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2014년 대한민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주목받은 세 사람을 꼽으라면 방준혁 넷마블 의장과 송병준 게임빌 대표, 권준모 네시삼십삼분 의장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독특한 리더십을 자랑하며 올해 게임 시장 최대의 이슈메이커로 부상했다.
방준혁 의장이 이끄는 넷마블게임즈는 '몬스터길들이기', '세븐나이츠'로 이어지는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의 흥행 공식을 만들며 국내 최고 모바일게임사로 우뚝섰고 게임빌과 컴투스를 진두 지휘한 송병준 대표는 '서머너즈워', '다크어벤저'로 게임 한류의 파급력을 입증했다. '활', '블레이드', '영웅'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영(0)순위 인기 퍼블리셔로 도약한 네시삼십삼분도 창업자인 권준모 의장의 리더십을 주요 동력으로 꼽고 있다.
지난 수 년간 이들 모바일 게임 리더들이 보여준 경영방식은 침체일로에 있던 한국 게임산업 속에 적절하게 녹아들어 회사도 구하고 모바일 게임의 산업적 가치도 끌어올린 원동력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대표 3인의 리더십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 '소통하는 승부사'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
2011년 가을 한 곳에 모인 넷마블게임즈(당시 CJ 게임즈, 이하 넷마블) 임직원들은 기함을 금치 못했다. 현장에 있던 한 직원은 "황당했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과연 무슨 사건이 있었기에 이들은 이토록 자극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일까.
그날은 방준혁 상임 고문의 비전 발표가 진행된 날이었다. 방 고문은 넷마블 임직원 모두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향후 5년 내로 넷마블이 게임업계 1위에 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3등도 아니고 2등도 아닌 1등이었다. 업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황당하다는 반응도 무리는 아니었다. 2011년은 넷마블에게 유독 혹독했던 해였다. 주력 온라인게임 '서든어택'의 퍼블리싱 재계약 분쟁을 겪었고 출시하는 게임마다 족족 실패를 거듭했다. 뭘 해도 안된다는 패배주의에 물들어가던 시기였다. 이미 성장 동력을 상실한 넷마블 직원들에게 방 고문의 비전은 허황된 소리처럼 들리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방 고문은 모바일게임으로 반전의 실마리를 찾겠다고 강조했다. 2011년은 모바일게임 부서로 발령나면 좌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바일게임에 대한 평가가 박하던 시기였다. 이 와중에 모바일 게임을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방 고문의 진심이 임직원들에게 통했을 리 없다. 2011년 6월에 회사로 복귀한 방 고문의 첫 비전 발표는 그렇게 맥없이 사그라드는듯 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방 고문은 말로만 업계 1위를 외치지 않았다. 그는 직접 뛰었다. 업계에서 종종 얘기되는 방 고문의 주말 출근도 바로 이 때부터 시작됐다. 그는 주말 오전에 등산을 다녀온 후 등산복 차림으로 사무실에 출근하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한다. 그의 주말 출근은 임직원들이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비효율적인 업무 환경도 앞장서 개선했다. 방 고문 복귀 이후 넷마블은 모든 개발 업무가 투명하게 진행됐다. 타 부서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지 알 길이 없고 관심도 없어하던 기존 분위기를 180도 개선해 신작 론칭 전 내부 발표회를 진행하게 했다. 특정 직급만 참여할 수 있는 묵직한 발표회가 아닌 인턴 사원도 참여할 수 있게 해 자연스러운 소통의 장을 마련한 점이 눈길을 끈다.
경험의 공유도 방 고문이 주도한 사내 문화다. 성공은 물론 실패 사례까지 발표회를 통해 공유하도록 했으며 업무 영역이 각기 다른 개발자와 PM, 마케터들을 서로 교육시켜 업무 능률도 한층 개선시켰다. 방 고문 취임 이전만 해도 찾아보기 어려웠던 풍속도다.
이같은 그의 지휘 속에 넷마블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사내를 물들였던 패배주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던 모바일 게임에 대한 업계의 시선도 때마침 달라졌다. 급기야 2012년 말 내놓은 '다함께차차차'가 흥행 대박을 터뜨리면서 넷마블 흥행 신화도 불붙기 시작했다.
방 고문이 위기 돌파를 위한 선봉장 역할을 자처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2013년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넷마블은 개정된 공정거래법으로 손자회사 지분 100%를 사들이거나 매각해야 하는 사태와 맞닥뜨린다. 스틱인베스트먼트와의 2천500억 원 규모의 투자 협상마저 결렬되면서 위기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때 방 고문은 홀연히 중국 최대 게임사 텐센트와 접촉, IT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5천300억 원 규모의 외자 유치를 이끌며 또 다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성공한다. 게임업계는 물론 국내외 IT 산업이 주목할 빅딜을 성사시킨 것이다. 방 고문 특유의 저돌적 리더십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결과였을 거라는게 한 측근의 설명이다.
2014년 10월 1일 넷마블게임즈 출범 이후 고문에서 의장으로 직함이 바뀐 이후에도 그의 행보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저돌적이면서도 섬세한, 변함 없는 방 의장의 리더십이 계속되고 있다.
◆ 냉철함과 따스함 두루 갖춘 송병준 게임빌·컴투스 대표
2000년 게임빌을 창업하며 게임업계에 뛰어든 송병준 대표는 지난 15년간 오직 모바일게임 외길 인생을 걸어온 전문가다. 그는 이동통신사가 '갑'의 입지를 누리던 피처폰 시절부터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지금까지 뚝심있게 사업을 이어온 몇 안되는 경영인이기도 하다.
