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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기세중 “‘이선동 클린센터’, 마음 어루만지는 따뜻한 극”


“소설과 다른 색깔 공연…잊힌 죽음 돌아보고 아쉬웠던 마음 기억하게 할 것”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그걸 모나지 않게 표현한 따뜻한 작품이에요.”

뮤지컬 ‘뱀파이어 아더’를 시작으로 연극 ‘보도지침’, 뮤지컬 ‘그리스’, 연극 ‘알앤제이’까지 뮤지컬과 연극에 번갈아 출연하며 2019년 작품 활동을 이어온 기세중의 차기작은 창작 초연 뮤지컬 ‘이선동 클린센터’다.

기세중은 작품 선택 계기에 대해 “최근에 한 ‘보도지침’도 어떻게 보면 따뜻한데 날이 서있는 공연이라고 느껴졌다”며 “이번 ‘이선동 클린센터’는 되게 둥글둥글하다”고 말했다.

뮤지컬 ‘이선동 클린센터’는 2016년 한국콘텐츠진흥원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 최우수상 수상작인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귀신을 보는 능력을 숨긴 채 살아온 청년 실업자 이선동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고 하루하루 외롭게 살아오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유품정리사에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진=조성우 기자]
[사진=조성우 기자]

“초연이다 보니까 지난주까지는 서로 얘기를 많이 하고 다듬는 시간이었어요. 오늘부터 쭉 달려야 될 것 같아요. 연습시간이 밤 10시까지 확 늘었거든요. 기대가 돼요.”

좋은 사람들과 좋은 에너지를 나누며 창작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마냥 즐겁다는 그의 말은 표정과 말투에서 진심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작품에 대한 내용과 자신의 의견을 풀어놓을 땐 거침이 없었다.

다음은 배우 기세중과의 일문일답.

- 아직 작품 관련 공개된 게 별로 없다. 주연배우로서 뮤지컬 ‘이선동 클린센터’를 소개해보자.

“유품정리를 하는 직업을 갖고 있는 이선동이란 친구한테 벌어지는 일들로 전개되는 뮤지컬이다. 이선동은 영혼을 보는 특별한 능력이 있지만 그 능력 때문에 삶이 순탄치 않았다. 자신의 능력을 좋아하지 않는 캐릭터가 영혼을 보는 걸 인정하고 그 능력을 어떻게 올바르게 써야할지 찾아가면서 내용이 진행된다. 되게 따뜻한 작품이다. 말들도 그렇고 극 안에 담긴 의지·생각들이 따뜻하고 좋다. 음악도 전체적으로 따뜻하다.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가사들이 되게 많다. ‘기억하겠다’ ‘아프지 마세요’ ‘울지 마세요’ 이런 말들이 많이 나온다. ‘누구든 당신의 존재가 사소하지 않다’ ‘너는 소중하고 의미 있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 연습하면서 느낀 작품의 매력을 말하자면.

“공연이다 보니까 글로 봤을 때보다 에너지가 확실히 있다. 연출의 스타일에 따라 모여 있는 배우들의 성향에 따라 극이 많이 바뀌는데, 에너지가 밝고 좋은 사람들이 다 모인 것 같다. 단 한명도 빠짐없이 에너지를 다 내고 있으니까 그게 정말 좋다. 그런 점이 소설과 공연의 가장 큰 차이다. 같은 주제의 전혀 다른 색깔의 공연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진=조성우 기자]
[사진=조성우 기자]

“이건 김바다 형이랑 나랑 다를 수 있는데 그냥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특별하다고 보이진 않는 것 같다. 어렸을 때 상처가 있고 취업전쟁에 시달리고 있는 평범한 대한민국 20대다. 아무래도 창작 초연은 배우 성격 따라가기 쉬우니까 내 실제 모습도 많이 반영된 것 같다. 밝은 면도 있고 어두운 면도 있고 유쾌하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고.”

- 본인의 성격은 어떤가.

“평소에 별 생각을 안 하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간다.(웃음) 긍정적인 편이다. 스트레스는 받는데 엄청 오래 끌고 가진 않는다. 해봤자 하루이틀, 길어야 일주일 안에 다 해소하는 것 같다.”

- 캐릭터 분석은 어떻게 했나. 더블캐스트인 김바다와 다른 점도 있을 것 같다.

