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군을 향해 '지적재산권 공세'를 퍼부었던 SCO 그룹이 적진에서 지지세력을 얻었다.
'단기필마'로 리눅스 진영에 평지풍파를 일으켰던 SCO의 손을 들어준 것은 뜻밖에도 '리눅스 업계 공공의 적' 마이크로소프트(MS).
MS는 19일(현지 시간) SCO그룹과 유닉스 특허 및 유닉스 소스 코드(소프트웨어 원본) 사용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리눅스 진영과 IBM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던 SCO는 큰 힘을 얻게 됐다. MS 역시 리눅스 진영의 분열을 유도하는 한편, '라이선스를 통한 소프트웨어 사용'의 정당성을 다시 한번 강조할 수 있게 됐다.
◆ SCO 지재권 주장 힘 실릴듯
SCO는 MS와의 이번 계약으로 '유닉스 소스코드가 리눅스에 복제됐다'는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IBM을 상대로 10억 달러 규모의 지적재산권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최근엔 1천500개 리눅스 업체들에 경고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이에 대해 IBM은 이미 유닉스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며, SCO의 주장을 일축했다.
SCO의 지적재산권 부문 책임자인 크리스 손탁은 C넷과의 인터뷰에서 "MS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것은 '대 IBM 지적재산권 공세'가 설득력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지적재산권 공세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된 것.
그 뿐 아니다. 어쩌면 힘겨운 법정 공방을 벌어야 할 지도 모르는 SCO 입장에선 이번 라이선스 계약으로 상당한 '실탄'을 마련했다. 정확한 계약 조건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이번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상당한 현금을 챙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MS와의 라이선스 계약이 발표되던 날 SCO 주가가 38%나 치솟은 점도 이같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 MS, 리눅스 진영에 '도덕적 공세'
MS 역시 이번 계약을 통해 '명분'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깔끔하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리눅스 진영과 차별화시킬 수 있게 된 것.
레드몽크의 애널리스트인 스티븐 오그래디는 MS의 이번 라이선스 계약을 두가지 측면에서 분석했다. 즉 ▲ 리눅스 경쟁업체들에 비해 도덕적 우위에 서게 됐으며 ▲ IBM에 일격을 가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가트너의 애널리스트인 톰 비트먼은 "MS는 지적재산권 문제에 관한한 백합처럼 순결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먼저 라이선스 요금을 지불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엄단'이란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는 것.
게다가 MS는 이번 계약을 통해 자신들을 위협하던 오픈소스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뒤흔들수 있게 됐다. 최근 들어 리눅스 진영이 급부상하면서 위협을 느낀 MS로선 회심의 일격을 가할 수 있는 여유를 찾았다.
SCO가 IBM을 제소한 지 2개월 만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IBM 소송건'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부수효과도 노릴 수 있게 됐다.
◆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의심어린 시각도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번 라이선스 계약에 대해 의심어린 눈길을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SCO와 MS가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는 것.
오픈소스 프로그래머 커뮤니티의 비공식 대변인인 브루스 페렌스는 "SCO가 리눅스 진영을 행해 공세를 취할 때부터 MS와 공동 보조를 취한 듯한 냄새가 난다"고 주장했다. SCO가 거센 법적 공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바로 MS란 뒷 배경을 믿기 때문이란 것이 그의 주장이다.
물론 MS 측은 이런 주장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MS 대변인은 C넷과의 인터뷰에서 "SCO의 요청에 따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면서 "MS는 정당한 라이선스를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IBM을 제소할 당시 '회사 매각을 앞두고 몸 값을 올리려는 처사'란 비난에 시달린 SCO는 MS와의 라이선스 계약 이후에도 비슷한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는 셈이다.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SCO-MS 간의 라이선스 계약은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게다가 휴렛패커드(HP), 선마이크로시스템스 같은 업체들에게도 적잖은 압박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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