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분유업계가 저출산·노령화 시대에 대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수출 시장을 확대함과 동시에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 창출을 통한 매출 기반 다양화 등의 전략으로 급변하는 시장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29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 출생아 수는 30만 명으로 월별 집계가 시작된 1982년 이후 가장 적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한 출생아 수는 34개월 연속 최저 기록을 갱신 중이다.
이로 인해 출생아 감소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분유업계도 ‘빨간등’이 켜졌다. 실제로 국내 분유 시장은 2018년 기준 3천억 원대 초반으로 최근 5년 연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업계에서는 최근 해외 수출과 새로운 카테고리 창출을 통해 매출 기반을 다변화하는 등의 전략을 펼쳐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각 업체들은 현재 가장 많이 분유를 수입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대 중국 조제분유 수출량은 2천82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2% 증가했다. 수출액은 약 2천309만 달러로 전년 동기 1천353만 달러 대비 70.7% 늘었다. 이에 국내 분유 제조업체들은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워 21조 원에 달하는 중국 시장을 지속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자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편"이라며 "다소 비싸지만 품질이 좋다고 평가받고 있는 국내 분유 제품들이 중국 시장을 공략할 가장 적절한 방법이 프리미엄 전략"이라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세종공장과 천안공장에서 생산된 6개 브랜드, 18개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매일유업은 평택공장에서 제조된 앱솔루트명작, 매일 궁, 희안지 기존 3개 브랜드를 기반으로 아산공장에서 추가 브랜드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롯데푸드 파스퇴르도 현지에서 프리미엄으로 분류되는 위드맘 브랜드를 앞세워 중국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제분유법상 식약품감독관리총국(CFDA) 인증을 받은 제조공장만 1곳당 3개 브랜드, 9개 제품만 취급할 수 있다"며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 주력 공장 1~2곳만 등록한 상태로 향후 추가 등록을 통한 사업 확장이 가능해 앞으로 중국 수출에 대한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 업체들은 중국 외 다른 해외 시장 개척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남양유업, 롯데푸드 등의 업체가 베트남, 캄보디아 등으로 분유를 수출하고 있지만 물량은 많지 않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은 수입 분유에 대한 자국 보호 기조가 강해 행정 절차를 밟기가 어렵다"며 "네슬레 등 이미 시장에 진출해 현지화를 마친 경쟁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분유 회사는 높은 원유가 등의 이유로 가격이 비싼 편이라 현지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인식이 아직 시장에 자리 잡지 못한 것이 동남아 시장 확대의 애로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국내 프리미엄 분유 시장 공략과 어른용 분유 시장 개척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저출산 기조가 계속되며 시장이 줄어들고 있지만, 프리미엄 분유 시장은 매년 44~48% 가량 성장하고 있어 각 업체들은 앞 다퉈 관련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노발락'을 유통해 국내 특수 분유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녹십자GC가 '노발락 골드'로 프리미엄 분유 시장에 진출했다.
남양유업·매일유업·일동후디스 등 기존 분유 시장 강자들도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모유와 가장 유사한 성분을 지닌 산양분유 시장이 커지고 있다. 산양분유 시장은 지난해 약 7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장은 '산양유아식' 브랜드를 앞세운 일동후디스가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2009년 시장에서 철수했던 매일유업이 지난해 '앱솔루트 산양'을 출시하며 시장 경쟁에 다시 뛰어들면서 모든 업체가 매출을 확대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어른용 분유 시장은 지난해 매일유업의 '셀릭스' 출시와 함께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각 업체들은 고령 인구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노인 영양소 결핍 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를 보완할 완전식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어른용 분유 시장 공략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이 시장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나선 것은 매일유업이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10월 '셀릭스'를 출시하며 국내 어른용 분유 시장의 문을 열었다. '셀릭스'는 물 한 잔에 타 마시면 우유 4컵 분량의 단백질을 간단히 보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출시 이후 홈쇼핑 완판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매일유업은 2014년부터 성인 영양식 제품 개발에 착수한 이래 4년 만에 결실을 봤다. 경쟁사인 남양유업은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어른용 분유 제품을 기획 중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아직 유통망이 제한적이라 낙관적으로 전망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제품 문의가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고, 회사로 직접 찾아와 제품을 받아가는 소비자도 등장하는 등 반응 자체는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어른용 분유 시장의 잠재력은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를 겪고 있는 일본의 사례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2014년 큐신제약의 '성인 분유' 출시로 형성된 일본 어른용 분유 시장은 2016년 모리나가유업, 2017년 유키지루시 빈스타크 등 유수의 업체가 시장에 연이어 진출하며 규모가 점점 커졌다. 현재 시장 규모는 2014년 대비 5배 가량 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어른용 분유 산업은 분유 제조 기업들에게 저비용 고효율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 별도 시설 신설 없이도 영유아용 분유 생산 라인을 그대로 활용해 제조할 수 있으며, 고령화 속도가 가파른 만큼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쉽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은 상황에도 이미 분유를 섭취하는 어른이 이미 많다"며 "선진국에는 성인용 분유 시장이 확고히 자리 잡고 있고, 각 업체들이 이를 참고해 적절한 영양소와 성별·용도별 등 세분화 된 제품을 선보인다면 충분히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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