“내가 느끼기엔 바다 형이 조금 더 센 느낌이다. 본인의 고집이 더 강하고 나보단 조금 더 생각이 깊은 캐릭터인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내 성격이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흘러가는 대로 살고 있는데 지금 영혼을 본다는 사실이 단지 좀 마음에 들지 않는 정도로 한다. 이 능력을 대하는 태도 차이가 조금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냥 ‘아휴, 좀 저리로 갔음 좋겠다, 나한테 신경 안 썼으면 좋겠다’는 정도다. 이선동 클린센터에 들어가는 것도 ‘이런 게 있네, 가볼까’ 해서 간다. 그러다가 우연치 않게 어떤 사건들을 만나게 되면서 희미하게 살고 있던 캐릭터가 선명해지게 된다.”

- 연습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아직은 딱히 없다. 다른 창작 초연 작품과 다르게 힘들지 않다. 굳이 꼽자면 신 하나가 몸이 힘든 것?(웃음) 집주인 할머니랑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서로 막 뛰어다니고 해서 땀이 나는 것 말고는 유쾌하고 분위기 좋게 잘 하고 있다. 워낙 자기 생각이 있는 배우들이 모여서 편하다. 그 의견을 세게 얘기하는 사람이 없고 서로서로 이해하면서 공연을 만들어가려고 하고 있다. 한두 명만 튀어나가도 공연이 힘들어지는데 모난 사람이 없어서 좋은 것 같다.”

 [사진=조성우 기자]
[사진=조성우 기자]

“거의 다다. 차청화 누나와 최영우·장격수 형 빼고는 다 처음 같이 작업한다. 초반에 엠티를 한번 갔다 왔다. 가서 얘기도 많이 하고 마피아 게임도 하고. 성격들이 다 유하다. 바다 형과는 아무래도 같은 캐릭터라서 얘기를 많이 하다보니까 빨리 가까워졌다. 바다 형의 이미지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더라. 지나가다 인사만 몇 번 할 때는 되게 영하고 마냥 밝은 줄 알았다. 여기서 만났는데 생각이 되게 깊고 작품을 대하는 태도도 아주 진지하더라. 그러면서 남들 배려도 많이 해주고. 되게 좋은 배우 같다.”

- 연습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얘기해 달라.

“매일매일 정신없는 연습실이라 에피소드가 넘쳐난다. 특히 청화 누나가 진짜 웃기다. 4년 전인가? 뮤지컬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 만난 누난데 내가 본 배우 중 손꼽히게 에너지가 좋다. 과한 에너지가 아니라 좋은 에너지라서 청화 누나를 그냥 보게 된다. 너무 이상한 걸 많이 한다.(웃음)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말일 텐데 웃음을 준다. 예를 들어 노래를 하는데 ‘제발 알려주세요, 우리의 비밀장부. 그 비밀장부가 있어야 우리가 돈을 받아요’ 이런 가사가 있다. 누나가 ‘베멜장부 베멜장부’라고 해서 처음에 난 다른 가사인 줄 알았다.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다가 처음 듣는 단어가 나와서 ‘청화 누나가 신들린 것처럼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웃음) 그럴 때가 제일 재밌는 것 같다. 영우 형도 마찬가지다. 둘이 자꾸 이상한 걸 한다.(웃음) 정말 재밌다.”

- 또 생각난 게 있나보다.

“그것도 재미있다. 같은 배역인 영우 형이랑 격수 형 캐릭터가 진짜 다르다. 격수 형은 연습한대로 정확한 틀의 정확한 루틴으로 가야된다. ‘보도지침’ 때도 호흡을 많이 맞춰봤는데 우리가 애드리브를 한번 하면 격수 형은 흔들린다. 얼굴이 시뻘게져가지고 되게 당황한다. 그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좋다. 형이지만 되게 순수한 모습이 배울 점이다. 딱히 애드리브를 하려고 하지 않고 주어진 것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영우 형은 진짜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 같다. 가지고 있는 재능이 너무 많다.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나는 개인적으로 형이 배우로서 되게 좋은 마스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태도도 되게 좋다. 항상 연습을 할 때 대본을 제일 빨리 놓더라. 대사를 제일 빨리 외운다. 그래서 혼자 할 걸 찾아가는, 그러다보니까 공연 때 보여줄 수 있는 다양성이 많더라. 형·누나들 보면서 되게 많이 배우고 있다.”

- 형·누나들로 인해서 매우 즐거워 보인다. 연습실에서 본인의 역할은 무엇인가.

