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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M&A로 촉발된 인텔·AMD 자존심 싸움


코스닥 시장의 M&A 때문에 세계적인 PC와 서버용 CPU 업체인 인텔과 AMD의 국내 대리점이 교체되는 일이 일어났다. 경쟁관계인 상대방이 자사 유통사를 인수하자 거래를 끊은 것.

과거에도 국내에서 인텔과 AMD의 CPU 대리점이 자리를 맞바꾼 사례가 있긴 하지만 이번 처럼 M&A가 빌미가 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일에 대해 일반적인 상도덕 보다는 양사의 지나친 경쟁구도 탓이 벌어진 일이라는 시각이다.

그동안 인텔과 AMD는 사업에 있어 경쟁을 넘어 앙숙과도 같은 존재. 과도한 경쟁속 수익이 급감, 급기야 최근 구조조정에 돌입하기도 했다.

◆AMD, 인텔 제품 유통사 인수하자 거래 끊어

20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AMD가 국내 대리점 중 하나인 디지털씨앤아이와의 계약을 종료키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씨앤아이의 모회사인 디유뱅크가 인텔 CPU와 각종 PC용메모리 등을 판매하는 디직스세미콘을 인수키로 결정한 직후였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디유뱅크는 최근 사업 확장을 위해 디직스세미콘 주식 60%를 이회사 김대성 사장으로부터 120억원에 인수키로 한 것.

디유뱅크는 디지털씨앤아이가 작년말 코스닥 우회 상장을 위해 인수한 포레스코가 전신. 사명을 디유뱅크로 변경한데 이후 디직스세미콘 인수를 통해 사업 확장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디직스세미콘이 정식 대리점은 아니지만 그레이마켓, 이른바 병행 수입된 인텔 CPU를 활발하게 판매하던 업체라는 점이다.

디지털씨앤아이의 대리점권을 디유뱅크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M&A가 불거지자 AMD측이 이를 즉각 문제 삼기에 이르렀다.

AMD는 디유뱅크가 인텔 CPU 판매처를 인수한 상황에서 대리점 권을 주는 것은 양사의 경쟁구도를 감안할 때 허용하기 힘든 일이라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관련 업계 관계자는 "인텔 제품을 취급하는곳과 AMD가 계약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양사는 결별을 결정했고 곧 이 사실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디지털씨앤아이 관계자는 "지난 4년여 간 AMD가 국내에서 뿌리 내릴 수 있게 기여한 가장 큰 대리점의 공로를 인정해 주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자존심 경쟁'속 어부지리도

대신 AMD는 코스닥 상장기업인 에스에이엠티(옛 삼테크)를 새로운 대리점으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시장 등에서는 이미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AMD측은 이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에스에이엠티가 인텔 CPU 대리점이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인텔코리아에 확인한 결과 양사의 거래 관계 역시 곧 종료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AMD 대리점을 맡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이에대해 업계에서는 AMD와 디유뱅크와의 관계 악화에 따른'어부지리'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PC업계에서는 인텔이 지난해 에스에이엠티에서 독립한 코잇이라는 업체에 대리점권을 주며 한 개 대리점을 축소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미 회사 매출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인텔 CPU를 포함한 I&S사업 매출이 줄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작년 1분기 166억원이던 관련 매출이 올 1분기 64억원으로 크게 감소한 것.

결국 계약 종료를 앞둔 상황에서 공교롭게 AMD와 디유뱅크간 관계가 악화됐고 그 틈을 인텔 CPU 판매 경험이 풍부한 에스에이엠티가 파고 들 수 있게 된 형국이다. 에스에이엠티로서는 인텔로 빈 자리를 AMD로 채우게 된 셈이다.

용산시장의 한 관계자는 "CPU 유통은 수익은 적지만 연간 매출 규모가 만만치 않아 상장기업들에게는 매력적인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CPU 유통 대리점 중 상장사는 피씨디렉트과 에스에이엠티(인텔), 디유뱅크(100% 자회사 디지털씨앤아이)과 제이씨현(AMD) 등이다.

백종민기자 cinq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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