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인터넷 순위 인용, 신중해야

인터넷트래픽 조사기관인 랭키닷컴이 중소 인터넷 기업들로 부터 서비스중지 가처분 소송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랭키닷컴이 발표하는 인터넷순위가 사실과 달라, 피해를 입었다"는 게 소송을 준비 중인 당사자들의 주장이다.

랭키닷컴외에도 인터넷메트릭스, 코리안클릭, 알렉사닷컴 등이 자체기준에 의해 인터넷 순위를 발표한다.

이들이 내는 자료는 기사로 보도되거나 회사소개서에 들어가 광고나 투자유치에 영향을 미친다. 내용에 따라 관련 기업의 희비가 갈린다.

이처럼 인터넷트래픽 순위는 중요하지만, 한 가지 객관적인 사실이 밝혀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선 조사업체들이 쓰는 표본이 다르다.

26일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인터넷통계정보검색시스템(http://isis.nida.or.kr/)을 통해 밝힌 국내 인터넷 이용자수는 3천358 만명. 하지만, 기자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얼마나 접속돼 있고, 이들중 누가 어떤 인터넷 조사업체 표본인 지 알 길이 없다.

조사업체별로 표본수와 표본을 정하는 방법이 다르며, 표본에서 데이터를 모아올 때의 기준 역시 다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랭키닷컴은 툴바(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사람중 6만명을 표본으로 삼고, 시간당 방문자수(1시간이상 머물렀거나, 1시간후 다시 방문한 사람)와 보는 페이지가 완전히 로딩됐을 때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하지만 다른 회사들은 대체로 순방문자수(UV, 해당 사이트에 1번이상 방문한 사람)나 페이지뷰(PV)를 기준으로 삼고, 표본도 소프트웨어 설치가 아니라 직접 전화를 걸어 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로 인터넷 조사 업체들의 방식은 기업들이 자체서버에서 집계하는 로그데이터와도 다르다.

로그데이터는 표본(사람)을 기준으로 해서 조사하는 게 아니라,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는 모든 데이터를 기준(전수조사)으로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순위조사는 한가지 방법을 썼을 때 집계가 안되는 경우도 있고, 그 방식을 따른다 해도 이를 무력화하는 기술들이 널려 있다.

페이지뷰(PV)의 경우 최근 유행하는 동영상 플레이어는 제대로 집계할 수 없다.

플레이어를 기반으로 동영상을 서비스하는 회사는 그 회사 로그데이터에는 1일 몇백만 플레이어뷰가 잡힐 수 있지만, PV를 기준으로 삼는 조사업체에는 플레이어당 하나의 페이지로 인식될 뿐이다.

포털에 입점해 있으면 포털 PV로 잡히며, 지방 관공서 홈페이지 게시판에 특정 소스코드를 심으면 그 게시판을 읽는 순간의 PV가 전혀 무관한 인터넷 기업 PV로 잡힐 수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순위 조사 기업들의 발표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 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불법을 저지른 명백한 증거가 없다면 인터넷 조사를 금지할 수도 없고, 금지하는 게 꼭 바람직하지도 않다.

인터넷 트래픽을 조사할 때 어떤 기준이 가장 정확하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온라인 광고 시장을 일으켜 인터넷 발전에 기여한 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인터넷 순위 조사는 논란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혼란을 줄이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현재로선 인터넷트래픽에 대한 순위를 인용하거나 이해할 때 꼼꼼히 살피는 게 차선이지 않을 까 한다.

조사방식이 다른 여러 업체 자료를 복수로 인용하거나, 조사결과에 반하는 주장이 제기됐을 때 사실유무를 가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조사결과를 인용하거나 이해할 때 해당 업체가 근거로 삼은 기준도 함께 밝히는 일에 신경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