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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VC업계 결산]침체 속 '날개' 손질


 

벤처캐피털(VC) 업계에 있어 2006년은 침체 속에서 새로운 비상을 위해 '날개'를 손질하는 한 해가 됐다.

수익을 내는 주요통로인 코스닥시장의 침체로 업계가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은 선진국처럼 벤처캐피털이 투자기업의 인수합병(M&A) 지원에 더 나서야 한다는 과제를 각인시켜줬다.

정부는 벤처캐피털이 더 자유롭게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각종 제한을 풀고, 지원을 강화하며 창업투자회사들의 등을 두드렸다. 창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생회사들이 다수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일반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 벤처캐피털의 부정적 인식을 제거하고 신뢰를 확보하겠다던 업계의 계획은 제대로 실현됐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여전히 법을 어겨 퇴출까지 당하는 기업들이 나타나는가 하면, 부실회사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는 곳들도 적지 않았다.

◆코스닥 상승률 '꼴찌'…업계 시름

연초부터 하루 60포인트 이상 떨어지며 사상 처음 서킷브레이커(거래일시정지)가 발동된 것을 비롯해 코스닥지수는 내내 조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80%를 웃도는 상승률로 세계 1위를 차지했던 코스닥시장은 올해 글로벌 랠리에 합류하지 못하며 10% 이상의 하락률로 '꼴찌'까지 추락했다.

수익의 80% 가량을 투자기업의 코스닥시장 상장으로 올리는 대다수 창투사들은 실적부진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상반기까지 코스닥 새내기주 가운데 단 1개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공모가에 미치지 못하는 주가를 기록했다는 점은 벤처캐피털의 '우울한' 성적표를 대신 보여준다고 하겠다.

KTB네트워크, 한국기술투자 등 선두권 회사를 제외하고 대다수 회사들의 실적이 급감했다. 지난해 103억원의 매출과 6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우리기술투자는 올해 3분기까지 매출이 29억원으로 급감했다. 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물론이다. 60여개 중·소규모 창투사들의 실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시장의 침체에 따른 업계의 수익성 악화 현상은 벤처캐피털 업계의 오랜 과제인 M&A 활성화의 필요성을 더 절실하게 인식하게 해줬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합병, 주식교환 등 코스닥 기업들의 M&A 건수는 73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4년 37건, 지난해 67건에 이어 크게 늘어난 수치. 적잖은 거래를 벤처캐피털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아 긍정적이다.

하지만 올해 금융당국이 부실한 우회상장의 규제를 강화하면서 벤처캐피털들은 M&A 역량을 더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정부 지원책 이어져…대통령도 나서 '한마디'

벤처생태계를 가꾸기 위한 정부의 지원은 지난해 벤처활성화 대책에 이어 계속됐다. 중소기업청은 지난 6월 벤처캐피털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민간 기반의 모펀드가 조성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에 나섰다.

창투사들이 해외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제한을 푸는 한편, 다단계 펀드증액방식의 출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벤처캐피털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고, 벤처투자 인프라를 보강하기 위한 방안들도 제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0월 열린 '벤처코리아2006' 행사에 직접 나서 "벤처기업이 개발한 우수한 기술을 성공으로 연결 짓기 위해선 모험투자가 더 활성화돼야 한다"며 벤처캐피털 투자의 활성화를 요구하는 한편 정부도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지난 6월부터 시장친화적 벤처확인제도가 시행되면서 벤처캐피털이 기술보증기금 등과 함께 벤처기업을 인증시켜 주는 주체가 돼 책임이 더 막중해졌다.

그러나 정부의 법 개정 작업이 모두 벤처캐피털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본시장통합법의 경우 대형 금융회사들 간 업무의 경계를 허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벤처캐피털들도 투자업의 역량을 강화해 일반 금융회사와 경쟁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침체 속 투자 확대…모태펀드, 도우미 역할 충실

실적 면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벤처캐피털들은 신규투자 및 자금조달 위해 더 열심히 뛰었다.

벤처투자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창투사들의 신규투자는 지난 11월까지 6천53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2~2004년 연간 신규투자 규모를 이미 뛰어넘은 수치. 지난해 7천573억원 규모를 뛰어넘어 2년 연속 증가세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창투사들의 조합결성 금액은 이미 지난해 5천740억원 규모를 뛰어넘어 3년 연속 증가세를 달성한 상태다. 창투사들은 11월까지 6천244억원에 이르는 조합을 결성해 신규투자를 위한 실탄을 확보한 상태다.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대규모 벤처투자 출자기관들이 올해 자금집행을 한 차례 쉰 가운데 정부의 모태펀드는 벤처캐피털의 자금 확보에 힘을 실어줬다. 모태펀드 운용을 전담하고 있는 한국벤처투자는 올해 3차에 걸쳐 2천억원 상당을 출자해 내년 초까지 6천억원에 달하는 벤처투자 자금의 결성을 도울 전망이다.

