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인간 유전자를 특허권으로 보호하는 것이 타당한가?"
'유전자 특허'를 둘러싼 세기의 재판이 15일(현지 시간) 미국 대법원에서 시작됐다고 아스테크니카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소송은 인간 유전자 관련 바이오테크 기술 개발에 중대한 잣대가 될 것으로 예상돼 엄청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소송은 시민자유연맹과 공공특허재단 등 미국 주요 단체들이 지난 2009년 유방암 관련 유전자 특허 보유업체인 미리어드사를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연방법원에선 미리어드의 특허권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항소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고 "미리어드의 유전자 특허권이 인정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결국 양측은 대법원에서 최종 승부를 가리게 됐다.
◆"아마존 희귀종에 특허권 준 셈" vs "유전자 분리 기술은 중요"
이날 대법원에서 시작된 공판에서 양측은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특히 이날 재판에선 '나무에서 잎을 따는 행위' 같은 비유도 대거 동원돼 만만찮은 공방을 예고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엘레나 카간 대법관은 미리어드의 특허권을 의학적인 목적으로 아마존 지역에 있는 희귀종 나무를 찾는 행위에 비유했다. 카간 대법관은 "그 나무를 찾는 덴 엄청난 창의력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런 이유만으로 그 나무에 특허권을 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 역시 "미리어드의 특허권은 (뭔가를) 분리하는 행위에 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피고 측인 미리어드의 그레고리 카스타니아스 변호사는 자신들의 기술이 특허권으로 인정받기에 충분한 발명이라고 맞섰다.
카스타니아스 변호사는 "자연의 산물에 대해서는 특허권을 부여하지 못하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인간의 신체에서 유전자를 분리하는 과정은 특허를 부여할 가치가 있는 발명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 공방에서는 미리어드의 작업을 어떻게 규정하느냐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리어드는 특허권을 받기까지 엄청난 투자를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리어드의 CEO는 USA투데이에 기고한 글에서 특허권을 받기 까지 연구개발 비용으로 5억 달러 이상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DNA 특허권 부여 범위 놓고도 공방
이번 특허 공방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은 유방암 관련 연구의 향방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리어드는 특허권을 인정받게 되면 앞으로 유방암 연구에선 독점적인 지위를 갖게 된다. BRCA1과 BRCA2로 알려져 있는 유전자 시험 작업에서 독점권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측은 이런 부분을 적극 부각시키고 있다. 미리어드의 특허권이 그대로 인정될 경우 유방암 연구 비용을 크게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 미리어드가 특허권으로 문턱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연구의욕 자체가 저하될 수도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법무 차관도 이날 법정에 출석해 개별적인 DNA 가닥에 대해선 특허권을 부여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낸 뒤 새롭게 구성한 상보적 DNA(cDNA)와 달리 개별 DNA는 특허권으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 오바마 행정부의 권고사항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특허청은 법무 차관의 이런 권고를 인증하지 않으려 했다고 아스테크니카가 전했다. 특허청은 분리된 개별 DNA 특허권은 무력화해야 한다는 오바마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미리어드의 특허권을 둘러싼 공방은 당분간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 유전자란 특수한 분야에서 개별 기업의 독점권을 인정할 수 있느냐는 민감한 주제를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재판에서 대법관들은 미리어드 측에 공격적인 질문을 많이 했다. 하지만 대법관들이 공격적인 질문을 했다고 해서 꼭 불리한 판결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역사적인 재판의 최후 승자는 판결문을 읽는 순간에야 판가름날 전망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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