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생활속의 유해물질에 대한 정확한 위해성 규명도 과학자의 일이지만 과도한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과학자의 일이다."
"복잡한 요소가 얽혀 있는 생활 환경 문제는 한 분야 전문가가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다. 과학자들 간의 소통이 더 필요하다."
"대중과의 소통 못지 않게 정책당국과의 소통도 중요한데 정책 결정권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5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김명자, 이하 과총)와 한국환경보건학회(회장 이기영 서울대 교수)가 공동 주최한 ‘국민생활 유해물질 노출과 커뮤니케이션‘ 포럼에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케모포비아(화학물질 공포증)' 현상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이 날 발표자들은 대부분 "생활 속의 유해물질에 대해 대중들이 갖는 공포감들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에 비해 과장된 경향이 많다"는 데 동의하고 그 이유가 "언론의 과장보도, 위험 모니터링 중심의 정책, 사실에 기반한 정부의 소통 부재" 등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최성득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울산 지역의 대기오염물질 모니터링 현황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서 "대기오염의 원인과 결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은 매우 복합적인 요소가 결합돼 있고 전 지구적인 거동을 거치기 때문에 검출 사실 자체로는 이슈가 되기 부적절한데도 언론에서는 '1급 발암물질 검출'같은 단순한 표현으로 이슈화되고 이로 인해 공포감이 조성된다"면서 위해성 판단을 위해서는 "충분한 노출평가와 독성자료에 근거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영습 동아대병원 환경보건센터장도 "위해도 소통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이 위험인식을 대부분 언론을 통해 접하는데, 근거가 미약한 사실을 언론이 과도하게 이슈화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세먼지 수치는 객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데도 10년 전에 비해 미세먼지가 나빠졌다는 인식이 80%에 달한다"는 조사를 인용하면서 "아직 선진국에 비해 미세먼지가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들의 위험인식은 실제 위험에 비해 높아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호장 단국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전문가들간의 소통을 강조했다. 권 교수는 "미세먼지 문제는 결국 급속한 경제개발의 결과이며 효과가 있으면 부작용도 있기 마련"이라며 환경문제가 하나의 잣대로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세먼지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다 알 수 있는 문제 아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간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환 단국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과학 용어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에 대해 우려했다. 김 교수는 "수만종의 미생물중에서 인체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은 30여종에 불과한데도 미생물을 병원균과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결국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 따라 해결책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위해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이를 단순히 알리는 소통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창수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환경 문제가 과학적 근거 외에도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교수는 오염시설이 들어서는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 경험을 전하면서 "단순한 건강 위험성 외에도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커뮤니케이션을 오래 할수록 문제가 더 커지는 경우도 있다"면서 환경 관련 소통문제에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광진 농촌진흥청 도시농업과 연구관은 "전문가들일수록 자기만의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환경 문제가 소통이 안되는 이유는 환경 정책이 대체적으로 위험을 알리는 모니터링에 치중하고 저감대책은 소홀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홍영습 교수도 "가습기 살균제처럼 정부가 위험을 인지하고도 국민과 소통을 제대로 못해 사태를 키운 경우가 많다"면서 "정확한 파악 못지 않게 투명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날 포럼은 라돈침대, 가습기 살균제 같은 화학 물질의 안전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면서 생활속 유해물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과학계에서 제시하고 케모포비아로 인한 과도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마련됐다.
김명자 과총 회장은 "학문의 분화가 심해지면서 과학계 내에서도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대는 과학자들에게 대중과 소통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 최소한 국민의 세금으로 연구하는 과학자라면 언제 어디서나 일상용어로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기영 환경보건학회장은 "커뮤니케이션이 한 번에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번 포럼을 과총에 제안한 이유는 우리 학회 외의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오늘 포럼을 출발점으로 논의를 차곡차곡 쌓아가자"고 당부했다.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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