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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삼성전자 '초격차 전략'의 한계


5일 삼성전자 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은 좀 억울했을 듯하다. 2분기에 9조5천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오히려 이 소식이 알려진 순간 주식 시장의 반응은 실망스러울 만큼 싸늘했기 때문이다. 삼성 그룹 기자실에서는 "대체 얼마를 벌어야 만족하느냐"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농담이 오갈 정도였다.

시장의 반응이 늘 정직한 것만은 아니다. 또 최근 삼성전자 주식을 투매하는 장본인이 주로 외국 투자자들이고, 이 때문에 정부마저 한 때 의심했던 것처럼 어떤 '작전'이 개입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면 외려 다행이다. 어떤 세력에 의해 잠시 왜곡된 것이라면 그것은 머잖아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 삼성전자 주식 흐름이 추세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작전을 한 게 아니라 오히려 진실을 먼저 봤을 경우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을 예측한 국내외 증권사나 투자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정확도를 보인 곳이 다름 아닌 갤럭시S4의 성장세 둔화 가능성을 제기한 JP모건이란 점을 직시해야 한다. 국내 증권사들이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변호하였지만, 결과는 JP모건의 예측이 적중했다.

외국 투자자들의 투매 강도로 보아 더 우려스러운 것은 갤럭시S4 한 제품이 아니라 삼성전자 사업 구조 전반의 문제라고 이들이 판단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2분기나 3분기가 '사상 최대'라는 용어를 쓸 수 있는 마지막이고 이후 내리막길을 걷거나 성장을 이어가더라도 그 폭이 극히 제한될 것이라고 봤을 수 있는 것이다.

돈에 눈치 빠른 외국 투자자들이 진짜로 그렇게 봤다면 그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JP모건이 예측한 것처럼 스마트폰 사업의 성장세가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우선 손꼽힌다. 사실 삼성전자는 기초 체력이 튼튼하기도 했지만 애플의 자충수(특허소송) 덕도 톡톡히 봤다. 지난 2011년 4월 애플이 소송을 제기하기 전만 해도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크게 흔들렸다. 그 해 2분기 영업이익도 3조7천500억 원에 불과했다. 그러다 소송이 진행되면서 갤럭시 시리즈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후 삼성전자 주식의 랠리는 철저하게 갤럭시에만 의존했다. 지금 문제는 삼성이 이미 세계 시장 1위에 올랐고 더 올라갈 곳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특히 LG전자를 비롯해 중국의 화웨이 등 후발 업체와의 품질 격차는 줄어들고 애플은 아직 건재하다. 향후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 애플 2강 체제에서 다수의 업체가 가격 전쟁을 펼쳐야 하는 전국시대로 변할 공산이 크다. 점유율도 마진도 더 높이기가 힘들어진 셈이다.

삼성의 TV 사업은 7년 연속 세계 1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사업이 회사 전체 영업이익에 기여하는 정도는 미미하다. 그래서 삼성은 이른바 '초격차(超隔差) 전략'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기술과 마케팅에서 경쟁상대를 압도함으로써 멀찍이 달아나겠다는 전략이다. 스마트폰 사업에서도 이제 이 전략을 택할 것이다.

외국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파는 결정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초격차 전략에 대한 불신일 수 있다. 초격차 전략을 짤 수밖에 없다는 건 상황을 뒤집어 보면 TV처럼 아무리 선진기술을 도입하고 1등 수성을 잘 해봐야 결국 옆걸음이고 그것도 못 하면 내리막길을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의 기술과 마케팅 등 경쟁력 수준으로 봐 1등을 쉽사리 내주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먹을 떡도 별로 없는 것이다.

외국 투자자들이 삼성에 원하는 것은 그래서 '초격차'가 아니라 '새로운 어떤 것'일 수 있다. 어렵사리 1등을 사수하는 게 아니라 새 판을 주도해 또 다시 비약할 수 있는 어떤 것. 스마트 안경이든 스마트 시계든 삼성이 전자분야에서 새 시장을 창조하고 리드해갈 수 있다는 어떤 확실한 시그널을 보여 달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외국인 투자자들의 눈엔 그게 안 보였을 수 있다. 최근 그룹 미래전략실 산하에 설치됐던 '신사업추진단'이 큰 성과 없이 해체된 사례에서 보듯 더 이상 삼성에 기대할 게 별로 없다면 팔아치워야 할 때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이균성 산업팀장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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