설비의 양산시점은 모두 2021년 6월이다.

◆신용등급 강등에도 주가 40% 치솟아…왜
LG화학은 현대차를 제치고 시가총액 5위(삼성전자 우선주 제외)로 부상했다. LG화학의 주가는 전날 종가기준 41만3천5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5일(29만2천원)과 비교해 무려 41.6%나 뛰어 오른 수준이다. 주가가 40만원을 돌파한 것은 2018년3월9일(40만6천500원) 이후 약 2년만이다.
LG화학은 지난해 석유화학 업황 부진 등으로 12년 만에 영업이익이 1조원을 하회했다. 더욱이 무디스는 최근 LG화학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으로 한단계 낮췄다. 이같은 악재에도 주가 상승과 회사채 빅딜을 성공시킨 배경에는 배터리 사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한층 더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세계 친환경 패러다임으로의 대전환에 따라 전기차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2021년부터 탄소배출 규제에 나선다. SNE리서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연평균 20%로 성장, 2030년께 전기차 비중이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3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LG화학은 완성차 업체와 합작사 설립, 신규캐파 증설 등을 통해 꾸준히 수주를 확보해왔다. 지난해 LG화학은 최대 10조원 규모의 볼보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된 데 이어 최근 테슬라와도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말 배터리 수주잔량은 전년 대비 2배 가량 늘어난 150조원 수준을 기록했다.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전기차 배터리 부문의 손익분기점(BEP)에 근접한 만큼 올해부터 배터리부문 흑자 달성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LG화학은 차별화된 기술력과 공격적인 수주로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2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는 신규공장의 수율 개선이 기대보다 더디지만 연간 매출액 10조원 달성 및 연간 영업이익 흑자가 기대된다"며 "올해 부진한 화학 시황보다는 주앧형 전지의 성장성이 회복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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