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끝나자 이젠 식품업계…인사태풍 부나

농심·오뚜기·풀무원·교촌 등 중견기업 '맑음'…CJ·롯데 '미지수'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이마트 발(發) 유통업계의 인사태풍이 식품업계에도 불어 닥칠지 관심이다. 직전 단행된 유통업계의 정기인사에서 실적부진 기업 CEO(대표이사)들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인사를 앞둔 식품업계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어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이르면 이달 초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한다. 연이은 인수·합병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는 CJ그룹의 이번 인사 핵심은 '효율성'이다. 실제 CJ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400명 수준 지주사 인력을 절반으로 줄이고, 이들을 각 계열사로 복귀시킨다는 방침이다.

특히 관심이 쏠리고 있는 부문은 식품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CJ제일제당 임직원들의 거취다. CJ제일제당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 줄어들었다. 지난 2월 말 미국 슈완스컴퍼니를 2조 원에 인수하며 차입금 부담이 커지고, 주력 사업인 식품 부문에서 부진한 실적을 보였기 때문이다.

CJ그룹의 인사 단행이 머지 않은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핵심 계열사 CJ제일제당의 인사 내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달 하순경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진 롯데그룹 식품BU도 관심의 대상이다. 지난해 임명된 이영호 식품BU장은 당분간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이지만, 연이은 실적 부진 속 '제로베이스 예산 관리'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롯데푸드와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 악재 속에서 주류부문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칠성음료 등에서 인사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은 지난 10월 말 그룹 전체가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해 이번 인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당시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투자 적절성을 철저히 분석해 집행하고, 예산 관리를 강화해 임직원에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며 "향후 발생 가능한 외환 및 유동성 위기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적 부진 속 '안갯길'에 빠진 CJ·롯데그룹 식품 계열사와는 대조적으로 식품 중견기업 CEO들의 입지는 탄탄한 모습이다. 이들은 각각 장기간의 경력로 인해 쌓인 노하우와 글로벌 역량을 십분 발휘하며 소속 회사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농심과 오뚜기의 '장수 CEO'들은 각자의 강점을 발휘해 회사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1981년 입사 후 39년째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박준 농심 부회장은 글로벌 역량을 무기 삼아 농심의 사업 영토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농심은 지난 9월 미국 서부에 약 2천400억 원을 투자해 제2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제2공장의 면적은 기존 라면 공장 대비 3배 규모인 4만6천500평에 달한다.

농심의 미국 제2공장 설립은 성장 한계에 부딪힌 국내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저출산 고령화 속 주 고객인 젊은 세대가 감소하는 상황을 고려해 시장을 확장하려는 의도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실제 농심은 현재 3분의 1정도인 수출 매출 비중을 오는 2022년까지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농심이 해외로 눈을 돌렸다면, 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오뚜기는 이강훈 대표의 지휘 아래 내수 시장에서의 내실을 다지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 2008년 대표 선임 이래 12년째 오뚜기를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취임 후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10% 중반대였던 라면 시장 점유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또 이 과정에서 주력 제품인 '진라면'의 가격을 2008년부터 10년 넘도록 동결해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정착시키는데도 성공했다.

또 지난 2015년 출시된 '진짬뽕', 지난 9월 출시된 '오!라면' 등의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이 연이어 히트를 기록하며 대표에 부임한 이후 매년 매출을 성장시키는데도 성공해 오뚜기를 '2조 클럽'에 가입시켰다.

전문경영인을 선임한 교촌에프앤비와 풀무원의 CEO들도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다.

전문경영인을 선임한 교촌과 풀무원의 CEO도 안정적 성장을 이루며 입지를 탄탄하게 다지고 있다. 지난 4월 선임된 소진세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취임 이후 R&D센터 건립, 외식업 매장 정리, ERP시스템 개선 등의 업무를 연이어 추진하며 교촌에프앤비의 수익성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또 2년차에 들어선 풀무원의 이효율 대표는 김치 시장에서 풀무원의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 대표는 지난 5월 전북 익산에 300억 원을 투자해 수출용 김치공장을 건설하고, 6월부터는 미국 월마트·크로거 등 대형 유통사 매장에 김치 공급을 시작했다. 그 결과 풀무원은 미국 김치시장에서 점유율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매출액도 지난해 대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는 이들 전문경영인은 일정 실적을 꾸준히 내고 있는 만큼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키며 회사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거대 그룹사 내 계열사 대표를 맡고 있는 인사들의 경우 '세대교체'와 '문책' 등의 사유로 빠른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보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맡은 일을 확실히 해내는 것으로 능력을 증명하면 되는 중견 식품기업의 CEO들과 달리 거대 그룹사 내 식품계열사 대표는 그룹 내 인사 정책에 따라 언제라도 보직이 바뀔 수 있다"라며 "특히 최근 유통업계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현석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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