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후속작을 내야 하는데...'
단일 작품으로 초대형 히트를 친 게임사들의 고민은 한결같다. 이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전작의 인기를 이을 만한 또 다른 히트작을 발굴해야 한다는 것. 히트작 덕분에 매출 규모는 급격히 커졌지만 이를 뒷받침할 후속작을 제 때 내지 못하면 추락의 위험까지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승승장구하는 화려함 이면에는 '후속작'에 대한 부담이 자라잡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크로스파이어'로 전대 미문의 흥행 기록을 쓴 스마일게이트(회장 권혁빈)는 후속작에 대한 준비작업으로 여념이 없고 '쿠키런'으로 코스닥까지 단숨에 달려간 데브시스터즈(대표 이지훈, 김종흔)는 단일 게임에만 의존한다는 평가에 시달리고 있다.
게임업계의 맏형격인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역시 17살 '리니지'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꼬리표가 항시 따라다닌다. 글로벌 히트작 '서머너즈워' 흥행에 힘입어 연매출 4천억 원의 대형 게임사로 성장한 컴투스(대표 송병준)는 최근 내놓는 신작들이 빈번히 고전하면서 고민의 골이 깊어지는 실정이다.
게임사들로선 매출원 다각화를 위해 신규 사업에 도전하거나 히트작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이용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와 앞서 성공한 히트작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어 신작 출시의 부담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 빛나는 성공 뒤에 감춰진 그늘
스마일게이트는 2008년 중국에 내놓은 일인칭슈팅(FPS) 게임 '크로스파이어'가 대박이 나면서 게임업계의 풍운아로 떠올랐다. 크로스파이어의 로열티 수익에 힘입어 이 회사가 벌어들인 지난해 매출 규모는 5천315억 원.
이는 국내 게임사 6위에 해당하는 실적으로 스마일게이트는 지주사 스마일게이트 홀딩스를 중심으로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를 비롯, 15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크로스파이어를 따라잡을 성공작을 배출 못했다는 점이 스마일게이트의 약점으로 꼽힌다. 퍼블리싱 작품 중에서도 아직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고 국내 재론칭한 크로스파이어도 '서든어택'의 벽을 넘지는 못한 상태. 스마일게이트로서는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매출 곡선이 꺾이기 전에 반드시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데브시스터즈는 모바일 게임 '쿠키런'의 국내외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직상장한 게임사다. 그러나 생명 주기가 비교적 짧은 캐주얼 게임 특성상 쿠키런 매출은 하락곡선에 접어들었고 이 게임에만 의존하는 데브시스터즈의 실적도 급격히 꺾였다.
지난해 1분기 매출 210억 원을 올렸던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76억 원으로 1년만에 63.6% 감소했다. 22일 데브시스터즈가 기록한 종가 3만2천 원은 반년 전 상장 시초가(7만1천 원)에서 반토막 넘게(121%) 감소한 수준이다. 쿠키런의 매출 공백을 메워줄 신작 발굴이 절실해진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17년 전 게임인 리니지 매출이 이후 내놓은 게임 매출을 훌쩍 뛰어넘는 현상이 나타나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1분기 이 회사가 달성한 분기 매출 1천881억 원 중 리니지 매출은 660억 원으로 최신작 '블레이드앤소울'(268억 원) 보다 146%나 많다. 분기 실적도 정체 양상을 보이면서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면에서 넷마블게임즈(대표 권영식)에 밀리기까지 했다.
컴투스는 지난해 4월 선보인 모바일 게임 '서머너즈워'가 글로벌서 성공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서머너즈워 이후 내놓는 신작들이 빈번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냉가슴만 앓고 있다. 서머너즈워의 매출 곡선이 향후 꺾일 경우 회사의 실적이 엇갈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신규 매출원 만들어야' 갈증 해소시켜 줄 후속작에 사활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 게임사는 사업을 다각화하거나 후속작을 발굴하는 등 신규 매출원을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2014년 11월에 공개한 '로스트아크'에 기대를 걸고 있다. 로스트아크는 특히 두문불출하던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이 직접 행사장에 나와 "로스트아크로 대한민국 게임산업을 일으켜 보이겠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로스트아크는 스마일게이트가 자체 개발 중인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발표 당시 160여 명의 개발진들이 3년의 개발 기간을 투입해 만든 대작이다. 회사 측은 로스트아크가 크로스파이어의 뒤를 잇는 흥행작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고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의 속편 '쿠키런2' 개발에 힘을 모으고 있다. 쿠키런2는 전작과 동일한 러닝게임이라는 점만 알려졌을 뿐 구체적인 특징과 출시 시기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사업 다각화에도 나서 지난 18일에는 자본금 100억 원 규모의 전문 창업투자사 데브시스터즈벤처스를 설립했다. 피투자사의 가치 증대는 물론 상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엔씨소프트도 신작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국제 게임전시회 지스타2014에 출품돼 화제를 모았던 '프로젝트 혼'은 최근 개발이 취소돼 게임팬들의 아쉬움을 낳았으나 '마스터엑스마스터', '리니지 이터널' 등으로 또 다른 히트작을 내놓겠다는 포부다.
특히 엔씨소프트의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리니지 이터널은 오는 6월 소규모 테스트를 통해 게임성 검증에 나설 예정이다.
이밖에 컴투스는 1천900억 원 규모의 유·무상 증자를 추진하며 신작 개발과 유망 모바일 게임사 및 지적재산권(IP) 인수작업을 진행중이다. 컴투스는 글로벌 마케팅 역량을 증대시키고 이용자풀 통합 관리에도 투자, 제 2의 서머너즈워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게임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하나의 흥행작 만으로는 안심하기 어려워졌다"며 "추가 흥행작을 발굴하거나 지속 성장 가능한 사업 모델을 찾지 않으면 금새 도태되고 만다"고 전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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