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KT 통신재난, 필수설비 공유로 보완 가능했다?

변재일 의원, 지난 11월 26일 과방위 전체회의 발언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만약에 가입자망 인입선 구간 필수설비가 공동활용 됐다면 서로 보완될 수 있었다. 공동활용 문제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소극적이다보니 이런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6일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사건 이후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 과기정통신부 긴급현안보고를 받은 뒤 이 같이 질타했다.

지난달 24일 11시 12분 발생한 KT 아현빌딩 통신구 화재로 서대문구와 마포구, 중구, 용산구, 은평구에 피해가 발생했다. KT는 관계부처 및 민간기관과 신속 복구에 나섰지만 복구에 꽤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됐고, 2차 피해를 줄이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KT 화재로 기지국 2천833식, 인터넷 21만5천777고객, 23만2천870 유선전화, 1만6천598 전용회선 등에 피해를 준 것으로 파악된다.

변재일 의원은 인입선 구간 등 필수설비가 공용화됐다면 KT 사고때 피해 규모를 줄이고, 발 빠른 대응 및 보완이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필수설비 공용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뜻도 된다.

그렇다면 변 의원 지적대로 인입선 구간을 통신3사가 공동활용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까.

◆"KT 화재, 인입관로 공용화 했다면 피해 줄였다"

정부 및 업계 전문가 등에 따르면 이 같은 변 의원 지적은 대체로 맞는말이다. 다만 전제 조건은 있다. 이번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경우에 한해서다. 변 의원 지적도 이번 통신재난을 지목한 것이다.

필수설비는 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해 전주와 관로와 같은 기반설비와 가입자 구간의 통신 케이블 등을 지칭한다. 이 중 '인입관로'는 최종 사용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으로 '라스트 원마일'이라 불리기도 한다.

다소 차이는 있을지라도 이를 단순화시켜 설명하면 '통신구'는 시작점, '인입관로'는 끝점이라 이해할 수 있다. 각 건물에 들어가는 최종적인 통로가 바로 인입관로다.

가령 피해 지역 중 큰 도로변에서 골목으로 들어간 곳에 A라는 식당이 있을 때, 대개 큰 도로변까지는 통신3사 모두 망 연결이 가능하도록 각 관로에 케이블을 보유하고 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지역이라면 골목 언저리까지는 망을 놓을 수도 있다.

이번 KT 화재는 '통신구'에서 발생했다. 이를테면 아현지사에서 빠져나가는 첫 시작 관문에서 불이 났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사고 지역 마지막 지점에서 건물로 들어가는 인입관로의 경우 KT의 보유율이 높다.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KT망을 쓸 수 없더라도 이는 시작점에서의 사고여서, 다른 통신사들과 인입관로를 함께 썼다면 이를 이용할 수 있었으나 그렇지 못해 결과적으로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변 의원은 "(사고가 난 지역은) 신시가지와 달리 기존 주택지역이나 상가지역이 많다"며, "해당 지역의 경우 KT 가입자망 점용도가 상당히 높고, 오래된 건물의 경우 아예 KT 이외에는 그 건물에 망이 없다"며 피해를 키운 이유를 지적했다.

실제로 해당 사태 때 어느 한 아파트의 경우 모든 집의 통신망이 다 끊긴 것은 아니었다.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 사용자는 이전 그대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는 통신사 모두가 공동으로 인입구간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모든 재난 사태에서 이 같은 인입관로 등 필수설비 공용화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에는 선을 그었다.

이태희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이번 사건으로만 제한할 때 인입구간의 공용화가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언제 어디서 어떤 구간에서 사고가 날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그에 따른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방송통신정책센터장 역시 "타 이통사가 우회 가능한 지역이라는 전제 하에서 인입관로에 대한 공용화가 이뤄졌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이번처럼 통신구에서 화재가 아니라 아예 인입관로에서 재난이 발생하고, 통신3사 망이 모두 배치됐다고 한다면 오히려 우회가 어려운 상황에 놓일 가능성도 크다. 일각에서 필수설비를 공용했을 때 오히려 한꺼번에 서비스가 셧다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자체적인 백업망 확보가 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본부장(사장)은 "이번에 피해가 난 아현국사는 다른 루트로 이원화하는게 안된 D등급(아현국사)"이라며 "광선로 백업이 안돼 복구에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원화 등 관련 설비 투자를 강조하는 이유다.

◆ 필수설비 공용화? 관건인 산정대가 논의는 '제자리'

변 의원이 강조한 필수설비 공용화 문제는 5세대통신(5G) 투자 효율 차원에서도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태다.

앞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연말부터 꾸준히 5G 필수설비 공용화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통3사 CEO와 세차례 간담회를 통해서도 필수설비 공용화에 전향적으로 나서달라 요청하기도 했다.

업계가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나 정부의 관련 정책수립 역시 늦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4월 '신규 설비의 공동구축 및 기존 설비 공동활용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5G 관련 공동구축 방안과 지방자치단체와 시설관리공단 등의 필수설비 활용, 사업자들간의 설비 공동활용 방안 등을 마련하기는 했다.

다만, 가장 핵심인 필수설비 공동활용을 위한 대가산정은 후속조치로 남겨뒀다. 

과기정통부는 이미 지난 9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으로부터 대가 산정안 연구결과를 넘겨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ISDI는 대가산정을 공사환경 등 차이를 반영해 지역별로 차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를 위해 지역별 구축 비용 자료조사와 대가산정 모형 개발, 현장실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필수설비 70%를 보유하고 있는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이견이 커 진전이 없는 상태다. 두 진영은 임차비용과 최소 임차거리 등에서 접점을 못찾고 있다.

변 의원은 "과기정통부가 필수설비 공동활용에 소극적인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나서 이를 적극 조율해야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이태희 국장은 "현재 통신사와 필수설비 산정대가를 놓고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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