그런가 하면 과거 '벤처 붐' 이후 결성된 조합들의 해산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11월까지 해산조합 규모는 8천46억원으로 지난해 해산조합 규모의 두 배 가까이 이르고 있다. 과거 결성된 조합들은 '벤처 거품'의 영향으로 부실화된 자산을 적잖이 포함하고 있어, 이를 말끔히 정리했을 때 업계의 건전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선진형 LLC조합 속속 탄생…1천억 '공룡펀드'도 잇달아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 탄생한 선진적인 형태의 유한회사(LLC)형 투자조합은 올해도 모태펀드의 도움을 받아 2개가 잇달아 만들어졌다.

이노폴리스파트너스의 '대덕특구특허기술사업화조합'이 800억원 규모로 출범했고, 뉴튼테크놀로지도 500억원 규모의 'Newton OAK Partners II' 조합의 결성을 앞두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재원이 1천억원에 달하는 '공룡펀드'가 잇달아 결성되면서 벤처캐피털이 사업을 확대하고,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 하고 있다.

스틱IT투자는 올해 약정총액 기준 1천562억원 규모의 '스틱투자조합17호'를 결성한 데 이어 추가 출자로 조합규모를 2천억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앞서 이 회사는 '스틱세컨더리펀드' 등 2개의 1천억원대 펀드를 가동하기도 했다.

신기술금융회사 KTB네트워크는 1천억원 규모로 중국시장 진출 및 현지기업에 투자하는 '차이나옵티멈펀드'를 결성했다. 또 약정총액 기준 1천200억원, 1천500억원, 2천억원 규모의 사모투자펀드(PEF) 3개를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결성하기도 했다.

이밖에 이노폴리스파트너스를 비롯해 엠벤처투자, 한국기술투자 등도 '공룡펀드'를 보유하기 위해 자금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물갈이' 활발…'똘똘한' 신생회사 활약

여느 때보다 업계의 진입과 퇴출이 활발하게 일어났다는 점도 벤처캐피털 업계의 올해 주요 뉴스다.

13개 창투업계에 집입했고, 11개사는 라이선스를 자진 반납하는 등 사업을 접었다. 지난 2001년 이래 지난해까지 새로 창투사 간판을 단 회사가 8곳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올해 신설회사가 급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생 창투사 가운데 린드먼아시아창투, 유니베스트캐피탈, 우리들창투 등 3곳은 올해 모태펀드 2차 출자사업에 출사표를 던져 눈길을 끌었다. 오랜 업력의 회사들도 까다로운 출자기준 때문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게 모태펀드 유치전이기 때문.

이 가운데 린드먼아시아창투는 수개월만에 역량을 인정받으며 모태펀드 자금을 따내 '무서운 새내기'로 업계에 각인됐다.

이밖에 우리기술투자가 신기술금융회사로 전환하면서 업계를 떠나거나, 엠벤처투자가 신영기술금융과 합병으로 6년여만에 증권시장에 진입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클린머니 도약' 목표는 다시 돌아봐야

벤처캐피털 업계가 올해 내세운 가장 큰 목표는 '스마트머니' '클린머니'로 도약하겠다는 것이었다.

투자회사를 기술개발부터 기업공개(IPO) 이후까지 총체적으로 지원한다는 벤처캐피털의 '스마트머니'화는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평가해볼 수 있다. 그러나 깨끗한 자금집행과 대외 홍보 강화로 업계의 신뢰를 높인다던 계획에 대해선 지적을 받을 만한 한 해였다.

HS창투는 최대주주의 횡령 혐의와 경영권 분쟁으로 상장사로서 믿음을 주지 못했다. '바다이야기'로 언론의 포화를 맞은 무한투자는 장기적으로 우전시스텍을 육성하겠다던 계획을 철회하고, 갑작스레 경영권을 넘기면서 문제가 됐다.

센츄리온기술투자는 모태펀드의 출자대상으로 확정됐다가 취소당하는 불명예를 안았고, 한 창투사 대표 등은 투자기업들로부터 40억원대에 이르는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이처럼 문제가 속속 터지면서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창투사 투자조합에 대해 실시한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중기청이 법 위반으로 적발한 사례가 수십 건에 이르렀고, 관련 창투사 3곳은 라이선스를 취소당하면서 업계에서 퇴출되기도 했다.

벤처캐피털 윤리위원회의 부활, 벤처투자정보센터 개소, 한국벤처투자의 벤처캐피털 월간지 'VC·PE Monthly' 발간, 창투사 공시시스템 개편 등 업계가 신뢰 확보와 대외 정보제공 확대를 위해 노력한 흔적도 엿보인다.

그러나 과거 비리와 '벤처 붐' 이후 업계의 부실화 등으로 일반에 각인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선 성실히 투자에 매진하는 한편, 알릴 것을 알리는 홍보활동에도 더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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