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혜기자] "2017년 핀테크 트렌드는 기존에 쌓인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가 될 것입니다."
각 금융사 플랫폼에 접속하지 않아도 사용자의 은행 계좌와 카드사 별 사용 내역을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는 통합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브로콜리'가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 조회를 넘어 사용자에게 알맞은 카드·대출 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로 발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찬기 옐로마켓플레이스 대표는 "브로콜리는 소득이 있을 때 자산관리를 잘해서 은퇴 이후에도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며 "조회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효용을 느낄 수 있는 상품을 추천해서 실제 재산 증식으로 이어지게끔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출시된 브로콜리는 공인인증서 1회 로그인을 통해 19개 은행 예·적금 및 10개 카드사의 사용 내역 동시 조회가 가능한 서비스다. ▲흩어진 계좌 정보를 모아 볼 수 있는 '자산' ▲한 달 소비 패턴을 분석해주는 '소비' ▲보유 주식 현황을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는 '투자' ▲목표금액 대비 보유자산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챌린지'로 구성됐다.
이 대표는 "나의 수입과 지출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미래를 계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4가지 부문으로 나눴다"며 "투자 섹션의 경우 증권사 데이터를 불러오거나, 증권사에 판매하고 있는 다른 상품과 연계하는 등의 기능 보완을 생각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부터는 카드 추천 기능도 더해질 예정이다.
이 대표는 "기존 금융상품 추천 플랫폼에서는 사용자가 어떤 카드를 좋아하고 어떤 소비습관을 가졌는지 스스로 입력해야 하는데, 사용자도 어떤 항목에 얼마를 쓰는지 구체적인 액수를 알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브로콜리는 이미 저장된 소비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말을 하지 않아도 보다 적절한 카드를 추천해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레스토랑·모바일게임 사업 경험 도움 커"
옐로마켓플레이스는 '생활 밀착형' 핀테크를 표방한다. 여기에는 IT서비스를 활용해 다양한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사업을 추진해온 이 대표의 독특한 이력이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듀오스·픽슨 등의 휴대폰 상품 기획을 담당했던 그는 스페인 음식점 '엘쁠라또'와 일본식 도시락 전문점 '코코로 벤또'를 운영하는 플라토스호스피탈리티그룹을 창업해 판매관리시점(POS)단말기를 개발하는 등 푸드 테크 서비스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후 '틀린그림찾기' 앱을 제작한 '시우인터랙티브'를 공동창업해 모바일 게임 사업에도 도전했으며, 벤처캐피털 사모펀드인 '앤드비언드'에서 투자위원을 역임하다 지난해 4월 옐로금융그룹에 합류했다. 지난 연말부터 옐로금융그룹 내 B2C 사업을 담당하는 옐로마켓플레이스를 이끄는 중이다.
어렸을 때부터 엔지니어와 사업가를 동시에 꿈꿔온 이 대표는 "삼성에 있을 때 제가 기획한 휴대폰을 사람들이 사용하는 게 좋았다"며 "레스토랑과 게임 제작 사업을 할 때도 실생활에서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효용가치를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추구했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험은 옐로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데 또 다른 자산이 되기도 했다.
"상품 기획자는 시장 분석부터 제품이 완성될 때까지 전 과정을 책임져야 하는 만큼 작은 사업을 운영하는 것과 다름없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는 레스토랑 사업에서는 소비자가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 이들의 의견을 참고하되 어떤 부분에서는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지 등을 알게 됐지요. 모바일 게임을 론칭할 땐 푸시 메시지는 어떻게 보내야 하고 관리자 도구에는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등 실질적인 앱 비즈니스를 배웠습니다."
◆누적 다운로드 12만 건 돌파…3달 만에 12배 성장
다양한 분야에 도전장을 냈던 이 대표지만 기존 금융사와 협업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핀테크 사업이 쉽지만은 않았다. 금융라이선스가 없어 제도적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도 많았다.
그는 "예컨대 금융 당국에서 추진 중인 오픈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의 경우에도 전자금융업 라이선스가 있어서 송금 기능을 쓸 수 있게 돼 있다"며 "오픈API를 통해 다양한 기능을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긴 했으나, 이를 활용하기 위한 허들은 그대로 남아있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현재의 브로콜리 서비스를 구축하기까지 어려움도 컸다. 특히 사용자로부터 금융사 홈페이지 로그인을 위탁받아 웹상의 데이터를 끌어오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브로콜리는 사람이 금융사 홈페이지에 일일이 들어가 눈으로 확인한 데이터를 가져오는 형식을 자동화한 시스템입니다. 사실 B2C 사업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방식이지요. 기술이 복잡하기도 하고, 금융사 홈페이지가 개편돼 보이는 방식이 바뀌면 엔지니어가 데이터 취합 방법을 직접 바꿔줘야 하므로 인력도 많이 필요해 협력업체와 함께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금융정보를 다루는 만큼 보안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개인 인증정보는 암호화해 사용자의 휴대폰에 저장하기 때문에 옐로마켓플레이스 서버가 해킹당한다 하더라도 인증정보가 유출될 일은 없다는 설명이다.
또 키보드 보안 등과 관련해 기존 금융권에서 쓰는 보안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외부업체로부터 점검도 꾸준히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최근 브로콜리는 누적 다운로드 수 12만 건을 돌파했다. 금융사 앱과 비교하면 작은 숫자지만, 다수의 고객을 확보한 기존 금융사와 달리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한 핀테크 업체로서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셈이다.
더욱이 지난 9월 애플 앱스토어 출시 이후 단기간에 이룬 결실이라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iOS 버전 출시 이전 다운로드 수(1만 건)를 고려하면, 3개월 만에 12배가량 폭풍성장했다.
이 대표는 "핀테크 업체의 서비스 중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만 건을 넘는 앱이 많지 않은데, 그만큼 브로콜리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게 검증된 셈"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사용자에게 재정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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