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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기세중 “성실함이 곧 연기력…좋은 형들에 영향 받아”


“‘알앤제이’, ‘그리스’보다 2배 힘들다…셰익스피어 작품 해본 데 의의”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2년 전 연극 ‘보도지침’ 재연에 참여한 후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그때부터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을 점점 더 하게 된 것 같아요.”

2013년 뮤지컬 ‘미스터 온조’로 데뷔한 기세중은 집중력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배우로서의 내실을 다져왔다. 무대가 좋아서 찬찬히 경력을 쌓아온 듯 보이지만 그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건 2년 전부터였다.

“사실 별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대학을 가려고 연기를 시작했는데 학원 월말평가를 하면 항상 꼴등이었어요. 제가 노래도 연기도 잘하지 못하니까 선생님들이 다 제게 입시준비는 독백만 하라고 하셨어요. 결국 재수를 해서 연극영화과에 들어갔어요. 그냥 하다보니까 뮤지컬이란 걸 하게 됐고, 앙상블에서 어떤 배역의 커버도 하고. 하지만 한동안 일이 없어서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어요. 그때 친구의 추천으로 JTBC ‘팬텀싱어’에 나가가 된 거죠.”

 [사진=조성우 기자]
[사진=조성우 기자]

“캐릭터를 맡아서 제대로 연기를 해본 적도 없고 연극이 처음인 28세 생짜 신인이 ‘보도지침’이라는 무거운 작품에 들어갔으니 다들 ‘쟤는 티켓을 팔러 왔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저도 그걸 알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더 긴장이 됐어요. 그 예상을 엎어버리고 싶었는데 진짜 잘 안되는 거예요. 역사에 대해 다시 공부하고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연설문을 외우면서 부담감이 너무 컸어요.”

스스로 못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많은 코멘트를 듣다 보니 갈피를 못 잡던 기세중은 크게 마음을 먹고 중심을 잡았다. 그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야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잘하는 걸 하자’는 마음으로 쭉 하니까 보여줄 수 있는 건 보여줬단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당시 함께 했던 형들이 처음엔 저를 보고 ‘아이고, 어쩌나’ 이런 생각을 되게 많이 했대요. 묵묵히 지켜봐주던 형들이 마지막 공연까지 무사히 잘 하니까 얘기를 해주더라고요. 김대곤 형은 저에 대해서 처음엔 우려가 있었는데, 공연을 대하는 태도나 무대 위에서 제가 하는 걸 보고 자기가 기분이 좋았다고 했고요. 이형훈 형도 그런 얘길 많이 해줬어요. ‘보도지침’이란 작품을 만난 게 되게 행운이에요. 저는 그전 같았으면 배우생활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기세중은 연극 ‘보도지침’을 통해 직업관도 바뀌었다. 단지 하나의 직업일 뿐이라고 여기던 배우가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라는 걸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그는 “공연에서 내가 하고 있던 말들이 사회적인 얘기였다”며 “죽음을 다루고 있고 정치를 얘기하고 있고 언론을 얘기하고 있으니 배역을 벗어난 나와 분리가 안 되더라”고 설명했다.

“내가 정배라는 캐릭터를 맡아서 무대에선 되게 정의로운 뭔가를 얘기하고 있는데 밖에서는? 이렇게 연결이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무게가 조금씩 달라진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하는 행동도 많이 달라졌고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생각도 점점 더 하게 됐어요. 그 시간이 지나 다시 생각해보면 조금 더 열심히 할 수 있겠더라고요. 1년이 지나고 나면 ‘1년 전엔 이거보다 훨씬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는데 그땐 요령을 피웠네’ 이런 생각도 들고.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제가 성실한 걸 제일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집중 안 깨고 끌고 가려고 하는 모습도 분명히 전달이 될 테니까요. 그런 생각들이 많이 달라졌죠.”

 [사진=조성우 기자]
[사진=조성우 기자]

“기본적으로 다들 항상 긴장을 해요. 여유 있는 척을 잘하죠. 한 시간 전엔 거의 옷을 입고 소품 체크를 해야 하고, 다 하고 나면 그때부터 거의 못 앉아있어요. 서가지고 계속 대사를 중얼중얼거려요. 연습할 때도 성실하게 하고 대사도 빨리 다 외우고 컨디션 관리도 잘하고 최대한 쓸데없는 짓 안하고.(웃음) 그들을 보며 저도 배우려고 했어요.”

