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국내 외인투자자 10명 中 3명, 조세회피처 국적

[이영웅기자] 국내에 등록된 외국인 투자자 10명 중 3명이 '조세회피처' 국적을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의 투자 자금은 163조원에 달한다.

조세회피처는 자본·무역 거래에 세금을 매기지 않거나 극히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지역으로 주로 역외 탈세나 비자금 조성에 이용된다. 이 같은 거래가 국내 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관세청과 금융감독원 등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 외국인 투자자(법인 및 개인)는 4만 2천692명으로, 이들의 투자 잔액은 주식 456조 2천억원, 채권 96조 8천억원 등 총 553조원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투자자 중 최소 1만 2천785명(약 29.9%)은 조세회피처 국적을 보유했다.

국가별로는 케이맨제도(3천274명), 캐나다(2천459명), 룩셈부르크(1천768명), 아일랜드(1천242명), 홍콩(1천46명), 버진아일랜드(877명), 싱가포르(751명), 스위스(424명), 버뮤다(362명), 네덜란드(333명), 바하마(147명), 건지(102명) 순으로 많았다.

미국 투자자 1만 4천243명 중 조세회피처로 분류되는 '델라웨어주'의 투자자는 따로 분류되지 않아 '최소 1만 2천785명'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132조 4천44억원)과 채권(31조 2천867억원)은 총 163조 6천911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투자자 보유금액(553조원)의 약 30% 수준이다.

조세회피처 국적 투자자의 주식투자 규모는 룩셈부르크가 29조 3천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싱가포르(28조 1천억원), 캐나다(14조 3천억원), 아일랜드(17조 1천억원), 네덜란드(15조 7천억원) 순이었다.

채권 투자는 스위스(14조 5천억원), 룩셈부르크(10조 1천억원), 스위스(3조 8천억원), 홍콩·아일랜드(각 7천억원), 순으로 규모가 컸다.

박 의원은 "조세회피처는 탈세와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가 다수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들 국가와의 금융·과세정보 교환 등 국제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