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화장품 업체들의 주가가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다.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을 필두로 면세점의 고가 화장품이 실적을 견인중인 가운데 이번 주 중국 외교부장 방한과 맞물려 한한령 해제 기대감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 화장품과 향수 시장규모는 지난해 11조3천억원으로 35조원 규모인 글로벌 화장품 면세시장의 32%를 차지했다. 아시아로 범위를 좁히면 점유율은 60%까지 뛴다. 올해는 국내 면세 화장품 및 향수 시장규모가 약 1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점유율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면세점 매출 호조가 특히 돋보인다. 지난 10월 면세점 매출액은 전년 대비 35% 증가한 2조2천억원으로 9월에 이어 사상 최대 수준을 유지했다. 통상 국내 면세점은 중국의 소비시즌에 연동돼 추석 이후인 10~12월은 9월보다 매출이 줄어드는데 최근에는 이례적으로 양호한 영업환경이 지속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으론 국내 럭셔리 화장품에 대한 중국의 수요 급증이 꼽힌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면세점은 글로벌 1위 화장품 면세 채널로써 중국 프리미엄 화장품 유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고가 라인업을 보유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면세점의 '큰 손'으로 통하는 따이공도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이들은 대량으로 화장품을 구입해 중국에서 마진을 남기고 재판매 한다.
나 연구원은 "홍콩 민주화운동 영향으로 홍콩향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기 시작했고 일본 관광객 증가세도 둔화됐다"며 "한국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에다 환율 측면에서도 따이공의 수익성에 한국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고가 화장품 경쟁력이 뛰어나 수혜가 전망된다는 평가다. 나 연구원은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4분기 면세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24% 증가할 전망"이라며 "화장품사업 내 면세점 비중이 높은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고가 화장품 브랜드를 수요처로 확보한 연우에 대한 관심도 유효하다"고 밝혔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 소식 또한 화장품주에는 호재다. 왕이 외교부장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 예방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은 지난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는 이른바 '한한령(한류 금지령)' 해제에 대한 기대가 샘솟고 있다. 중국 소비 의존도가 높은 국내 화장품 회사들의 매출 증대가 예상되는 배경이다.
전영현 SK증권 연구원은 "내년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높은 성장성을 시현할 가능성이 높다"며 "수익성 개선과 함께 강한 실적 턴어라운드 모멘텀을 보유한 코스맥스를 중장기 최선호주로, 성수기 시즌 진입과 함께 올해 4분기 호실적이 기대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차선호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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