다른 분야에 한 눈 팔지 않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모바일 게임)의 전문가로서 최선을 다한다는 송 대표의 경영 방침은 게임빌의 성장 배경이 됐다.
송 대표의 리더십은 특유의 전략적 감각과 뚝심 있고 주변 친화적인 경영으로 압축된다.
그는 특히 다가오는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걸맞는 사업 전략을 구성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게임빌이 나아가야할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임직원들을 독려하며 회사를 키워왔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송 대표의 한 측근은 그를 삼국지의 전략가이자 정치가 중 한 명인 '사마의'에 빗대기도 했다.
송 대표의 혜안을 엿볼 수 있는 일화도 여럿이다. 그는 모바일 게임과 모바일 콘텐츠가 대중화되고 발전하는 시기가 곧 올 것이라는 믿음 속에 회사를 설립, 추진력 있는 경영을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송 대표의 전략적 감각과 뚝심 경영은 글로벌 시장을 일찍부터 공략해 온 점에서도 드러난다.
기업설립 초기 단계부터 해외 시장의 문을 지속적으로 두드린 그는 2006년 국내 모바일게임 업계 최초로 미국 지사를 설립했다. 이후에도 일본과 중국, 최근 싱가폴, 대만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시장 공략 전략을 강화했다. 여타 게임사들이 이동통신사를 통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목메고 있을 때 송 대표는 더 큰 시장을 일찌감치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얘기다.
친화적 경영을 바탕으로 한 시너지 창출도 중시하고 있다. 게임빌은 일찌감치 외부 개발사들과의 시너지 창출을 지향하는 게임 퍼블리싱으로 사업을 확대해 왔다. 오랜 기간 많은 회사들과 협력적 파트너 관계를 형성하며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윈·윈하는 전략을 적극 전개하고 있어서다.
오랜 기간 경쟁 관계였던 컴투스 경영권을 지난 2013년 인수해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도 송 대표의 친화적 리더십을 보이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외형을 확대하고 우수 개발력을 확보해야 갈수록 심화되는 글로벌 시장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한 송 대표는 오랜 기간 알고 지낸 박지영·이영일 당시 컴투스 대표 부부를 설득, 급기야 국내 모바일게임사(史)에 남을 '빅딜'을 성사시킨다.
이후 송 대표는 컴투스 내부 개발진을 일일히 만나 면담 이상의 교류를 이어가는 등 몸소 다가고자 애썼다. '외부인'이라는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 원활한 대화 진행을 위한 적잖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서머너즈워'로 대표되는 컴투스의 글로벌 흥행 신화의 저변에는 송 대표의 이같은 친화적 리더십이 자리잡고 있었던 셈이다.
◆ '마음을 얻는 리더' 권준모 네시삼십삼분 의장
네시삼십삼분은 2009년 설립된지 불과 5년 밖에 안된 곳이지만 그 어느 중견 게임사 이상의 무게감을 안겨준다. 이 회사는 지난 해부터 '활'과 '블레이드', '영웅'으로 이어지는 연타석 홈런 행보를 이어가며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게임사 중 하나로 우뚝섰다.
최근에는 중국 최대 게임사 텐센트와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조성한 컨소시엄을 통해 수천억 원 대 투자까지 유치하면서 내년 코스닥 상장 입성시 시가총액만 1조 원에 이를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나올 정도다.
이같은 네시삼십삼분의 괄목할 만한 성공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권준모 네시삼십삼분 의장이다.
경희대 심리학과 교수와 넥슨코리아 전 대표라는 남다른 이력을 가진 그는 심리학과 교수다운 면모와 더불어 모두의 마음을 달래주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로 통한다. 물론 잘잘못을 가릴 때는 그 누구보다도 엄히 불호령을 내린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권 의장의 리더십은 파트너십을 맺은 개발사들을 관통하고 있다. 아무래도 그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탓이 크다.
권 의장은 경희대 교수 재직 시절 그의 심리학 수업을 받던 제자였던 소태환 대표와 양귀성 대표에게 회사를 일임하고 자신은 회사의 전체적 조율 및 개발사들과의 '스킨십'에 힘쓰고 있다.
권 의장은 개발사들과 만나 "마음을 사니 비즈니스가 따라온다"는 말을 자주 한다. 자신이 만든 게임에 수많은 가족의 '입'이 달려 있는 개발사들의 절박한 심정을 어루만져 준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권 의장과 네시삼십삼분은 언제나 게임 계약 시 '우리가 만든 게임처럼 할테니 맡겨 달라'는 뜻을 개발사 측에 전달한다.
네시삼십삼분과 계약한 개발사들 역시 '다른 퍼블리셔에게 가면 그 회사의 포트폴리오밖에 되지 않지만 네시삼십삼분은 '온리 원' 게임으로 대해준다'는 반응을 보인다.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게임 흥행을 위해 열성을 다하는 네시삼십삼분의 노력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을 사니 저절로 비즈니스가 따라온다는 그의 말도 바로 이러한 내용을 가리킨 말이다.
실제로 이같은 권 의장의 리더십에 반한 게임사들은 웃돈을 더 준다고 해도 타 퍼블리셔와 계약하지 않고 네시삼십삼분에게 먼저 다가오는 사례들이 포착되기도 한다.
김재영 액션스퀘어 대표는 "다른 그 누구보다도 우리가 만든 '블레이드'를 사전에 가장 많이 플레이하고 의견을 준 사람이 다름아닌 권준모 의장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권 의장만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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