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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국민銀 노사는 손 잡았지만…'국민'과 거리 다시 좁아질까


소비자신뢰·여론 잃은 임단협에 금융노조 영향 받나

[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KB국민은행이 임금협상으로 2차 파업을 피했지만 타협을 서두르면서 노동이사제와 페이밴드 등 앞으로 다퉈야 할 문제가 첩첩산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년 만의 파업을 치렀지만 노사간 문제를 제대로 봉합하지 못한 데다 소비자 신뢰와 여론이 돌아서면서 오히려 숙제가 늘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었다.

◆임단협 마무리에 일단 막 내린 파업…노동이사제·페이밴드 샅바싸움

국민은행과 노조는 25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해 23일 도출된 조정안에 합의했다. 조합원 투표에는 1만1천921명이 참여해 1만1천136명(93.41%)이 찬성했다.

KB국민은행 노조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총파업 선포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DB]
KB국민은행 노조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총파업 선포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DB]

임금인상률은 일반직 2.6%, L0등 저임금직 5.2%다. 성과급은 통상임금의 150%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100%에 해당하는 우리사주를 무상 보유토록 한다. 50%는 미지급 시간외수당으로 채워 모두 300%에 맞춰졌다. 임금피크 진입 시기는 부점장급과 팀원·팀장급 모두 만 56세가 되는 날의 다음달 1일부터 적용한다.

주52시간 도입을 위한 근로시간 관리시스템 도입과 PC오프제, 휴게시간 1시간 보장 등에도 의견을 모았다.

합의를 미룬 쟁점도 상당하다. 핵심 논제였던 페이밴드(호봉상한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TF에 공을 넘기기로 했다. 최하위 직급인 'L0' 처우 문제도 마찬가지다. TF를 5년간 운영해 합리적인 급여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목표다.

여기에 국민은행 노조가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를 추천하면서 샅바싸움에 다시 불이 붙었다. KB금융 우리사주조합과 KB금융 노협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출신인 백승헌 변호사를 최종 후보로 정했다. 추천한 사외이사가 수용될 여지는 높지 않지만 사측과의 긴장감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노동환경 개선' vs '성과급 300%'에 소비자신뢰 추락·싸늘한 여론 숙제

노사가 맞손을 잡았지만 소비자와의 신뢰회복은 숙제로 남았다. 노조의 명분과 파업이라는 결론이 와 닿지 않으면서 신뢰가 뚝 떨어졌다. 국민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이용했던 직장인 A씨는 "사회초년생 시절 급여통장이 국민은행이었다"며 "곳곳에 지점도 많고 환전 서비스 등 실생활에 이용하기도 편리해 급여통장과 청약, 적금, ISA까지 국민은행에 들었다"고 말했다.

평소 재테크 관리에 관심이 많은 데도 대부분의 금융거래를 국민은행에 튼 이유는 시중은행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고 A씨는 답했다. A씨는 "이율이 좋다고 해 인터넷 은행과 저축은행에서 적금계좌를 트는 등 소소한 재테크 습관을 들이려 노력한다"면서도 "자산 관리에는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해 목돈은 당연히 국민은행에 몰아둬야 한다고 여겼다"고 답했다.

7일 오후 KB국민은행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파업 소식을 전했다. [사진=국민은행 앱]
7일 오후 KB국민은행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파업 소식을 전했다. [사진=국민은행 앱]

최근 A씨는 주거래은행을 변경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카드대금은 물론 각종 요금납부도 주 통장에 연결해 파업 당시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며 "은행은 항상 걱정이 없다, 안전하다는 생각에 금이 갔다"고 토로했다.

싸늘해진 여론도 국민은행의 짐이다. 노조 스스로는 '귀족노조'가 아니라고 반발했으나 국민은행 총파업 전후 '귀족'은 노조의 필수 수식어처럼 따라다녔다. 국민은행 노조는 성과급보다 노동환경 개선이 우선 가치라고 맞섰지만 '성과급 300%'라는 또렷한 수치와 그에 따른 여론은 노조가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이다.

국민은행의 선례가 다른 은행의 노사합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적 반발을 몸소 느낀 금융가가 앞으로의 협상에서는 '일단 파행을 막자'는 목표에만 집중해 졸속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사측의 정당한 요구나 금융권 노조의 합법적인 파업도 주장하기 어려워진다"고 전망했다.

허인혜 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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