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회담에서 의결 조율에 실패한 민주당이 앞으로의 투쟁 방향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 16일 3자회담에서 박 대통령과 김한길 대표는 국정원 개혁을 주요 의제로 1시간 30여 분 간 치열한 설전을 펼쳤지만 서로의 견해차만 재차 확인했을 뿐 정국 난맥상을 풀어낼 어떠한 협상도 이뤄내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3자 회담 직후인 17일 민주당에 "장외투쟁을 고집하면서 민생을 외면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 민주당의 분노를 더욱 가열시켰다.
어렵사리 성사된 3자회담에서 박 대통령의 불통과 현 정국에 대한 인식 차를 재확인한 민주당 내에서는 '원내외 병행투쟁 전면 재검토' 또는 '국정감사 보이콧' 등 투쟁 강경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3자 회담 직후 열린 민주당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향후 투쟁전략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인식의 공감대가 형성됐고, 투쟁 수위를 어디까지 높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이번 3자회담의 성과는 민주당이 앞으로 국민과 함께 더 강한 투쟁의 길로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민주당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국민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해 향후 강경 투쟁으로 노선을 선회할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강경 투쟁의 방법론에 대해서는 당내 온도 차가 존재한다. 전면 장외투쟁 보다는 강력한 원내투쟁으로 권력기관의 정치 개입과 세제개편안 등 굵직한 현안을 해결하는 쪽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정기국회 파행 책임론이 지워질 경우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부담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민주당의 요구를 단 하나도 받아주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현 장외투쟁 강도를 낮추고 원내투쟁 강도를 높이는 방안을 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지금 분위기로는 곧바로 정기국회 의사일정 협의가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며 "대통령이 민주당을 야당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여야 간 협의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당의 한 관계자 역시 "3자회담에서 박 대통령의 불통인식을 확인하고, 이에 대해 의원들이 격앙된 분위기를 보였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당의 득실을 따졌을 때 전면적인 장외투쟁 혹은 국감 보이콧이 과연 옳은 결정인가에 대해서는 시각 차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당은 현재 강경 투쟁의 2라운드에 돌입했다고 보고, 비책을 논의 중"이라며 "의원들이 전국 각지로 흩어져 추석 민심을 전해 듣고 국민의 뜻을 확인해 당의 투쟁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추석 연휴 기간 전국에 흩어진 민심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오는 23일 의원총회를 열어 강경 투쟁전략 방향성을 논의할 방침이다.
김한길 대표는 추석 연휴 동안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서울 시청광장에 설치된 천막에서 노숙 투쟁을 이어가며 향후 투쟁 방향에 대한 깊은 고민을 이어간다.
/이영은기자 eun0614@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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