배우 기세중의 성장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그는 현재 출연 중인 연극 ‘알앤제이’를 통해 무대를 대하는 태도와 관객을 이해하는 마음이 더 깊어졌다. 그는 “공연장에 딱 들어가면 공기가 다르다. 관객들이 되게 집중하고 있다”며 “거기서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이들의 집중이 깨지니까 그 중압감이 나를 더 노력하게끔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29일 ‘알앤제이’의 3개월 여정을 끝내는 기세중은 폐막을 앞둔 소감에 대해 “후련하다”며 “정말 힘들다”고 고백했다. 뮤지컬 ‘그리스’보다 힘든 작품을 만나긴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알앤제이’가 ‘그리스’의 2배 정도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진짜 의식의 흐름대로 공연이 진행되거든요. 쭉 따라가면서 하고 싶은 거 다 하면 돼요. 근데 ‘알앤제이’는 정해진 틀도 있고 그 안에서 제 기준 어느 정도 이상 내줘야 되는 에너지와 사운드가 있어요. 그렇게 안하면 전달이 잘 안될 것 같더라고요. 공연 들어가기 전 부담감도 너무 커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공연이기에 처음엔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으나 다행히 재밌게 봐주고 사랑해주는 관객들이 많아서 그 힘으로 한회 한회 미션 깨듯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는 기세중이다.

 [사진=조성우 기자]
[사진=조성우 기자]

“뮤지컬을 할 때는 컨디션 관리를 더 열심히 해서 ‘무대 위에서 최상으로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크고 연극을 할 때는 ‘최선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선과 최상은 뉘앙스 차이긴 한데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기세중은 또 “배우로서 셰익스피어 작품을 해봤다는 의의가 큰 것 같다”며 “입시 때부터, 처음 연극을 접했을 때부터 듣는 이름이지만 글을 봤을 때는 셰익스피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잘 모르겠더라. 이 공연을 하면서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뜻 안에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요. 이 작품도 그냥 사랑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사회비판도 있고, 대사가 감정을 너무 잘 만진 것 같아요. 여기서 소네트를 따로 하고 ‘로미오와 줄리엣’이랑 ‘한여름 밤의 꿈’ 대사로 다 이뤄져 있는데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까 한 작품 같기도 해요. ‘셰익스피어의 글 쓰는 스타일이 이런 쪽이구나’ ‘감정을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구나’ 이런 게 느껴지더라고요.”

기세중은 최근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좋은 공연이 될 수 있게 배우로서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하겠다고 다짐하는 계기를 만났다. 그는 “지난달 말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를 봤는데 항상 현대무용만 보다가 클래식 발레를 처음 봤다”며 “진짜 오랜만에 온전히 관객으로 느끼고 감동하고 왔다”고 운을 뗐다.

“무용수들이 얼마나 그 공연을 위해 노력했는지가 그냥 보였어요. 그 자체가 감동으로 다가왔어요. 뮤지컬이나 연극을 보는 관객들도 ‘와, 어떻게 저렇게 에너지를 내지’ ‘어떻게 저렇게 집중을 하지’ ‘어떻게 저런 감정을 표현하지’ 이런 걸로 집중할 것 같더라고요.”

‘백조의 호수’ 관람 후 기세중은 ‘알앤제이’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 “저는 공연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그런 생각을 별로 해본 적은 없는데 ‘아, 내가 조금 더 집중하고 조금 더 열심히 하고 조금 더 성실히 하는 게 최고겠다, 뭔가 좀 더 기교를 부리고 어떤 걸 더 하려고 욕심을 부리는 것보다는 내가 준비한 걸 무대 위에서 열심히 보여주는 게 제일 좋은 모습으로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되게 많이 들었어요.”

 [사진=조성우 기자]
[사진=조성우 기자]

기세중의 공연 외 관심사는 현재 키우고 있는 고양이 두 마리와 게임, 축구·사이클 등 다양한 운동이다. 특히 고양이들에 대한 애정이 두드러졌다. 그는 최근 행복했던 에피소드에 대해 “두 아이들이 잘 때는 떨어져서 자는데 어느날 서로 얼굴을 잡고 자더라”며 “놀라서 사진을 찍어놨는데, 그게 되게 좋았다. 너무 별거 아닌가”라고 멋쩍게 웃었다.

올해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이 시대 평범한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현실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1천만원 모으기였는데 못 모았어요. 학자금 대출 상환금이 아직 남았거든요. 부지런히 모아야죠.”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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