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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범] 'X박스360 일본참패'와 '손정의 신드롬'


 

우리나라 게임업계가 늘 선망의 대상으로만 봐 왔던 게임왕국 '일본'.

하지만, 지난 2004년 이후 일본에의 수출 비중이 중국에 이어 2위로 떠오르면서 이제 일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외화벌이를 위해 기필고 영토를 넓혀야 하는 '싸움터'로 바뀌어 있다.

더욱이 중국 수출액은 연간 10여%씩 줄고 있는 반면, 일본 수출액은 연간 10여%씩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 일본은 국내 게임산업에 있어 중요한 전략적 시장으로까지 떠올라 있다.

물론 일본 열도는 지금도 비디오게임 왕국이다. 하지만, 브로드밴드 보급률이 급격히 늘고 덩달아 온라인게임 시장도 급성장함에 따라 이제는 큰 변화의 조짐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그 수혜를 온라인게임 강국이라고 자부해 온 우리가 상당부분 누려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일본 열도를 뒤흔들고 있는 'X박스360 일본참패'와 '손정의 신드롬'은 우리가 앞으로 절대적으로 극복해야 할 두 가지 도전을 던져주고 있다는 점에서 새해를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목도할 필요가 있다.

◆일본 국수주의에 무릎꿇은 MS

MS가 일본 시장만 제압할 수 있다면 소니를 무너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된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MS는 소니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엄청나게 공을 들였다.

최고의 일본인 디자이너들을 영입해 MS답지 않은 외모로 X박스360을 꾸몄고, 진격일도 게임시장의 최대 대목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잡아 고심한 흑전이 역력했다.

한달전부터는 일본 공중파 방송을 X박스360 광고로 거의 도배하다시피했다. 그 뿐 아니라 선행 개발로 경쟁사인 소니보다 훨씬 앞서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폈다.

물론 전반적인 콘텐츠 라인업의 열세라는 약점을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차세대 게임기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라는 차원에서는 이 정도면 한판 붙어볼만 했다는 것이 MS 경영진의 판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MS의 원정 결과는 무참한 패배로 끝나고 말았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X박스 때보다도 못하다는 혹평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일본 비디오게임기 시장의 81%를 점유하고 있는 소니는 눈하나 끔적하지 않았다.

도대체 이 같은 결과를 뭘로 설명해야 할까.

제품력, 브랜드 인지도, 시장진입 전략, 마케팅 파워 등의 잣대로만 따지면 답이 안나온다.

때문에, 외제가 좀처럼 발을 붙이기 힘든 일본 특유의 '국수주의' 풍토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MS가 만일 이번 일본 원정에 성공했다면 아마도 세계 게임 시장의 패권은 다시 일본에서 미국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게임 원조국 격인 미국으로서는 기념비적인 날로 삼았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국수주의가 MS를 무릎꿇게 하면서 세계 게임 시장의 향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 갔다. 아마도 MS는 북미를 근간으로, 소니는 일본을 근간으로 유럽 등을 양분하면서 두 회사가 엎치락뒤치락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는 온라인게임이다"...손정의 신드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금껏 세번의 화두를 던졌다.

첫번째는 '인터넷'이었고 두번째는 '브로드밴드'였다.

그리고 일본 열도는 그가 예견하대로 인터넷과 브로드밴드의 열기에 휩싸여 있다. 이미 야후재팬이 일본의 자존심인 소니의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사정이 이렇자, 이제 일본 열도는 손 회장이 입을 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가 이제 막 던진 화두는 놀랍게도 '온라인 게임'이었다. 손 회장이 아니었다면 일본 열도는 꿈적도 안했을 것이다.

손정의 신드롬의 여파는 엄청났다.

한낱 한국 온라인게임의 유통사에 불과했던 겅호온라인의 시가총액이 4조원에 달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일본 게임업계로서는 경악할 일이었다.

지난 10년간 매번 1천만장 이상 팔리는 초대박 게임 타이틀을 양산해 온 스퀘어에닉스의 시가총액이 한낱 한국 게임을 자국에 유통하는 겅호와 대등하다는 사실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것도 겅호의 시가총액이 한국 게임사인 그라비티를 인수하면서 한때 스퀘어에닉스의 수준을 훌쩍 뛰어 넘어 무려 6조원대까지 이르렀다는 점을 말이다.

수백배에 달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을 인정받고 있는 겅호의 존재는 현지 게임업계에는 충격 그 자체다.

이 같은 현상은 손정의 신드롬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예전부터 일본인들은 한번 세워진 권위는 절대적으로 신봉해 왔다. 손정의 신드롬도 그렇게 생겨난 것이다.

더욱이 손정의 회장은 말 뿐 아니라 액션까지 취하고 있다. 계열사를 동원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온라인 게임 펀드를 국내외에서 조성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발빠른 일본 게임업체들은 미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추세에 편승, 빠르게 온라인게임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 해 국내 최대 게임뉴스로 꼽힌 '소프크뱅크 계열에의 그라비티 매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가뜩이나 자금력이 약한 국내 중소 게임사들을 향한 일본 게임업계의 사냥은 더욱 거세어질 것이다.

이미 그 조짐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일본 IT업체인 '가라'는 국내 게임사인 '이온소프트'를 이달중에 15억원을 주고 인수한다고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이온소프트는 '프리프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X박스 360의 일본 참패'와 '손정의 신드롬'.

과연 우리는 게임 왕국인 일본 정벌에 성공할 것이가, 아니면 오히려 역공을 당할 것인가. 그 기로에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이 두가지 트렌드를 제대로 독해해야 한다.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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