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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키워드] 이재현 CJ 회장, 내실경영 총력…위기 '정면돌파'


내·외적 악재 딛고 사업구조 재편·승계작업 이어갈 듯…'성과주의' 가속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우리는 새로운 자세와 각오로 남들이 넘볼 수 없는 초격차 역량을 갖춰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강유(强柔) 문화를 체질화해 우리의 꿈과 비전을 실현해야 합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5월 있었던 'CJ 더 센터' 개관식에서 이전까지의 남산 시대가 그룹 포트폴리오를 다지는 시대였다면, 이제부터는 글로벌에서의 무궁한 성장 기회를 토대로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미래 100년을 넘어서는 글로벌 최고의 생활문화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후 반 년 남짓한 동안 이 회장은 이 구상을 '수익성 개선'의 모양새로 현실화시켰다. 또 지난 2일 손경식 회장을 통해 발표된 CJ그룹 2020년 신년사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갈 것임을 밝혔다.

손 회장은 이날 "글로벌 경기 악화가 지속되는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 '양적 성장'보다는 안정적 수익성이 동반되는 '혁신 성장'을 우선해야 한다"며"혁신 성장으로의 전환은 본격적 글로벌 성장을 위한 준비과정"이라며 "핵심 사업과 관련된 연구개발(R&D) 강화, 신기술 개발, 인재 확보를 통해 도전적 초격차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CJ그룹은 올 한해 ▲혁신 성장 기반으로 기업가치 제고 ▲새로운 도약의 원동력이 될 초격차 역량 확보 ▲'일류 인재', '책임 경영', '목표 달성'이 축을 이루는 일류문화 정착 등을 경영방침으로 삼을 계획이다.

CJ그룹은 2020년을 '경영 패러다임 전환의 해'로 선언하고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사진=CJ그룹]
CJ그룹은 2020년을 '경영 패러다임 전환의 해'로 선언하고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사진=CJ그룹]

◆'그레이트 CJ' 버리고 '내실' 다지기에 전념

CJ그룹의 이 같은 경영방침은 지난해 내내 보여진 사업 개편과도 그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CJ그룹은 지난 한 해 동안 투썸플레이스, CJ헬로 등 계열사를 매각한 데 이어 서울 강서구 가양동 부지, 서울 구로공장 부지, CJ인재원 한개 동 등 자산까지 연이어 매각하는 등 현금 마련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는 이 같은 연이은 '매각 행렬'을 차입금 증가에 따른 대응 조치와 함께 사업구조 개편에 대한 CJ그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레이트 CJ'(2020년 매출 100조 원 달성)이라는 비전 아래 공격적 M&A를 펼쳤지만 재무구조 악화라는 부메랑을 맞았고, 결국 '내실'을 다지기 위해 계열사 및 자산 정리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CJ그룹은 지난 2017년 브라질 사료업체 셀렉타를 3천600억 원에, 2018년 미국의 슈완스컴퍼니를 2조 원에 인수하는 등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펼친 결과 2015년 5조 원 대였던 차입금이 7조 원을 넘어서며 재무구조 악화에 빠졌다. 이에 CJ그룹은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했으며, 올해를 '경영 패러다임 전환의 해'로 잡고 확장성보다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는 CJ그룹의 계열사와 자산 매각을 사업재편의 일환이라 바라보고 있다. [사진=CJ그룹]
재계는 CJ그룹의 계열사와 자산 매각을 사업재편의 일환이라 바라보고 있다. [사진=CJ그룹]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조직개편으로 효율성 제고

이 같은 의중이 반영된 것이 지난달 30일 단행된 2020년도 정기 임원 인사다. CJ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CJ제일제당을 신현재·강신호 사업부문 각자 대표 체제에서 강신호 대표 단독 대표 체제로 변경했다. 신 대표의 경우 CJ기술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R&D 경쟁력 강화와 인재발굴 업무를 맡는다.

강 신임 대표는 삼성그룹을 거쳐 지난 2002년 CJ그룹에 합류한 인물로, 그룹 내 인사와 경영전략 전문가로 꼽힌다. 특히 지난 2014년 CJ프레시웨이 대표로 재직할 시 흑자 전환을 이끌었으며, 2018년부터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를 지내며 '비비고' 브랜드를 세계화하는 데 공헌한 점이 크다고 평가받고 있다.

CJ그룹은 '성과주의' 인사를 단행해 강신호(좌) 대표와 차인혁(우) 대표를 각각 CJ제일제당과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로 선임했다. [사진=CJ그룹]
CJ그룹은 '성과주의' 인사를 단행해 강신호(좌) 대표와 차인혁(우) 대표를 각각 CJ제일제당과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로 선임했다. [사진=CJ그룹]

CJ제일제당 외에도 CJ그룹은 계열사별 성과에 따른 철저한 '성과주의' 임원 인사를 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에는 지난해 9월 그룹 디지털화를 위해 영입한 SK텔레콤 IoT사업부문장을 지낸 출신 차인혁 대표를 선임했으며, 호실적을 낸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와 유도선 CJ대한통운 SCM 부문장을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구 대표는 CJ올리브영을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업계의 확고한 1위로 성장시켰고, 유 부문장은 최근 5년간 진행한 해외 물류 기업 인수에 따른 수익성 개선으로 3·4분기 매출 2조6천218억원, 영업이익 887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한 업적을 인정받은 것이다.

CJ그룹은 이 같은 내용의 임원인사를 단행함과 함께 지주사 조직개편도 단행해 기존 실을 폐지하고 팀제로 전환했으며, 근무 인원 또한 절반 수준으로 축소했다. CJ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주사 인원을 계열사로 전진 배치해 계열사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선호 일탈 있었지만…승계 위한 '플랜B' 가동

이번 인사에서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의 남편인 정종환 글로벌인터그레이션 팀장 겸 미주본사 대표는 부사장 대우로 승진하며 오너 일가로는 유일하게 승진했다. 재계 일각으로부터 임원 승진 가능성이 제기됐던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의 경우 지난 9월 있었던 대마 밀반입 혐의로 재판이 진행중인 만큼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인사가 이 상무에 대해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지만, 재계는 이 부장이 이번 승진 인사에서 제외됐다고 해도 승계 1순위 자리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CJ그룹이 장자승계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만큼 입지는 탄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임원 승진에는 실패했으나 승계 1순위 자리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임원 승진에는 실패했으나 승계 1순위 자리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CJ그룹]

실제 이 회장은 이 부장과 이 상무 등 두 자녀에게 CJ 신형우선주를 각각 92만 주씩 증여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CJ 신형우선주는 발행 10년 뒤 보통주로 전환돼 의결권이 생기는 우선주다.

또 이 부장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CJ올리브네트웍스에서 분할한 신설 IT법인을 CJ주식회사의 100% 자회사로 편성해 이 부장이 보유한 IT법인 지분을 CJ자사주와 맞교환할 시 2.8%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에 따라 이 부장과 이 상무는 10년 후 CJ 신형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될 시점에 각각 5.1%, 3.8%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는 이 상무가 0.13%의 지분을 보유하고, 이 부장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현재 상황이 10년 후 뒤바뀐다는 것으로, 결국 이 회장이 이 부장에 대한 승계 절차를 지속적으로 밟아 나갈 것이라는 의사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장이 임원 승진에서는 배제됐지만, 최근 이 회장의 지분 정리 과정을 지켜보면 장자승계 원칙을 아직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며 "승계 작업은 이변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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