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레터]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가장 많이 대두된 용어는 불확실성이다. 세계 정치와 경제 등 제반 상황들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 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세계 평화 유지를 기치로 내걸었던 미국이 트럼프 당선 이후 자국 우선주의로 돌아서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불확실성을 고조시킨다.
그동안 미국은 세계 평화유지라는 명분하에 막대한 군사비를 지출해왔고 막강한 경제력을 토대로 국제 사회에서도 우월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세계는 미국의 지배하에 있다는 말은 결코 과장되지 않다. 그런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주장하고 나서니 지구촌이 놀라는 건 당연하다.
16일 사단법인 신규장각과 한림대학교, 국립외교원이 '세계 시스템의 현상과 동아시아의 국제 정치'를 주제로 국립외교원에서 개최한 글로벌 석학 다나카 아키히코(田中明彦) 일본 도쿄대 교수 초청 대담 역시 불확실성에 주목했다.
다나카 교수는 이날 대담에서 "다른 나라의 풍요와 안전을 지키느라 미국의 경제와 사회가 안 좋아졌다는 트럼프적 인식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국민들이 그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는 사실은 세계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5년간 미국만큼 성장한 나라도 없고 이는 군사력 면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만약 미국이 객관적 정책이나 실제적 상황을 반영 못하면 동아시아의 정치도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미국의 인적 구조와 행정, 예산, 법률 시스템이 대통령 한 사람으로 인해 갑자기 바뀔 리는 없다. 그럼에도 전세계적인 위기 발생시 트럼프 정권이 어떻게 대처할 지는 미지수다. 다나카 교수는 "트럼프-아베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지금까지의 동아시아 정책을 답습하겠다고 했지만 북한의 불안정과 트럼프적 피해의식으로 이 기조를 유지할지는 알 수 없다"고도 봤다.
그가 제시한 위기 대비책은 미국이 지금까지의 세계주의 시스템을 유지하도록 주변 동맹국들이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불확실 변수를 제거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중국과 북한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마주한다. 북한은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로 위기감을 불러오고 중국은 트럼프 정권의 불확실성과 함께 세계적 변수가 되고 있다. 중국은 2010년부터 일본의 GDP를 추월하며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고 21세기 들어 군사력도 대폭 증강시켰다. 1990년까지만 해도 4세대 전투기가 없었던 중국은 이제 대만이나 일본보다 많은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과는 2016년 7월 미국의 한반도내 사드 배치 발표이후 긴장감 고조 상태다.
다나카 교수는 한국과 일본이 중국과 긴장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같은 위치에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도 중국이 '(도발) 억제 정책'을 취하도록 다양한 방식을 모색해야 하고 한미일 동맹 속에서 북이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압박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압박보다 대화가 중요한 것은 당연지사다. 북의 도발에 미국을 위시한 세계가 막연히 대응하는 것은 너무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북핵 도발 방지 측면에서는 중국의 협력도 필요하다. 중국과도 대화가 절실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미국은 북한발 핵위험을 막기 위해 중국과 협력하고 한국과 일본은 대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연합하며 중국은 트럼프발 위기 해소를 위해 주변국과 동맹을 공고히 하면 될까. 국제관계가 간략한 도식으로 정리될 수는 없지만 요약해 그러하냐는 얘기다.
안타깝게도 한미일 동맹과 대화 권장 등 다나카 교수의 해법은 당면한 한일 관계와 대한민국의 정치사회적 문제를 고려할 때 방향성으론 훌륭하나 이상적이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남긴 갈등과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로 촉발된 한일간 긴장이 해법보다는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지난 1월 주한 일본대사를 귀국시킨 후 아직까지 복귀시키지 않고 있다. 한달 넘게 대사가 복귀 못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고 한국 정부는 무대응에 가까울 만큼 대책이나 해법을 도출 못하는 게 문제다.
원인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바로 그 문제'에서 출발한다.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시작된 국정마비 사태로 대한민국의 겨울은 혹독하게 춥다. 경제와 외교는 얼어붙었고 매주 토요일 광장의 찬바람도 매섭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미래는 불확실 투성이다. 결론이 또 '그 문제'로 돌아가냐고 할 지 모르겠다. 그래도 할 수 없다. 세계적 불확실 상황이 해소된다 해도 우리가 풀어야 할 우리의 문제라서 그렇다. 문제의 매듭을 풀어야만 대한민국은 앞으로 가고 세계 속으로도 갈 수 있다.
/김윤경 아이뉴스24 편집인 겸 부사장 y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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