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란 이름 앞에는 꼭 '악의 제국'이란 접두어가 따라다녔다. 그동안 MS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것이 일반인들의 뇌리에 깊숙하게 박혀 있는 것이다. 수 년동안 반독점 공방이 끊이지 않았던 것 역시 MS에 '악의 제국'이란 가면을 덧씌워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MS=악의 화신' 이란 등식이 상당히 흐려졌다는 지적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어떻게 그런 변화가 가능했을까?
'블로그 세상을 바꾸다'물론 이들이 자신있게 MS와 블로그를 연결시킬 수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 책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로버트 스코블은 ‘악의 제국’이라 불리던 MS에 인간의 모습을 부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채널9' 블로그 운영자로 활동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채널9' 뿐 아니라 MS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던 '스코블라이저'란 블로그를 운영하기도 했다.
MS의 대외 이미지가 지나치게 부정적이라는 점에 충격을 받은 몇몇이 처음 블로그를 도입할 때만 해도 회사 내에선 걱정도 적지 않았다. 행여 문제를 만들 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스티브 발머 CEO를 비롯한 경영진들은 결국 블로그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스티브 발머 CEO는 이렇게 설명한다.
"직원들이 블로그에서 자신을 표현하게 한다는 것이 밖에 나가서 스스로 고객을 만나게 하는 것보다 더 리스크가 있는 일이 아닌 겁니다. 블로그는 그저 더 많은 사람들을 접촉할 뿐이죠. 사람들이 훈련받을 필요가 있다면 우리는 훈련을 시킬 겁니다. 하지만 난 블로깅이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아주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29쪽)
이처럼 MS를 변화시킨 것은 바로 블로깅과 대화 마케팅이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블로그 세상을 바꾸다'의 저자들은 블로그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블로그가 대화 채널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블로그를 통한 대화는 신뢰를 구축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그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 책을 준비하던 1년여의 집필 기간 동안 북미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의 유명 블로거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 그들이 관찰한 내용과 대화를 블로그에 올렸다.
그리곤 책을 집필해 나가는 과정에서 댓글 형태로 참여한 방문객들의 의견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참여과 공유라는 정신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영국의 한 무명 재단사가 블로그를 시작함으로써 일약 세계적인 재단사로 유명세를 떨치게 된 마혼의 블로그, 제품을 제조한 회사보다 소비자에게 더 신뢰를 받는 트레오너츠 블로그, 소비자 가격이 4.95달러짜리의 아이디어 상품을 블로그에 소개한 후 아마존과 미국에서 두 번째 규모의 할인점 체인인 타깃과 공급이 체결된 일화 등 개인이 블로그를 이용해 성공을 거둔 사례 등 이 책에서는 블로그를 비즈니스에 성공적으로 활용한 사례들을 자세하게 소개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이런 외적인 사례들이 아니다. 이 책 원제인 'naked conversation'이 잘 나타내주듯이, 블로그는 바로 '하나의 거대한 입소문'이라는 점을 깨닫는 데 있다.
실제로 이 책 저자들은 소비자들이 미사어구로 현혹시키는 기업의 대변인과 잘 짜여진 각본같은 보도자료에 대해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또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매스미디어의 광고에 대해서는 싫증을 넘어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저자들은 진단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일방향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는 더 이상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블로그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참여 정신이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적 흐름이라고 해도 크게 그르진 않을 듯하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 다소 불편한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MS에 대한 과도한 애정과, 상대적으로 MS의 대척점에 서 있는 기업들에 대한 소홀한 대우가 심심찮게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저자들이 주장하듯이 "MS의 이미지가 달라졌는지"에 대해서도 솔직히 자신있게 얘기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저자들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을 이런 종류의 편애가 이 책의 가치까지 훼손하지는 못할 듯하다. '변해야 산다'는 당위 명제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그가 기업의 체질을 바꾸려 한다면, 적어도 '진솔한 대화'를 하려는 마음가짐은 꼭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고객이든, 아니면 자기 회사 직원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솔직하게 대화하려는 열린 마음이다. 그리고 블로그는 그 마음을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최상의 도구이다. 그 마음을 깨달은 경영자라면, 그는 고객과 직원 모두에게 큰 복을 안겨줄 자질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르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열린 마음'과 '블로그'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다소 극단적인 질문을 받는다면, 난 주저없이 블로그 대신 열린 마음을 선택하겠다. 이 책 저자들 역시 나의 이 같은 선택에 공감하리라 믿는다.
그런 차원에서 블로그를 통해 진솔한 대화를 실천하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로버트 스코블-셸 이스라엘 지음/홍성준-나준희 옮김, 체온365, 1만2천800원)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