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M&A 막을까 풀까…관건은?

IPTV와 케이블, 위성방송의 대표 오리지널 콘텐츠 부재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플랫폼 시장 규모가 늘어, 콘텐츠 투자가 늘어난다는 경험적 연구는 거의 없다." "기업의 특수성을 보면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콘텐츠가 아니라 문어발 경영을 강화한다."

"10년이 넘도록 과연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콘텐츠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21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글로벌 경쟁 시대, 국내 방송산업의 구조와 미래 : 방송시장 M&A의 명암, 그리고 전망' 세미나에서 모든 토론자들이 공감한 문제는 이같은 인수합병을 통해 과연 콘텐츠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까라는 명제다.

세미나는 최양수 연세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전범수 동국대학교 교수가 발제를,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강재원 동국대학교 교수, 성동규 중앙대학교 교수, 조은기 성공회대학교 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최근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화두는 단연 인수합병을 통한 플랫폼 강화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 지분 인수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기업결합 및 인가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를 통해 티브로드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21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글로벌 경쟁 시대, 국내 방송산업의 구조와 미래 : 방송시장 M&A의 명암, 그리고 전망' 세미나가 개최됐다

◆'콘텐츠 투자'에 대한 의구심

국내 방송산업은 내부적으로는 시장 포화 및 성장정체가 이어지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넷플릭스 등 거대 OTT 사업자의 진출로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위기의식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강화 차원에서 인수합병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토론자는 인수합병을 통해 플랫폼 강화 측면도 물론 중요하겠으나 답은 '콘텐츠' 투자를 통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데 공감했다.

성 교수는 "넷플릭스가 지난해 콘텐츠 투자에 계획한 비용이 80억달러였으나 여기에 40억 달러를 더 써 총 120억 달러를 썼으며, 올해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이보다 더 늘어난 155억달러를 투입한다고 한다"라며, "이 정도 물량을 쏟겠다고 하니 AT&T, 타임워너 등 거대 사업자들이 이 경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콘텐츠가 중요한 핵심 경쟁력이 될 것임이 자명하지만, 국내의 방송통신산업을 되짚어보면 이같은 콘텐츠 투자가 인수합병을 통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

전 교수는 "그간 콘텐츠 투자가 소홀했었고, 결과적으로 시장 구조적 변동이 이뤄진다해도 국내 콘텐츠 투자가 효율적으로 양질로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질까라는 궁금점이 있다"라며, "대외적으로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들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에 콘텐츠가 살아남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IPTV와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들이 내세울 수 있는 콘텐츠가 없다라는 게 방점을 찍는다.

안 수석위원은 "IPTV를 비롯해 케이블과 위성도 오리지널이라고 불릴 수 있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 역시 "과거 IPTV 설립 추진에 있어 통신사 담당자들이 매번했던 말은 우리가 콘텐츠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 뛰어들겠다는 말이었다"라며, "10년이 넘도록 과연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콘텐츠 발전에 얼마나 기여를 했을지, 동력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인수합병은) 하나마나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유료방송 시장을 바라보는 두 시선…'전통적 규제 산업' VS '다국적 개방사업'

인수합병으로 인해 훼손될 수 있는 공공성과 공익성, 지역성 등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제기됐으나, 정책과 시장의 온도차로 인해 발전이 저해되는 현재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규제를 완화 또는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었다.

전 교수는 "방송과 통신 시장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철학과 역사도 다르다"라며, "그렇기에 비가격적인 공익성 부분이 중요하고, 지역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연계할 것인가가 핵심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통신사의 방송사업 진출은 사실 서비스적인 면에서 일부 섞인 것이고, 법적인 규제방식도 다르고 수평적 규제도 아니고, 지리적 시장도 다르다"라며, "기능적으로 완벽하게 동일 시장으로 봐야 하는가라는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 수석위원 역시 지역성 확보가 중요한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안 수석위원은 "유료방송이 통폐합되는 과정에서 변화되는 영역이 있지만 공공성, 지역성 등 손상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라며,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나 과기정통부 인가 심사 등에 부대조건으로 걸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장과 정책, 규제 등의 온도차가 극심하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유료방송시장을 규제산업의 틀로만 바라보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반박도 제기됐다.

성 교수는 "과거에 말했던 공공성과 공익성, 지역성 등 규제 산업으로 가야 맞는 것인지 아니면 다국적 개방 사업으로 봐야 하는가의 관점 문제가 있다"라며, "이미 학계와 달리 소비자, 생산자들은 우리 머리 위에서 몇단계 더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강의 시간에 말하는 것과 시장의 얘기에 대한 고민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콘텐츠 중심의 인수합병이라면 어떠한 난관도 치워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방송시장과 관련한 기업결합 심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방송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과연 공정위가 이를 심사하는데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꼬집었다.

◆ 합산규제는 인수합병과 '별개', 지역 또는 전국 시장획정 의견은 '분분'

최근 재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인수합병과 별개로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안 수석위원은 "위성방송은 설립단계부터 플랫폼만이 아닌 독특한 목적이 있다"라며, "난시청 해소, 취약계층 지원, 남북 방송교류 문제 등이 있는데, 그런 기능과 역할이 훼손됐다"라며, "결과적으로 합산규제는 이러한 여러 부작용을 시정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합병을 해도 점유율 33%가 넘지 않는다"라며, "인수합병의 걸림돌이 아니기에 여야간 협의를 통해서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6년 공정위의 SK텔레콤과 CJ헬로 인수 불허의 결정적 근거인 지역단위의 시장획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전 교수는 "방통위와 KISDI가 기존 지역사업권뿐만 아니라 전국을 근거로 한 분석을 내놨는데, 이론적으로 타당성 부분이 적다"라며, "개별SO가 아닌 전체 SO로 보는 것이 효용성이 있는지, 지리적 시장이 여전히 차이가 있는데 전체로 보는게 맞는지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조 교수는 "전국 시장을 획정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효과적"이라고 반박했다.

조 교수는 예를 들어 "인터넷 유통사업자가 전국 사업자인데 배추 가격을 낮추면, 지역마켓에서도 배추가격을 낮추게 된다"라며, "이러한 변화로 다른 지역에서의 배추가격도 달라지는 등 전국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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