“나는 그냥 그들이 하는 걸 보고 웃고 있다. 웃는 사운드를 담당한다. 할 건 열심히 하면서.(웃음) 우리 공연 안에 코믹한 부분도 엄청 많다. 이 사람들을 데리고 코믹하지 않게 하는 것도 재능낭비다. 극중 내 캐릭터도 옆에서 보고 웃고 있기나 한다. 형·누나·동생들이 열심히 하면 바라봐주고 있는 캐릭터다.”

 [사진=조성우 기자]
[사진=조성우 기자]

“마지막에 엄마한테 불러주는 노래가 있다. 보라(이봄소리·금조)랑 듀엣으로 하는 건데 보라는 아빠한테, 선동인 엄마한테 하는 얘기다. 그 노래가 되게 좋은 것 같다. 부를 때 부모님도 생각나고. 우리 부모님은 살아계신데 만약에 부모님이 돌아가셨으면 이 말들이 후회가 되겠다는 생각이 되게 크다. ‘엄마한테 해주지 못한 걸 그곳에선 했으면 좋겠다, 그곳에선 따뜻하고 그곳에선 좋은 옷을 입고’ 이런 얘기들을 한다. 지금 내 생각도 사실 그렇다. 물질적인 것보다 내 마음이 부모님한테 자주자주 전달되면 부모님 입장에선 좋지 않나. 공연 보러 오는 사람들이 이런 걸 많이 느낄 것 같다. 부모님이 계시든 그렇지 않든 다시 생각할 수 있는 노래다. 자녀가 있다면 자녀를 대하는 태도도 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 ‘현대인의 외로움과 고독사’를 주제로 한 작품이다. 평소에 이 같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나.

“고독사는 들어본 적도 있고 생각을 해보긴 했지만 대수롭게 여기진 않았다. 근데 사회문제다보니 이제는 그런 게 생겼다더라. 단체 카톡방 생존신고 하기. 가족 없이 혼자 사는 사람들끼리 서로 주소를 공유하고, 만약 메시지가 없으면 그 집에 가서 생사확인을 하는 거다. ‘이선동 클린센터’라는 소설을 보고 연습을 하면서 고독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죽음에 대해 관심이 되게 많다. 누구든 죽고 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으니까. 다들 생각을 해보지 않나. 얼마 전에 방송을 하나 봤다. 암 선고를 받은 한 할아버지가 가족들한테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치료를 안 한다고 하고 영정사진을 찍으러 가시더라. 혼자 정리를 다 하시는 걸 보면서 어떤 마음인지 너무 이해가 됐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 상황이 된다 하더라도 그 할아버지와 비슷하게 행동을 할 것 같다.”

- 예비 관객들을 위해 관전포인트를 짚어본다면.

“살다 보면 누구나 주변의 아쉬웠던 죽음이 있을 것이다. 부모님이 됐든 친구가 됐든 하지 못한 말·행동이나 후회하는 행동이 있을 것이다. 나도 이 공연을 처음 할 때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가까운 친척이 돌아가셨는데 마지막이 나는 너무 아쉬웠다. 내가 공연을 하지 않고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는데 나한테 ‘세중이가 무대 위에, TV에 나오는 모습을 봐야 되는데’ 하고 웃으면서 얘길 하셨다. 나는 그 말에 대답을 못했다. 그게 마지막 대화였다. 인사도 하지 못했다. 너무 후회가 되더라. 나 같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그런 생각을 가지고 그냥 오면 될 것 같다. 내 인생에서 너무 큰일이지만 바쁘게 살다보면 어느새 한편으로 밀린 생각일 수 있고 잊힐지도 모른다. 이 공연을 보다보면 그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그때 어떤 방법이 됐든 마음속으로라도 하지 못한 말을 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이 작품이 고독사와 잊힌 죽음을 얘기한다. ‘기억하자’ ‘잊지 않을게’라는 얘길 되게 많이 하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다. 이건 오세혁 연출님의 스타일인 것 같다. ‘보도지침’에도 정배 독백 중 과거에 있었던 재난과 폭력을 잊지 말아달란 얘기가 나온다. 처음에 대본으로 봤을 때는 ‘그래, 기억하자’라는 뜻으로만 받아들여졌다. 연습과 공연을 하면서 우리가 이걸 잊지 않아야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앞서 벌어진 재난·폭력이나 죽음 등을 잊어버리면 본인이 그것을 선택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더라. 누군가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도 있고 어떤 재난을 일으키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말로든 행동으로든 어떤 식으로든 우리가 계속 기억하면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것이 잘못됐다는 걸 안다. 그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내 마음 안에서 이것도 지침이 되는 거다. 뭐가 옳고 그르다고 얘기할 순 없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기억하고 있으면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올바른 사람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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